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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 재건마을 사람들+자원활동가.

지난 9월 18일 저녁 6시 30분, 매봉역 4번 출구. 포이동 재건마을로 향하기 위해 서울지부 자원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메르스로 연기된 포이동 재건마을 화재4주기 문화제로 향하는 길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함께 걸은 16명의 자원활동가들은 양재천 작은 다리 너머 보이는 마을, 포이동 재건마을과 마주합니다. 알바, 수업으로 이어졌던 일상의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좁고 길게 이어진 마을 입구로 밀려 들어가며 서로의 바뀐 눈빛들이 교차합니다. 오늘 함께 포이동 재건마을을 찾은 자원활동가들은 막 평화캠프와 인연을 맺은 신입자원활동가들입니다. 또 이렇게 새로운 인연은 낯설음과 설레임이 어우러져 시작됩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마을에 들어서자 주민 분들이 음식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시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얼른 가방 내려놓고 밥부터 먹으라는 주민 분들의 다그침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편육부터 육개장,떡,부침개까지 상다리가 부러질듯합니다.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에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하루 종일 그 따뜻한 밥 한 끼를 준비하시며 연대하러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주민분들의 마음을 언제쯤이나 헤아려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여기서, 함께.

<우리, 여기서, 함께> 이번 포이동 재건마을 화재4주기 문화제의 이름입니다. 그렇습니다.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강제 이주로 떠밀려 이 곳에 정착하라하여 살아온 세월입니다. 또 다시 내몰려 쫓겨날 수는 없습니다.

용윤신 서울지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김재의 코디네이터가 준비한 포이동 재건마을 역사 다큐를 함께 보았습니다. 포이동 재건마을은 1979년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강제이주당한 빈민들, 넝마주이들을 시작으로 형성되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사람이 살고 있는 부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민등록증을 말소당하면서 한 순간에 유령마을, 불법점유자가 되었고 정부는 주민들에게 47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토지변상금을 부과했습니다. 토지변상금은 현재까지 남아 주민들의 생활을 옥죄고 있습니다. 2011년 6월 12일에는 불에 타기 쉬운 소재로 되어있는 마을에 난 작은 불을 막지 못하고, 결국 큰 불이 되어 마을의 3분의 2가 타버렸습니다. 그러한 재앙에도 불구하고 재건을 방해하는 강남구청 직원들과 용역들의 폭력에 맞서 평화캠프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 시민들, 정당들이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지키고 복구해냈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다큐를 통해 포이동 주민 분들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는 숙연해졌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황푸하씨의 감성적인 공연과 야마가타 트윅스터씨의 에너지 넘치는 안무가 겸비된 공연까지 감상하며 연대의 기운은 무르익습니다. 늘 포이동 재건마을을 위해 달려와 공연까지 펼쳐주시는 분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모두에게 전해집니다.

다큐 속 시간으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신현희 구청장을 선두로 한 강남구청과 용역들은 포이동 마을을 위협하고 있고 심지어는 용역들이 마을에 상주해서 살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에 맞서 포이동 재건마을 주민들은 지난 9월 7일부터 새누리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강남구청 직원 1명과 용역대장 1명이 마을에 상주하기로 한 것에 대한 항의 시위였습니다. 이 1인 시위는 문화제가 펼쳐지는 18일에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씨의 이단옆차기처럼 시원한 발차기로 강남구청 직원들과 용역들이 얼른 물러나고 마을에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포이동 재건마을을 향한 시선과 관심과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 여기서, 함께.

<평화캠프 서울지부 함동엽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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