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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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야영을 떠난다. 대형마트에 들러 빨간 살코기에 하얀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있는 먹음직스러운 호주산 알목심(chuck eye roll)을 구입한다. 참숯이 빨갛게 달궈진 바비큐 그릴 위에 알목심을 올 리고 적당히 익어 육즙이 살아있는 고기를 입 속에 넣으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등산을 즐긴다. 하산 길에 허기가 느껴진다. 인근 식당에서 닭백숙을 시킨다. 푹 고아진 닭의 살이 부드럽게 찢기고 뜨거운 육수를 함께 들이키면 힘든 산행의 노고가 한 순간에 사라진다.
금요일 저녁,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한 다. 녹차로 숙성시킨 냉장 삼겹살을 시킨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알맞게 익은 고기를 고추와 마늘, 그리고 흰쌀밥과 함께 상추에 싸서 덥석 넣으면 소주의 쓴 맛도 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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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전국 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구제역 발생 지역 인근의 소와 돼지에 대해 살처분 지시를 내렸다. 당시 도살된 소는 15만여 마리, 돼지는 348만여 마리에 달했다. 그 야말로 학살이었다. 2017년 2월에도 구제역이 다시 발생해 소 1400여 마리가 도살됐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발생한 고병 원성 조류독감(AI)의 피해도 컸다. 동일 기 간 약 3,800만여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지난 2014년부터 최근 3년간 도살 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수는 무려 6,000 만여 마리에 이르며,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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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약 20년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숯불 위에 올리는 소는 30개월 전후에 도축된다. 돼지의 수명은 약 15년이지 만 태어난 후 6개월 만에 도살장으로 끌려 간다. 닭은 더 심하다. 10년 전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닭은 고작 한 달을 살고 트럭 에 실려 간다.
이들은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원하지 않는 사료를 먹으며, 원하지 않은 나이에 도축된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도살됐다는 것과 우리가 먹고 있는 가축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연한 육질과 육즙이 주는 즐거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의 유혹은 정말이지 이겨내기 힘든 일이다. 인간의 이러한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풀과 건초를 먹어야 하는 소는 마블링과 비육을 위해 옥수수를 먹어야 했으며, 돼지와 닭은 비좁고 더러 운 사육환경에서 항생제에 의존해 살아가 고 있다.
놀랍지 않은 일은 또 있다. 인간의 식도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는 소의 수는 약 13억 마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젖소를 포함하면 300만 마리 넘게 사육되고 있다. 돼지는 약 7억 7천만 마리, 닭은 200 억여 마리가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돼지와 닭이 각 각 1,080만과 1억 7천만여 마리가 길러지고 있다. 사육되는 가축의 개체 수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들 가축은 소위 ‘밀집사 육농장’(CAFOs, 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이라 알려진 공장식 사육방식에 의해 길러지고 있다. 유엔 농업식량기구는 전 세계 가금류의 72%, 전체 달걀의 43%, 돼지의 55%가 CAFOs에 서 사육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밀집 사육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과 곡물 이 필요하며, 가축 분뇨 등으로 인한 토양 과 수질 오염은 물론 만연하는 가축 질병 등이 그것이다. 곡물로 가축을 사육하는 방식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100 칼로리로 가 축을 먹이면 17~30 칼로리의 고기나 우유만을 산출한다.
게다가 곡물 생산을 위해 많은 산림과 토지가 단일 작물 위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재앙이다. 공장식 밀집 사육방식은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미 치고 있다. 전체 온실가스의 약 18%가 밀 집 사육방식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메탄가스는 전체 발생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밀집된 사육 환경과 과다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고병 원성 전염병의 확산과 이들의 도살을 묵인 하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간이 먹어야 할 식량의 몇 배를 가축에게 투입하기 위해 토지를 황폐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료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토지를 빼앗긴 사람들의 기아와 빈곤을 못 본체하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라는 유기적 생명체의 숨통을 죄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사람들은 육류를 끊고 채식에 귀의하기도 하며, 윤리적으로 길러지고 인도적으로 도축된 고기만을 섭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범한 잡식동물인 우리는 육식이 주는 즐거움에 길들여져 육식의 윤리적이고 사회적이며 환경적인 문제는 잠시 뒷전으로 미루곤 한다. 이러한 평범한 잡식동물들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말자는 운동이 2003년 만들어졌다. 이 른바 Meat Free Monday.
일주일에 한번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무엇이 달라지냐고 하겠지만, 장담컨대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일단 월요일에 실수로 고기를 먹게 되면 죄의식이 생긴다. 용인하고, 묵인했고, 용서했으며, 못 본체한 것과 지구의 숨통을 죈 것에 대한 죄의식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먹지 않으면 1년에13만 2천 4백 리터의 물과 2,268kg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절약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고기를 먹지 않으면 자동차로 주행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50% 줄일 수 있 다. 일주일에 한번 고기를 먹지 않으면 농경지를 잃고 기아에 허덕이는 22인을 먹일 수 있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는 윤리와 책임, 그 리고 실천이 따르는 문제다. 그렇다고 평범한 잡식동물들 모두가 일거에 채식을 선택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책임과 실천이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죄의식을 덜어주지 않을까. 해서 감히 고기 없는 월요일을 함께 실천을 제안한다.
* 평화캠프 소식지 2017겨울호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