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길 천천히 걷기

*코로나2단계전에 안전하게 다녀왔습니다

제주4.3길 찬찬히 걷기 여행 후기

지난 4월 제주 4.3 역사기행을 떠나려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잠정 연기 되었던 일정을 11월20일~22일 평화캠프 자원활동가 7명이 함께 4.3당시 수백 명이 몰살된, ‘제주조천 북촌마을4.3길’, 4.3당시 중산간마을 최대피해지역 ‘제주안덕동광마을 4.3길’, 환경파괴, 주민들의 삶의 터전 파괴 하는 해군기지건설반대투쟁의 현장 ‘강정마을’을 걸으며 지난 역사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서서 폭력을 외면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현실 속에서 이어가는 실천이 될 수 있도록 그 길 위에서 고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째날 오후] 제주 북촌마을 4.3길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날이다. 12시30분. 제주공항에서 만난 우리는 너븐숭이4.3기념관이 있는 북촌마을로 이동하였다. 넓은 돌밭, 큰 바위를 뜻하는 제주말 ‘너븐숭이’ 그곳에서 일어난 흔적들. 특히 1949년 1월 17일, 마을주민 300여명을 대학살한 장소로 여기에는 어린 아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기념관 바로 건너편에는 당시 어린아이들의 시신을 임시 매장한 상태 그대로 애기무덤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마을 안내를 해 주실 해설사님과 함께 영상과 너븐숭이 기념관 내부를 둘러보면서 당시의 상황을 들려 주셨다. 사진과 기록물을 덤덤하게 살피며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음을 느껴보기도 했다. 4.3 사건의 참혹상과 그 후유증을 고발하고 오랫동안 묻혀 있던 사건의 진실을 문학을 통해 공론화 시켰던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 문학비도 있었다.

북촌 환해장성, 고려시대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까지 계속 축성했으며 왜구와 바다로부터 오는 적의 침범을 막기 위한 시설로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다고 한다.

북촌리 학살사건의 현장인 북촌초등학교 운동장 한 켠에 세워져 있는 비석.

마을 주민들은 4.3 당시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그 이후 자녀들의 입학과 졸업 등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운동장에 계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다던 해설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지금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첫째날 저녁] 숙소

북촌 마을 가까이 숙소를 정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활동가 전체가 모이게 되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이번 제주4.3역사기행이 각자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고 우리의 활동을 어떻게 이름 지을 수 있는지 논의해서 단체사진이 사용하게 될 현수막을 만들기로 했다.

이번 우리들 걸음의 의미를 이렇게 담았다.

【제주평화기행 “기억올레” 가려진 제주를 기억하다】

[둘째날 오전] 제주 안덕동광마을 4.3길

동광마을은 제주 중산간지역 최대 피해지역이다. 동광마을 4.3길은 ‘큰넓궤 가는 길’과 ‘무등이왓 가는 길’ 두 길이 있으며 우리는 ‘무등이왓 가는 길’을 걸었다.

무등이왓은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을이었다. 국영목장과 국영여관이 있었고 130여호의 가구가 이곳에 자리 했었다고 한다. 대나무가 많아 대나무로 수공예품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빈터를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만이 이곳이 마을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마을길을 제주 4.3사건 당시 11살이었던 홍춘호 할머니와 함께 했다. 당시 겪었던 그 때의 기억을 증언해 주셨다.

<임문숙일가 헛묘>는 차로 지나던 길에 설명을 들었다. 초토화 작전 때 학살당한 임문숙일가의 가족묘지이다. 무덤은 모두 헛묘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시신이 없다. 학살 이후 그 시신들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시신을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시신을 찾다가 발각되면 또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군인들이 물러가고 나서야 학살장소인 ‘정방폭포’로 시신을 찾아 나섰지만, 켜켜이 쌓이고 뒤엉켜 있어 누구의 시신인지 알아 볼 수도 없었다. 잔인하고 슬픈 일이다.

[둘째날 오후] “강정은 4.3이다.” 제주 강정마을

10여년 동안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 운동을 한 강정마을 주민들. “해군기지가 건설됨에 따라 실패한 것처럼 보이고 이제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까지 듣지만 반대운동 이후 대안적인 삶의 형식을 실험은 운동이 재개되고 있다”면서 제주해군기지가 준공하던 날 ‘강정생명평화문화마을’선포식을 하고 전통을 지키고 새롭게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금도 매일 정오가 되면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활동가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며 ‘인간 띠 잇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해설을 해 준 멸치님과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오래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성프란치스코센터에서 ‘강제’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 파괴되는 환경, 주민들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을 이름 ‘강정’은 물이 풍부하고 많은 곳이라는 뜻이라 했다. 그러나 현재 해군기지 진입도로 건설이 추진되어 강정천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셋째날 오전]

예정된 일정은 제주4.3평화공원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무등이왓 길을 걸으며 설명 들었던 ‘정방폭포’. 그 동안은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 물줄기 보며 사진 찍었던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다시 가보자는 제안으로 ‘정방폭포’와 강정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 범섬이 바라보이고 해군기지 펜스가 둘러져 있는 ‘멧부리’로 향했다.

[마무리]

점심을 함께 먹고 오후 2시30분. 제주공항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이제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우리는 지금, 무슨 이유로 길을 걸었을까?’ 3일간의 여정 속에서의 고민들이 자신의 일상 속 변화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걸었던 흔적들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길 기대한다.

목포지부 코디네이터 문지영

*** 이번 역사기행은 네이버 해피빈 모금을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