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 12일 새내기 자원활동 캠프를 다녀오며
/ 김승희 자원활동가
평소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하는 저는, 2월 10일 금요일부터 12일 일요일까지 새내기 쌤들과 스텝 쌤들과 함께 포이동 재건마을로 새내기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첫 만남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다소 서먹서먹했지만 즐거운 ‘공동체 놀이’를 통해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쑥쑥 진화게임’은 목록에 적힌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 미션을 수행하고 이름을 적는 게임인데, 5단계에 걸친 동물 흉내를 내다보니 서로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줄무늬 양말을 신은 사람이 김정현 쌤 뿐 이어서 혼자서 40바퀴를 도신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다음으론 ‘오리엔테이션’과 ‘공동체 내규’를 공부했습니다. 총 20가지의 내규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비속어를 종종 사용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람들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예쁘다’, ‘귀엽다’라는 표현이 상대방에 대한 칭찬으로 무조건 기분 좋게 들릴 줄만 생각했던 저는, 상황에 따라서 오해와 불쾌함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내기 캠프 내에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학에 가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이러한 규칙들을 지킨다면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첫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문미정 사무총장님의 ‘자원활동론 강의’를 들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차별받는 현실에서 그것을 직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평화 캠프의 소개를 듣고 나니 평소 자유를 추구하는 저의 가치관과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르바이트를 취소하고 이 자리에 온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또한 이 캠프를 오면서 주변인들에게 ‘봉사활동’이라고 소개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봉사’라는 것은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동정의 마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행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배웠고, 서로에게 상호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의미의 ‘자원활동’이라는 단어를 배웠습니다. 자원 활동의 6가지 원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대가’ 이였습니다. 학생 때부터 의무적으로 정해진 시간의 자원 활동을 해야 하는 교육의 현실에서 ‘그거 봉사활동 시간 주는 거야? 그거 취업할 때 도움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입시 제도에서 변질되고 있는 여러 학교 시스템이나 자원 활동들을 보면서 많은 책임과 고민이 들었습니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OX퀴즈’를 했는데 제가 우연으로 1등을 하게 되었고, 문미정 사무총장님이 직접 만든 금은 종이 목걸이를 상품으로 주셔서 재밌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모둠 별 시간으로 ‘시사이슈별 자원활동 주제 토론 및 선정’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모둠은 문미정 쌤, 김미성 쌤, 배대웅 쌤, 유지은 쌤, 이정현 쌤, 전누리 쌤이 속한 2조 였습니다. 저희들은 2016년에 있었던 5가지 이슈들을 되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저에게 작년 한해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라 사회의 깊은 이야기들을 알지 못했습니다. 저희 조가 선정한 주제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프리미엄 버스(장애 이동권)였는데, 제 의견을 많이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쌤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고민해보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서 토마토 동요에 맞춰 아침체조를 하고 밥을 먹고 ‘미니운동회’를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오랜만에 해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짝꿍 술래잡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통해 춥지만 따뜻하고 즐거운 아침이 되었습니다. 특히 00게임을 할 때 맞잡은 손이 꼬여 잘 풀리지 않아 다 같이 웃으면서 재밌게 놀았던 것으로 추억됩니다.
점심을 먹고 평화캠프와 인연이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콘서트’를 하였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포이동사수대책위 공동위원장 송희수님으로, 비록 환경은 열악할지라도 주민들 간의 끈끈한 정과 도전들을 보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배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공부방에 있는 선생님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처음에는 상처도 받으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연관계형성에 노력하셨다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평화캠프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신 신연주님으로, 칠판을 비료포대로 쓰고 천장에 매달려 달리는 버스 등 네팔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주변 사물을 이용하여 노는 것이 창의적 교육에 좋다는 현지 코디분의 말씀을 듣고 잠시 동정의 마음을 가졌던 자신을 반성하신 모습이 인상 깊었고, 저 또한 자원 활동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았습니다. 세 번째는 꿈고래놀이터 협동조합에서 활동하신 임신화님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서 투쟁가로 나서시는 모습이 멋져보였습니다. 어렸을 적 정신질환을 앓았었던 동생과 자라면서 부끄럽고 숨기기에 급했던 예전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들만의 개성을 살려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모습에 꿈에 대한 열정과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받으며 저녁밥을 먹고 ‘시사이슈별 자원활동 기획 및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여성혐오와 차별문제와도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 저희 조는 가부장제 철폐, 피의자 신변 보호 등 해결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획한 자원 활동은 ‘cctv를 찾습니다’로, 여성 혐오와 차별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있는 매체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모니터링 집단을 모집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떠한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홍보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아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조 활동의 재미와 경청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셋째날
캠프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제일 기대하던 짝꿍 장애어린이들과 서대문청소년수련관에서 ‘겨울 운동회’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짝꿍 어린이를 만나기 전, 지민이가 지하철과 같은 교통을 정말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과연 어떤 아이일까?’하는 궁금증과 설렘이 다가왔습니다. 누리쌤이 직접 완성하신 지하철 그림의 이름표를 지민이에게 걸어주니 좋아하는 모습에 저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신촌에서 서대문으로 이동하려는데 지민이가 다른 검색 없이도 버스 노선도를 외워서 타야 할 버스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신기했고 놀라웠습니다. 버스 창문을 보며 지나다니는 차들의 번호판에 적힌 숫자 4글자를 저에게 알려주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표현했습니다. 운동회를 함께 하면서도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어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장애물 이어달리기를 할 때 ‘쌤 쌤 빨리오세요!’라고 외치며 저를 이끌어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준 지민이에게 고마웠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함께 공놀이를 하며 뛰어다니고 사고 없이 건강하고 알차게 운동회를 보낸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간식을 먹는 시간에는 지민이와 지훈이가 기부 프로젝트라며 쌤들과 어린이들에게 유부초밥과 토스트를 선물하며 함께 나눠먹는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운동회에서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지민이와 지훈이의 예쁜 마음씨에 따뜻함을 느끼며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