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도토리인연맺기학교] 넘치도록 전해주고픈 마음

지난 캠프의 기억이 여름날의 햇빛만큼이나 나에게 강렬히 남아서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성큼 찾아온 가을, 도토리 인연맺기학교에서 새롭게 만들어나갈 우리의 추억은 어떤 모양일까? 설레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많은 고민과 생각들로 시간을 보냈다.

나의 첫 인연맺기학교의 짝꿍친구는 서찬이다! 서찬이는 무척 활동적이고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다. 사실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처음에는 걱정이 조금 앞섰지만 산책로를 따라 서찬이와 함께 뛰었던 그 순간만큼은 힘든 것도 잊어버린 채 달렸던 것 같다. 근래에 내가 이렇게 아무런 걱정도 생각도 없이 달려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서찬이가 외부 활동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이번 4주차 활동은 특별하게도 바람개비 인연맺기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는 합동나들이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장소는 남산골 공원으로 지하철로 10분 거리인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신기하게도 나들이 날에는 항상 날씨가 좋았는데 바람은 조금 차가웠지만 햇볕만큼은 따스한 그런 날이었다. 그동안 서찬이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번 나들이에서 바람개비 친구와 짝이 되어 미션을 함께 완주해나가는 서찬이의 모습을 새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장소가 탁 트여 있고 주변에 나무와 낙엽이 가득한 곳이 많아서 달리기 외에 숨바꼭질 등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숨바꼭질 놀이는 채은쌤과 함께 했는데 술래에게 들킬까봐 수풀 뒤에 숨죽여 숨어있는 서찬이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비눗방울 터뜨리기 놀이를 하며 저 멀리까지 쫓아가기도 하고 박 터뜨리기 놀이에서 있는 힘껏 콩주머니 던지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느낀 것은 서찬이는 확실히 몸으로 하는 활동을 더 좋아한다. 항상 에너지가 샘솟는 서찬이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 그 에너지가 더욱 커지는 듯하다. 서찬이는 겨루기를 좋아하는데 꼭 그 날마다 겨루는 종목이 다르다. 그동안 겨룬 종목은 ‘키 재어보기’, ‘팔씨름’, ‘비행기 멀리 날리기’ 인데 이번 나들이에서는 ‘더 높이 나무 만지기’ 대결이었다. 사실 결과는 항상 서찬이의 승리다. 그렇다고 봐주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항상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고 있는 중이다ㅎㅎ

서찬이는 나들이 활동을 할 때면 주변에 나뭇가지나 낙엽들을 한 번씩 만져보거나 떼서 가져오려고 하는데 날카롭기도 하고 다칠까봐 행동을 막아섰던 적이 많았다. 사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또 궁금해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안전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자유에 번번이 테두리를 그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돼’라는 부정적인 말보다 좀 더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었을 텐데 사소한 일에 걱정이 많은 나는 좀 더 넓은 시야로 보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시야에 관해서 한 가지 든 생각이 있다. 사실 짝꿍친구와 있다보면 신경이 한 군데로 쏠려 주변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활동이 끝난 후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된 적이 많았다. 두 가지 다 완벽하게 파악하고 신경 쓰는 일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민감하게 주위를 둘러 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말에는 힘이 있어 내가 쉽게 건네는 말 한 마디에 아이들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말을 건네기 전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다. 이를 테면 칭찬인데 아이의 모습 하나하나에 진심을 듬뿍 담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렇게 얘기해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가 너무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멈칫하게 된다. 내가 느끼는 만큼 표현해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지 모르겠다. 이 때 알았다. 나는 표현이 아주 서툰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활동 동안 서찬이와 함께 하면서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는데 그 때마다 넘치도록 칭찬해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나의 마음은 이만큼인데 항상 요만큼 밖에 보여주지 못하니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항상 내 마음에 남는다. 앞으로 나는 서찬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짝꿍쌤이 되고 싶다. 내가 무슨 마음을 가지는 지 알 수 있도록 아낌없이 표현해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계도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도토리 인연맺기학교에서의 남은 날들이 함께 쌓아갈 많은 추억들이 기대가 된다. 그 속에서 아이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한 뼘 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 이우정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