평화캠프 서울지부는 지난 7월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나눔인권서포터즈를 포이동재건마을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번 나눔인권서포터즈는 인권심화프로그램을 중심으로 16명의 자원활동가가 함께하였습니다. 직접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하여 자원활동을 함께 하고, 평화캠프의 정기자원활동 중 하나인 비누방울 활동참여자 댁에 방문하여 활동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애인권에 대해 보다 피부로 와 닿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또한 장애인권활동가 김도현 강사와 함께 한 간담회를 통하여 더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열정이 넘쳤던 2015 여름 나눔인권서포터즈 캠프 이야기입니다.

7월 9일, 나눔인권서포터즈 첫째 날.

오후 2시, 평화캠프 서울지부 나눔인권서포터즈는 포이동재건마을의 공부방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첫 날이니만큼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명찰도 서로 만들어주며 함께하는 자원활동가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내규를 공유하고 식사 당번을 정했습니다. 첫 메뉴는 카레밥. 아직은 어색함이 카레밥에 버무려졌습니다. 저녁에는 포이동 재건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포이동과 관련하여 예전에 방영되었던 PD 수첩을 함께 시청하고 평화캠프 서울지부 포이동 인연공부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의 코디네이터의 설명을 듣고 주민들과의 간담회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포이동은 1981년에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거리의 빈민, 부랑자들을 일방적으로 하천부지에 강제 이주시킨 후 자활을 명목으로 노동을 착취하면서 생긴 마을입니다. ‘재건마을’이라는 이름은 자활근로대의 또 다른 이름인 ‘재건대’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보는 눈이 많을 때마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출입을 통제받기도 하고, 강남이 개발되고 땅값이 오르면서 당국은 주민들을 강제 이주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89년에는 주민등록증을 말소당하며 유령마을 취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91년부터는 주민들을 불법점유자로 규정하며 토지변상금을 부과한 것이 지금까지 쌓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액이 되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작은 불이 번져 마을 96가구 중 75가구를 전소시키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당국은 화재 진압과 복구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강남구청직원과 용역깡패 50여명 그리고 포클레인이 투입되어 복구하던 집들을 기습 철거하는 과정 속에서 마을 주민들은 너무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포이동 재건마을 철거 및 재개발 성공’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강남구청장의 주도 아래 아직까지도 용역들과 구청 직원들의 감시와 위협 속에서 포이동 마을 주민들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포이동재건마을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몇 몇 나눔인권서포터즈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강남구에 포이동재건마을의 존재만으로도 놀랐던 나눔인권서포터즈들은 간담회 이 후 평가의 시간에 포이동 재건마을의 역사를 들으며 놀라며 안타깝고 화가 났던 마음들을 나누었습니다. 나눔인권서포터즈는 앞으로도 우리 주변에서 일상을 위협 받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하자고 약속하며 첫째 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7월 10일, 나눔인권서포터즈 둘째 날.

간단한 체조와 함께 아침을 시작한 나눔인권서포터즈는 자원활동을 할 시설로 약속된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서둘렀습니다. 세 개의 조로 나누어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원활동보다는 청소, 자료정리 작업 등의 노동^^을 해야 했던 팀들이 많았지만, 시설에서의 일상을 보다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설에서의 자원활동을 마친 후, 간단하게 도시락을 먹고 각 팀별로 소감을 나누며 우리는 장애인들의 거주시설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 수에 비해 너무 많은 생활인들이 살아가는 시설의 구조 때문에, 생활인들은 많은 시간을 그저 허공을 응시하며 별다른 활동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자주 씻기 어려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도 씻기가 힘들어 위생 등의 건강문제가 염려되었습니다. 식단 역시 세 가지 정도의 나물반찬과 밥과 국은 식단명에 비해 조금 빈약했습니다. 정해진 식단으로 인해 원하는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외출은 일주일에 1회 이하로, 그마저도 가까운 거리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시설의 생활인들과 직원들 간의 위계관계를 너무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다가도 직원들이 다가오면 갑작스레 하던 행동을 멈추고 직원의 눈치를 보는 생활인들의 모습, 나이에 관계없이 직원이 생활인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모습 등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한 생활인에게 은밀히 물어보니, 시설을 방문한 손님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면 혼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팀마다 방문한 시설의 환경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시설이 비영리로 운영되어 비리가 없고 시설장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시설의 환경이 위생적이고 밥도 잘 나오고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는 시설이라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그러나 우리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단체생활 속에서 그들의 언행이 제약받고 지시받을 수밖에 없는 시설은 “자유롭지 못한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설을 다녀온 소감을 정리한 후에는 바로 장애인권활동가인 김도현 선생님과의 간담회가 이어졌습니다. 장애의 정의를 다시 올곧게 세우는 것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의 손상으로서의 장애가 아닌 사회적 차별로서의 장애로 다시 정의해야하는 이유부터 한국사회의 장애인권 신장의 역사와 현재의 현황 그리고 미래의 대안까지 이르는 강의는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번뜩이게 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간담회가 끝나고는 첫째 날 정했던 각자의 마니또에 대한 칭찬을 한 가지씩 말하며 마니또를 맞춰보는 시간을 갖고 평가의 시간을 가진 후 마피아 게임등 공동체놀이로 들썩이며 둘째 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7월 11일, 나눔인권서포터즈 셋째 날.

셋째 날도 역시 체조와 함께 아침을 맞은 서포터즈는 식사를 한 뒤, 인권동화책 만들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콩쥐팥쥐, 성냥팔이 소녀 등의 동화를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며 내용을 각색한 후, 연극해서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동화의 틀이 심각하게 바뀌긴 했지만, 다들 노동, 빈곤, 여성주의 등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동화를 재미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연극의 준비성이 뛰어났던 콩쥐팥쥐팀이 가장 높은 점수로 우승을 했습니다.

동화책 만들기 시간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한 뒤 서포터즈는 세 팀으로 나뉘어 비누방울 활동참여자 댁에 방문했습니다. 그 분들이 살아온 다사다난했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버림으로 인해 시설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 시설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당하거나 밥을 먹을 수 없어 비참했던 생활의 이야기, 시설에서 나오게 되어 체험홈으로, 임대주택으로 옮기며 살게 된 이야기까지. 시설에서 나오는 것도 어렵지만 나와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기에, “밖에 나가면 더 위험하며 여기가 안전하다.”라며 회유하는 시설 직원들의 말이 먹힌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시설을 나와서 사는 것이 더 자유롭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기에, 장애인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지금 이 순간에도 탈 시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눔인권서포터즈의 마지막 밤, 체력적으로 다소 지친 나눔인권서포터즈는 포이동재건마을로 돌아와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뒤풀이를 이어갔습니다. 뒤풀이 도중에는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1문 1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에 대해 보다 깊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7월 12일, 나눔인권서포터즈 넷째 날.

그렇게 밤이 지나고 드디어 마지막 날 늦은 아침, 다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몽롱한 상태로 아침을 챙겨먹고는 그 동안 배우며 느낀 것들을 점검하는 마지막 퀴즈 프로그램인 ‘도전 실버벨!’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에 2명까지 남았지만 결국 우승은 박유연자원활동가 차지하여 ‘평화캠프 보드게임 이용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언제든지 이용권을 사용하시길……. 마지막으로 3박 4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정이 든 나눔인권서포터즈들끼리 롤링페이퍼를 쓰며 이번 2015 여름 나눔인권서포터즈를 마무리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번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실천들을 하며 나눔인권서포터즈로 우리들의 인연이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 평화캠프 서울지부 함동엽 코디네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