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평화캠프 자원활동가들을 80년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며 광주역사기행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참가한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광주역사기행 수기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우수작으로는 울산지부 김은진 자원활동가의 ‘5월인데 덥더라’ , 장려작은 서울지부 고윤정 자원활동가의 ‘그들에게는 기억, 나에게는 역사, 그라나 우리의 이야기, 1980년 광주’ 입니다. 함께 하는 삶을 위한 모색의 길, <청년, 광주를 가다!>광주역사기행 공모전에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수작 : 울산지부 김은진>
5월인데도 덥더라
사람가득했을
그 길을 걷는데
문득 생각나더라
나였으면
내가 그 때 있었다면
어땠을까
걷는데 자꾸만
무언가 들리는 것 같아
뒤를 돌아보게 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그 때의 마음이 아직
광주를 가득 떠다니는 것 같아
지금까지의 광주
앞으로의 광주
모든 것은 산 사람의 몫이구나
사람가득했을
그 길을 걷는데
5월인데도 덥더라
5월인데도 참 덥더라
<장려작 : 서울지부 고윤정>
그들에게는 기억, 나에게는 역사,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 1980년 광주
바쁜 생활을 보내다가 문득 그 시간이 떠오를 때 그 시간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있음을 발견합니다. 광주를 다녀온지 딱 3주가 지난 지금, 타자기 앞에서 광주를 떠올리며 정신없이 바쁘게 살며 지나간 그 흐릿한 일상 속에서 뚜렷히 남아있는 그 이틀의 시간이 어느새 추억이 되었음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추억이 된 지금 광주의 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 7시까지 서강대 앞까지 모이라는 말에 4시 반부터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탔고 가는 동안 자야지라는 제 소박한 바람을 김유현 코디네이터께서 매몰차게 깨주셨습니다. 각자 왜 광주로 가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우고 바로 26년 영화를 보며 광주로 향했습니다. 그 때 제 소개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왜 광주에 가는가를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반골이라서? 진보기에? 평화캠프에서 가라고 해서?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단지 저는 궁금할 뿐이었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제게 광주의 공기는 어떻게 다를까,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처음 마주한 곳은 한여름 같이 뜨거운 햇볕아래에서 잔디가 자라고 있던 아름다운 전남대 캠퍼스였습니다. 나무그늘을 찾아 아무 곳에서 퍼질러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처음 비누방울 활동가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팀명을 만들며 서로 얼굴을 익혀갔습니다. 전남대 정문까지 연두빛이 부서지는 가로수길을 걸어가며 팀원들과 즐겁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다다른 전남대 정문에서 5.18 민주항쟁 기념비를 마주했습니다. 그때 어렴풋이 오늘같이 따스하게 해가 내리쬐던 1980년의 이맘때, 일상의 공간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는걸 느꼈습니다. 대인 시장에서 상인분들이 광주 5.18을 얘기해주실 때 광주 시민들에게 5.18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느꼈습니다. 집담회에서 기억을 담담히 하지만 아리게 전하시는 박영순 여사님을 보면서도 5.18이 일어나고 그들에게 광주의 거리는 더 이상 추억의 애틋함이 아닌 기억의 쓰라림만을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상기시켜주는 곳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광주를 걸으며 나에게 역사였던 그들의 기억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슬프기만 한 그들의 기억속의 거리를 환하게 빛내주고 있었던 레드페스타 축제가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레드페스타 축제를 통해 저와 같이 기억이 아닌 역사로서 그들을 기억하는 청년들이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일상의 회복을 축하함과 동시에 그들의 죽음을 잊지 않는다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여기가 광주에 있음을 느끼게 한 분이 있습니다. 광주를 걷고 있던 저희에게 ‘요즘 대학생들은 데모안하나? 데모를 해야 성공을 하지!’라며 한 상인분이 얘기하셨습니다. 저희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고 광주 역사를 배우며 무거워졌던 마음이 가벼워졌었습니다. 그 분은 상처 속에서도 다시 웃을 수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들의 투쟁에 대한 자부심과 상처보다 굳건한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패배하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는 승리할 것.”
그랬습니다. 레드페스타 행사에서도, 지나가는 상인 분들에게서 느꼈던건 정의에 대한 투쟁,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역사 속에서 얻은 승리에 대한 자부심이었습니다.
광주로 향할 때 궁금했던 광주의 공기에 저는 흠뻑 젖어서 돌아왔습니다. 1980년대의 광주의 공기를 느끼며 분노했고 슬퍼했고, 2016년 시간이 지나고 아문 상처 속에 역사 속에서 얻어낸 승리와 자부심을 느끼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 같이 역사에 공감하고 광주의 햇빛을 견뎌내고 서로 알아갔던 비누방울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광주의 인상 뿐만 아니라 선명히 기억하는 ‘소프라도’. 신문 만들고 롤링페이퍼 쓰고 아무데나 앉아서 밥먹고 광주를 하루종일 걸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 여기 다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그 빛나는 추억들을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즐거웠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해요 소프라도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