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방학이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설레고 즐겁기만한 겨울 방학이 갈 곳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장애어린이들에게는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평화캠프 서울지부에서는 이번 겨울 그 시간이 외롭지 않도록 장애어린이들과 함께 눈썰매장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나들이는 고슴도치 인연맺기 학교 어린이들과 뚝섬 눈썰매장으로 다녀왔습니다. 마침 날씨도 봄처럼 따뜻해서 어린이들과 선생님들 모두 소풍을 다녀오는 기분이었답니다. 썰매를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눈이 쌓인 놀이터에서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소꿉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하람이와 소진이가 함께 만든 눈사람 가족들이 귀여웠습니다. 놀다가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기도 했는데요. 열심히 노느라 배고팠던지 아이들과 선생님들 모두 간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무지개색이 들어간 솜사탕 하나에 즐겁게 웃고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고 예뻤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아이들이 서로 더 반가워하고 더 좋아해하는 모습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함께 바라보는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예쁜 미소가 걸려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하람이와 세은이가 다투기도 했지만 짝꿍쌤들의 중재로 잘 화해도 하고 마무리 단체사진도 예쁘게 찍었답니다!
두 번째 나들이는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달팽이 인연맺기 학교 어린이들과 하늘달리기 청소년들과 함께 어린이 회관 눈썰매장으로 다녀왔는데요. 오랜만에 타는 눈썰매에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짝꿍 쌤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함께 놀다가 왔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너무 들떠서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눈썰매를 신나게 탔습니다. 덕분에 활동 사진에는 썰매를 타러 가는 짝꿍 쌤들과 어린이들의 뒷모습밖에 남지 않았지만요. 썰매를 무서워하는 친구들하고는 산책을 하기도 하고, 이글루도 함께 만들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승원이가 갑자기 이유모를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짝꿍 쌤이 쥬니버 네이버 노래를 틀어주어서 기분좋게 집으로 함께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자세한 이 날의 이야기는 함께 스탭을 해주셨던 김미성 선생님의 후기를 덧붙입니다.
/ 김미성 자원활동가
지난 토요일 달팽이 인연맺기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어린이 회관 눈썰매장에 다녀왔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내려 눈썰매장에 가는 동안 인연썸머 이후로 간만에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에 괜히 나도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역에서 눈썰매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길 곳곳에 쌓인 눈을 밟고 싶어서 이쪽저쪽 움직여 다니는 것을 보면 귀엽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인연맺기학교나 인연썸머 캠프에서와는 다르게 스텝의 자리에서 나들이에 함께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한편 짝꿍일 때완 달리 어린이들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어울릴 기회가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길을 걸을 때는 그나마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손도 잡고 그랬지만 눈썰매를 타러 어린이들이 짝꿍 선생님과 손을 잡고 떠나버리니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나 할까. 어린이 한 명이 선생님을 위에 둔 채 혼자 내려오는 사태가 몇 번 생겼었는데 그 때는 역시 스텝이 지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눈이 오기 시작하고 사진 스텝 선생님이 “쌤, 눈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라며 말을 거셨을 때는 조금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 인연맺기학교를 할 때 평가회의에서 스텝 선생님들끼리만 붙어서 이야기하고 계시지 말고 어린이들에게 더 다가가 달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왜 그러셨는지 알 것 같았다. 모자 위를 털어보니 눈이 우수수 떨어졌고 진짜 눈밭에 외로운 눈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사진 스텝 선생님이 사진을 찍을 수도 없게 내려오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휙휙 다시 튜브를 끌고 위로 올라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진짜 최고 귀여움이었지만. 간식을 먹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매점 안이 정말 복잡했는데 함께 앉아서 먹지 못하고 따로따로 떨어져서 간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아쉬웠다. 나중에 위쪽에 있는 매점은 사람이 적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매점 두 군데의 상황을 모두 알아보고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고 나서 서로 오늘 활동을 하며 느낀 것들을 세 가지 키워드로 골라 열매 모양 포스트잇에 써서 나무에 붙이고 서로 키워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스텝 선생님들은 한 자리에서 혼자 있다 보니 이야기가 비슷했다. 춥고 외로웠다든가 매점에서 음식 나를 때 너무 복잡하고 힘들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 짝꿍 선생님들은 함께 활동한 어린이 특성에 따라서 다들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해주셔서 재밌었다. 어떤 선생님은 같이 신나게 눈썰매 타는 것을 기대하고 오셨는데 어린이가 썰매를 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내내 산책만 하셔서 힘들었다는 분도 있었고 어린이가 눈썰매를 끌어달라고 해서 정말 루돌프처럼 내내 썰매를 끌어주느라 힘들었다는 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키워드는 ‘새롭다’였다. 처음에는 키워드 쓰신 분이 새내기이니 대외활동도 처음 신청해보고 그냥 이렇게 어린이들과 함께 나와서 하는 활동을 한 적이 없어서 새롭다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발달 장애가 있는 어린이니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고 말도 안 들어서 힘들 줄 알았는데 짝꿍 어린이가 말도 너무 잘하고 의사 표현이 확실하고 같이 눈썰매타자고 하면 말도 잘 들어줘서 발달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너무 새로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외에도 ‘소통’, ‘이해’, ‘듣기’와 같은 키워드들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인연맺기학교 10주를 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이 짧은 시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상을 바꾸는 자원활동이라는 슬로건이 갑자기 더 와닿는 기분이었다. 나 역시 자원 활동에서 만난 어린이들과 어린이들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 같이 활동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예전과 생각이 달라졌고 또 기획단으로 이렇게 함께 하고 있는데 새로운 활동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괜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급마무리. 나를 포함해서 선생님은 두 명이나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어린이들 정말 아무도 다치지 않고 사고 없이 나들이 잘 갔다 와서 다행이었다. 지난겨울에는 기존 자원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아서 못 갔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모집해서 어린이들도 선생님들도 대부분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참 좋았다. 매년 겨울마다 눈썰매장 나들이 하면 좋겠고 이번에 함께 하셨던 분들 새내기 캠프랑 인연맺기학교, 인연 썸머로 또 연결되어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