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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찬란하씬(scene), 도깨비 나라
–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을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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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 재건마을과 10년 이상 소중한 인연들이 이어지는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은 모두에게 첫사랑이었습니다. 포이동 재건마을의 주민들에게 있어 공부방 선생님들이 그러했고, 공부방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첫사랑이 되어 그 질긴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평화캠프가 포이동 인연공부방을 시작하게 된 그 시작 또한 포이동 재건마을의 역사에 마음이 꿈틀거렸던 그 첫사랑이었습니다. 때로는 하늘까지 솟구치는 심장으로 드나들었고 때로는 땅까지 꺼질 듯한 마을의 안타까운 현실에 심장이 꺼져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쓸쓸하고 찬란하씬(scens)들이 포이동 재건마을에 펼쳐졌습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첫사랑의 인연들을 초대했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북적이진 않았지만 인연 도깨비들은 손에 작은 도깨비방망이를 쥔 채 하나둘 포이동 재건마을을 찾아와주셨습니다.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니 뚝딱 포이동 프리마켓 테이블은 바자회 기증 물품들로 가득했습니다. 이 테이블 주변으로는 서로 머리를 맞대며 고르고 골라 선물하기에 바빴고 마을회관 2층은 맛난 음식준비로 쓱쓱 쓱쓱 칼질 소리가 쉴 틈이 없었습니다. 오전부터 마을 주민분들께서 손수 함께 먹을 저녁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자원교사들과 학생들이 좋아할 분식이 저녁 메뉴로 좋을 것 같다고 떡볶이와 어묵탕, 김밥 100줄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그리웠던 주민분들의 손맛은 또 이렇게 잊혀지지 않을 모양입니다.

어느덧 마을회관 가득 도깨비 OST가 울려 퍼졌습니다. 지난 학기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자원활동 영상과 함께 도깨비들의 파티는 시작되었습니다. 유치부 학생들의 현란한 피아노 연주 영상에서부터 퇴적암과 퇴학의 단어 사이를 오가며 동문서답하는 모습, 빼곡히 영어단어들이 펼쳐지는 노트글자들, 수학 한 문제를 둘러싼 옥신각신하는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의 공부방 모습들에 웃음소리가 이어졌습니다.

‘POIDONG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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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멀리 영국에서 마이크와 김민선 님이 포이동 재건마을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촬영을 하고 가신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포이동 재건마을 지킴이 페이지를 통해 영상 작업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촬영 후 두 번의 겨울을 보내고 마주한 다큐멘터리 ‘POIDONG VILLAGE’는 따뜻했던 그 해 여름의 마을 풍경을 한가득 느낄 수 있었고, 주민분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또 다르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7분 정도의 짧은 다큐멘터리는 송희수 포이동재건마을사수공동대책위원장님 나래이션으로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2011년 마을의 화재가 2012년으로 조각이 잘못 맞춰져 있었지만, 처음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주민들과 함께 볼 수 있어 참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이제 포이동 재건마을의 이야기는 한국을 떠나 더 먼 곳까지 전해질 것 같습니다.

몸으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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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팀장이 되어 팀원을 제비뽑기로 뽑아서 스피드퀴즈에서 몸으로 말해요, 마을 퀴즈에 레몬 빨리 먹기까지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즐거운 게임 한마당도 펼쳐졌습니다. 포이동 프리마켓으로 기증된 물품 중에는 제주 프리마켓에서 산 이효리 티셔츠, 스크래블 보드게임, 찻잔 세트들이 경매로 나와 물품에 담긴 저마다의 사연을 소개하며 새로운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새 학기 새 출발을 응원하는 자원교사들의 영상편지가 이어질 즈음엔 또다른 출발의 즐거움에 앞서 작별의 아쉬움이 전해져 잠시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은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자랑인 탁구시합. 뭔가 언제나 우승은 정해져 있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몸으로 말하며 인연 도깨비들의 파티는 찬란한 여러 씬들을 남겼습니다.

쓸쓸하고 찬란하씬(scens) 도깨비들을 찾습니다.

메일로 전화로 문자로 초대장을 보내는 날, 눈이 내렸습니다. 이렇게 고마움을 전하는 지금은 어느덧 날이 많이 풀려 눈이 비가 되어 함께 내립니다. 늘 그 첫사랑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그리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년 새 학기를 맞아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은 그 쓸쓸하고 찬란하씬(scens) 도깨비들을 찾고 있습니다. 함께 도깨비방망이를 신나게 두들겨 주시기 바랍니다.

/ 엄선미 평화캠프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