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연맺기학교 4월 22일 3주차 나들이 후기
/ 김서인 자원활동가
햇살도, 바람도, 공기도 모두 좋았던 날! 진짜 놀러가기 좋았던 날! 4월 22일. 이날 어린이들, 쌤들과 ‘어린이 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린이와의 관계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가장 많이 생긴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크고 작은 잘못을 많이 한 날이기도 했다. :(
신촌역에서 세원이를 만났다. 세원이와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이름표를 걸어주었다. 그냥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보호자분께서 “오늘 가는 곳이 과천 대공원인가요? 어린이 대공원인가요?”하고 물으셨다. 나는 과천 서울 대공원만 가보아서, 보호자 분께 문자를 보낼 때, 별 생각 없이 ‘과천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말씀드린 거였다. 인연맺기학교(?)문자로는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하시고, 나는 ‘과천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하니, 보호자 님께서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다. ‘내가 책임지고 하는!!’ 자원활동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런데 시험기간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카톡 내용을 주의 깊지 않게 확인했던 거 같기도 하고, 책임을 잘 지지 못한 것 같아서 모두에게 죄송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약간 멘붕 상태로 활동을 시작했다. 세원이는 좋아하는 자동차 이름들을 말했다. 그러다 세원이가 내 휴대폰을 보고 가져가려고 했다. 보호자 분께서 처음에 ‘세원이가 휴대폰을 보면 가져가려고 하니까,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라.’고 하셔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물음표들이 떠올랐다. ‘세원이가 무엇을 검색할까? 세원이는 무엇을 좋아할까?’ 세원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패턴을 푼 휴대폰을 세원이에게 주었다. 세원이는 다른 것은 보지 않고 바로 네이버 앱에 들어가서, 자동차 이름을 검색하고 그 사진들을 보았다. 그리고 CGV, 롯데시네마를 검색해서 영화 포스터를 보기도 했다. 특히 ‘슈퍼버드’ 포스터를 자세히 보았다. 그러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세원아. 이제 이동하니까, 휴대폰 주세요.”라고 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끼고 있던 팔짱을 빼면서 싫은 티를 내며 계속 내 손을 피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지하철에서는 세원이가 휴대폰을 하고 있어도 될 거 같아서 그냥 두었다. 세원이는 계속 자동차, 영화관을 검색했다.
그리고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힘으로 빼앗을 수 밖에 없었다. 나쁜 짝꿍쌤이 된 것 같았고 무척 미안했다. 다음부터는 그동안 하던 것처럼 휴대폰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야 겠다. 세원이는 잠시 “전화기 주세요.”하다가 곧 괜찮아졌다. 심하게 짜증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잘 걸어서 보물찾기하는 곳까지 갔다. 저번 주에는 세원이가 내게 기대다시피 해서 걸어서, 좀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잘 걸었다 !! 기분이 좋은 거 같아서 좋았다.
보물찾기 ! 처음에는 보고도 지나쳐서 ‘별 관심이 없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포켓몬 종이를 가리키면서 “우아!!저게 뭐야?? 포켓몬이다~~!!”라고 해야, 세원이가 그 종이를 주웠다. 그런데 2,3 번째부터는 스스로 종이를 찾고 잘 주웠다 ㅎㅎ 보물찾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서 ㅎㅎ 다행이었다. 7개를 모아서 스티커를 받았다. 받자마자, 스티커 몇 개를 떼어서 지도에 붙이면서 좋아했다. ^0^
그리고 목걸이 만들기 !! 풀칠, 가위질.. 등을 다 스스로 했다. 특히 가위질은 엄청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깃털, 보석 등을 붙여서 완성했다. 그러다가 뽁뽁이(?)에 관심을 가졌다. 몇 개 꺼내고 계속 보고 그랬다. 그러던 중 “갈색!”이라고 계속 말했다.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런데 아마도 “갈색 뽁뽁이”가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갈색 잃어버렸어? “라는 말을 반복했다. 스탭쌤께 여쭈어보았더니, 그 색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팔으로 엑스 자를 그리며, “갈색 없대.”라고 했다. 세원이는 “엑스?”라고 말했고, 나는 “응, 갈색 엑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 손등을 세게 꼬집었다. “세원아, 선생님 아프잖아. 선생님 꼬집으면 돼요? 안 돼요?”라고 말했더니 “안 돼요”라고 하면서 그만했다. 세원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러다가 “비닐 박스”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게 뭘까..?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그게 뭐야? 비닐 박스?”라고 계속 했고, 이런 대화가 반복되었다. 세원이도 많이 답답했을 거다. 그래서인지 또 내 손등을 꼬집었다. 내가 세원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게 미안해서 사과하면서 “미안해. 그런데 선생님 꼬집으면 돼요? 안 돼요?”라고 또 말했더니 “안 돼요”라고 하면서 그만했다.
그리고 동물원에 가는 시간이었는데, 세원이는 놀이터에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스탭쌤께 말씀드리고 세원이랑 둘이서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처음에는 미끄럼틀을 탔고. 그다음에 “그네!”라고 하면서, 그네 줄에 섰다. 그네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10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세원이는 짜증내지 않고 잘 기다렸다 ! 그리고 세원이 차례가 되었고, 내가 세원이를 밀어주었다. 세원이는 좋아했고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는 줄이 길어서, 충분히 타지 못하고 세원이한테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싫어하면서 계속 그네에 앉아있으려고 했다. 그네를 더 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세원이를 더 태워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또 힘으로 세원이를 그네에서 끌어내렸다. 진짜 미안했다. 그 때, 세원이가 또 꼬집으면서 때렸다. 나는 다시 “그네 더 못타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선생님 때리면 안 되지. 선생님 때리면 돼요? 안 돼요?” 라고 했고. 세원이는 또 “안 돼요.”하고 화내기를 멈추었다.
그네를 타고 나니, B지역으로 모여야 할 시간이 되어서, 그쪽을 찾아 갔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원이는 이때쯤부터 “힐스테이트”라는 말을 계속 했다. “힐스테이트 가자~”는 말도… 나는 계속 “힐스테이트? 거기 누가 살아?” “오~ 힐스테이트~” “힐스테이트 가봤어?” “힐스테이트 누구랑 가?” 라고 말했다. 세원이는 말 반복하는 걸 안 좋아하는데, 내가 계속 비슷한 말을 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동안 쌓였던 짜증이 폭발한 걸까? 이날 화낸 거 중에 가장 심하게 화를 내면서, 내 손등을 꼬집었다. 그 때는 왜 화내는 지 정말 모르겠고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화를 내면서 잘 안 걸으려고 했다. 자꾸 멈춰섰다. 그런데 이때 우리는 계속 늦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정말 급했고..길도 잘 몰랐다. 그리고 세원이에게 누구를 꼬집으면 안된다고 잘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런 얘기도 잘 못해서,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정말 울고 싶었다. 그리고 약간 세원이를 끌어당기다시피 해서 걸어갔다. 미안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이러고 있을 때, 스탭쌤과 연락을 하느라, 휴대폰을 꺼냈다. 어쩌다 보니, 세원이가 내 휴대폰을 가져갔고 계속 세원이가 풀리지 않는 패턴을 연구(?)하고 있었다. 시간도 늦었고 길도 몰라서, 스탭쌤과 전화를 해야했는데 세원이가 주지 않아서 말로 하다가 또 힘으로 빼앗았다. 정말 미안했다.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보호자 분이 대공원 입구로 데리러 오셔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어린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잘 대하지 못한 것 같아서 슬펐다. 고민이다. 조금씩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