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연대로 풍성했던 포이동 화재 5주기, ‘희망의 집에 살자’
6월 8일, 평화캠프가 2005년부터 10여년간 연대해 오고 있는 포이동 재건마을의 화재 5주기 문화재가 열렸습니다. 포이동 재건마을은 1981년 정부의 넝마주이 강제이주 사업으로 만들어진, 강남구에 있는 몇 안되는 판자 마을 중 하나입니다. 주민등록 등재와 토지변상금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던 지난 2011년 마을에 큰 불이 났고,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의 연대로 마을을 다시 재건할 수 있었습니다. 화재 5주기 문화제는 마을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과 더불어 포이동 재건마을에서 마음을 나누기 위해 열리게 되었습니다.
문화제가 열리기 전에, 포이동 희망의 집 모형을 짓는 사전행사가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일, 비누방울에서 활동하는 김영도님과 자원활동가들이 만들어둔 나무판넬에 페인트를 칠하고 나무와 집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서울지부의 김유현 코디가 밑그림을 그렸고 다른 사람들은 색을 채웠습니다. 평화캠프 코디들의 아이들까지 페인트칠에 합세해서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전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진행된 문화제에는 민중생존권쟁취를 위한 철거민연합의 가재웅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과천 경인지구 철거민들, 넝마공동체 등 마을주민분들과 꾸준히 연대해온 분들이 참가했는데, 주민분들이 식사를 준비한 마을회관 1층은 발디딜틈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또 2015년 겨울 포이동 마을회관과 공부방에서 숙박하며 파업투쟁을 진행한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노동자들, 전국노점상연합, 민달팽이 유니온 등 연대단체와,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전현직 교사들도 함께 했습니다.
문화제는 가재웅 의장님의 발언으로 시작되어 서울지부 노래패의 공연으로 그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지부 노래패는 지난 420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집회에서 3차례 공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연습과 무대를 거치지 않아 다소 투박했지만,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노래패의 노력에 주민들도 참가자들도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노점상연합, 희망연대노조, 민달팽이 유니온, 평화캠프 서울지부 의 발언이 중간중간 이어지는 가운데, 야마가타 트윅스터님과 박준님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님은 이날 장애인집회에서 공연을 하고 오셨다고 하는데, 늘 그랬던 것처럼 ‘이단옆차기’와 ‘돈만 아는 저질’이라는 노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랫동안 포이동 투쟁에 연대해온 박준님은 주민들에게 다가가 함께 어울리며 소박하지만 깊은 정을 나누었습니다.
이날 문화제에는 강남을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전현희 씨가 함께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구의원들이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제가 마무리되고 나서는 사전행사 때 만든 포이동 재건마을 희망의 집에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미처 못다한 이야기들을 뒷풀이에서 나누며 화재 5주기 문화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함께한 비누방울과 도토리 자원활동가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직도 주차장에 용역들이 들어와 주민들에게 시비를 걸고, 마을에서 살아가며 매일 마음 졸여야 하는 주민분들에게, 포이동 화재 5주기가 넉넉한 나눔과 연대의 장이었길, 그리고 포이동을 매개로 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개발과 부의 상징과도 같은 강남 지역에서 좀더 넉넉한 사람의 세상을 다시한번 꿈꾸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봅니다.
김재의 / 평화캠프 서울지부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