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그 첫 발걸음
저의 시작, 그 첫 발걸음은 작년 봄이었습니다.올해처럼 서강대학교에서 평화캠프 서울지부의 상반기 발런티어학교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처음 만나는 자원활동에 기대 반 걱정 반 감정으로, 어쩌면 기대감에 눈을 반짝반짝하는, 처음 들었던 부양의무제에 대해 분노하는, 신입 자원활동가로 교육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봄, 저는 신입 코디네이터가 되어 제 인생 세 번째 발런티어학교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아무 의미 없이 기숙사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발걸음 중, 만난 샛노란 비누방울 포스터는 그냥 종이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지루했고 의미없던 제 인생에 들어온 봄바람이었고, 조금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다른 이들과 함께 첫 걸음을 뗄 발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봄, 제가 발런티어학교에서 들었던 것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의 평화캠프 활동을 하는 것의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것이었고, 비누방울 활동을 시작하는 것에 있어서의 첫 발걸음이었고, 세상에 존재하나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된 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발런티어학교에서 신입 자원활동가가 느꼈으면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발런티어학교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에는 서울지부 전체 신입 자원활동가가 다 함께 하는 공동체놀이와 자원활동론, 인권교육, 성평등교육 이 있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인연맺기학교, 비누방울 목욕보조자원활동팀, 포이동 인연공부방, 세 팀으로 나누어 팀별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공동체놀이, 몸풀기 마음풀기
첫 날, 어색했던 순간도 잠깐, 함동엽 코디네이터의 진행에 따라 공동체놀이를 시작하였습니다. 작년 봄, 어색했던 우리가 점점 친해졌던 것처럼, 이제 한 학기, 혹은 그 이상을 함께 하게 될 옆의 팀원들과 함께 ‘진진가’를 하며 서로에 대해 어떤 것이 진실일지 추리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화를 배워보기도 하였습니다. 어색했던 표정들에 점점 웃음이 생겨나는 시간이었습니다. :) !!!
평화캠프 소개와 자원활동론, 마중물이 될 우리들
어색하고 찌뿌둥했었던 것도 잠시, 어느새 몸도 풀고 마음도 풀린 우리는 우리가 모일 수 있었던 계기, 평화캠프에 대한 소개와 자원활동론 강의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때 들었던 내용이지만, 직접 그 역사를 함께 해온 문미정 사무총장님께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감회가 더 새롭기도 하고, 앞서 찍힌 발자국을 이어갈 우리의 첫 발걸음을 기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원활동론 강의를 들으며, 우리의 자원활동의 방향을 고민하기도 하고, ‘마중물’이 될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권교육, 인권밥상을 차리며
평화캠프의 자원활동가들이라면, 한 번쯤은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인권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자원활동 단체이니까 하는 교육”정도로만 생각했던 선생님들도 인권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가 매주 만날 장애어린이 혹은 비장애어린이들, 그리고 비누방울의 할머니들과 장애인 형, 언니들, 그리고 포이동 철거민들의 인권까지,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제 각각의 인권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별이 없다고 규정짓는 사회에서, 인권이 없다고 규정짓는 사회에서, 우리는 장애인과 할머니와 철거민과 우리의 인권을 외칠 것입니다.
김유현 사무처장의 인권교육 후, 우리는 인권밥상을 만들었습니다. 주제는 장애어린이, 장애여성, 장애성인, 노인,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여러 주제의 인권밥상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장애성인의 인권밥상을 차렸는데, 인권밥상 조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니, 장애성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대학을 교육의 장소로 볼 수 있는가?’, ‘휠체어 리프트는 과연 안전한가?’, 등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 시간이 뚝딱 지나갔습니다.
작년 봄, 신입자원활동가였던 제가 사람이면 당연히 가져야 할 인권들을 사람의 몸에 직접 적고, 그리며, 이야기했던 인권교육 시간이 생각났고, 제 첫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팀별교육, 자원활동가로서의 첫 발걸음
가장 긴장하고 기대했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처음으로 비누방울 코디네이터로서, 비누방울 팀별교육을 진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누방울의 신입 자원활동가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을 고민하다보니, 처음으로 발런티어 교육을 듣던, 그리고 팀별 교육을 듣던, 1년 전 저의 생각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처음 팀별 교육을 듣던 그 날, ‘내가 활동하게 될 팀의 할머니는 순대를 좋아하시고 셀카 찍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했었지.’, ‘할머니는 다리가 조금 불편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경우, 알아들은 척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그를 무시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니, 나는 오히려 알아들은 척 하는 것이 배려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등등.. 그리고 최근에는 할머니의 삶에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거슬러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활동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비누방울에 대한 책임감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누방울의 목욕은 그냥 ‘목욕’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맺어가고,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교육으로 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랬듯, 그리고 내 옆의 방울이가 그랬듯, 하다보면 ‘아!’하는 순간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우리우리방우리’가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발런티어에서 함께 ‘아~ 나는 이런게 궁금했었는데 김정현 코디네이터가 그걸 안 알려주더라고~ 그래서 내가 한 번 말해보려고!’라고 말하는 방울이도 생기겠죠? :)
/ 김정현 서울지부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