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남다른 우리,
나눔인권캠프

/ 나눔인권캠프 서울단장 김유현

나눔인권캠프의 시작

오래 전 이맘 때, 두 달 후면 펼쳐질 상상 속의 대학생활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그 동안 수능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노트에 적어왔던 리스트를 몽땅 해버릴 계획이었죠. 독립하기, 동아리 활동하기, 알바 구하기, 연애하기, 자원활동하기 등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데 정작 a부터 z까지 하나도 아는 게 없었어요. 그 당시 저의 고민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여자 혼자 살아도 안전한 원룸은 어디서 구하지?’
‘사장님한테 무시 안 당하는 알바는?’
‘술 안 마시는 동아리는 없나?’
‘새터에 가면 장기자랑을 꼭 해야 하는 건가?’
‘좋은 대학생활이라는 건 도대체 뭐지?’

다들 잘 알아서 하는 것 같은데 나만 혼자 허둥대는 것 같아 속상했고, 잘 몰라서 헛고생하기도 했어요. 아는 선배 한 명만 있었어도, 대학을 먼저 간 형제만 있었어도 그렇게 오래 끙끙대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나눔인권캠프는 저와 비슷한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내 옆에 꼭 한명은 있었으면 싶었던 그 사람이 되어 보자구요. 2박 3일 동안 ‘나눔인권캠프’라 이름으로 함께 할 우리는 그렇게 모였습니다.

우리는 왜 하필 ‘나눔, 인권’ 캠프일까요?

캠프 신청서에서 제일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바로 “의미 있는”이었습니다. 청년실업, 비정규직의 꼬리표가 붙는 청년세대지만 스펙 쌓기가 아니라 여전히 인권에 대해, 나누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저에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권’에 대해 아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를 나눔으로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나눔인권캠프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빈곤, 장애, 여성 등 여러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캠프를 준비하면서 서포터즈들과 세미나를 할 때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믿을 수가 없다.” ‘빈곤’을 주제로 포이동 재건마을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터였는데,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강제이주를 당한 사람들이 주민등록증이 말소되었다가, 지금까지도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국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지구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귀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나는 어떤 대학생활을, 나아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함께 ‘의미 있는 삶’, ‘나누는 삶’을 만들어 갑시다.

참,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원래 나눔인권캠프에서는 ‘16학번’이나 ‘예비대학생’과 같이 ‘대학생’만을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인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대학생에게만 국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우리가 말하는 ‘인권’이란 비대학생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함을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명확하지 않고, 모집에 한계가 있어 위와 같은 홍보문구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 캠프 때에는, 여러분과 함께 예비대학생이 아닌, ‘새내기 나눔인권캠프‘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은 남다를 나의 대학생활

제가 처음 평화캠프를 만난 건 대학 새내기 시절, 장애어린이와 함께하는 주말학교 교사 모집포스터부터였습니다. 여기서 만난 제 짝꿍의 어머님은 청소년 자원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마지막 졸업식에서 거듭 부탁하셨습니다. 발달장애청소년의 시선을 담은 프로그램이 부족하거니와, 가정 형편상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을 구하는게 하늘에 별따기인 목욕보조활동의 활동참여자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이들을 만나면서 ‘남’의 이야기가 ‘내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는 제가 여러분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게 되었네요.

남들 다 가는 대학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대학을 다니며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는 것에 따라 너무나 다른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 첫걸음을 ‘나눔인권캠프’로 선택하고 결정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옳은 길’을 선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은 남다른, 조금은 특별한 대학생활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