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남긴 9월 18일,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합숙이 열렸습니다. 포이동 인연공부방은 포이동 재건마을에서 2005년 만들어져 10년째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번 가을합숙은 처음 만나는 신입쌤들과 아이들이 친해지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합숙이 열린 날 마침 포이동 재건마을 화재 4주기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쌤들은 함께 저녁을 먹고 문화제를 보고 함께 합숙을 했는데요, 바쁜 일정이었지만 여러모로 알찬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 6월 12일 화재 이후, 주민들은 화재를 기억하기 위해, 마을의 재건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마을에서 맘 놓고 살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싸울 것을 다짐하기 위해 문화제를 매년 열었습니다. 9월 18일 열린 문화제는 메르스로 연기된 화재 4주기를 기억하며, 주민들과 포이동의 벗들의 마음을 모으는 동시에, 갈수록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강남구청에게 연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9월 18일 일정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신입쌤들이 하나둘씩 남부혈액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식사의 메뉴는 족발과 편육, 육개장, 홍어무침, 떡 등 잔칫상을 방불케 했습니다. 포이동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 대한 주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문화제를 보러 나갔습니다.
문화제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평화캠프 서울지부 용윤신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에서 포이동 재건마을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다루었지만, 포이동의 상황에 대해 주민들의 발언을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조용했지만 감미로웠던 황푸하의 공연, 신나는 춤을 추던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은 포이동 재건마을의 독특한 분위기를 쌤들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제가 끝나고 나서 합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합숙 프로그램은 금요일반 교사들이 직접 만들고 진행까지 직접 했는데요, 간단한 자리바꾸기 게임으로 팀을 나눈 다음,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했습니다. 문제는 야구부터 걸그룹 EXID 까지 다양한 난이도가 있었는데요,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 사람들의 난감한 표정은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레몬즙을 마신 사람을 찾아라!’ 게임을 했습니다. 팀별로 오렌지 주스와 레몬즙을 마시고, 팀당 한 명씩 있는 레몬즙을 마신 사람을 찾는 게임이었습니다. 레몬즙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도 혼란을 주기 위해 연기를 했습니다. 어찌나 연기를 잘 했던지 두 팀 모두 범인(?)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 다음 게임은 그림 그리기 게임이었습니다. 제시어를 주고, 4-8초 이내에 그림을 그려서 뒷사람에게 전달하면 마지막 사람이 맞추는 그림이었습니다. 뒷사람에게 더 잘 전달하기 위한 욕심에, 날개를 그리거나 다리를 하나 빼는 등의 꼼수(?)를 종종 부렸는데, 그래서인지 정답을 맞추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림 그리기 게임을 마치고, 아이들과 문화제때 남은 음식과 간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보드게임인 ‘뱅’을 했는데, 보안관 팀과 무법자 팀, 배신자로 이루어진 게임에서 단 한명에 불과한 배신자가 승리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쌤들과 아이들이 팀을 이루어 탁구를 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놀았습니다.
합숙은 새벽 4시에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갔고, 교사들 몇몇은 잠을 잤고, 다른 교사들은 새벽 6시까지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첫차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정이 많았지만 그만큼 알찬 1박 2일이었습니다.
이번 합숙은 예년처럼 시끌벅적하거나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조용하면서도 알찬,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합숙을 시작으로 신입교사들은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게 되는데요, 앞으로 시작될 포이동 가을학기를 잘 지켜봐 주세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