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 바람개비인연맺기학교]

익숙하고도, 소중한 또 한번의 토요일 또 한번의 인연맺기

이번 주 내내 기온이 떨어지며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나들이인데… 날씨가 추워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힘들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하였다. 프로그램 준비할 때도 실내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하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의미가 없었다. 인연 맺기 당일 거짓말처럼 기온이 올라가며, 아주 따사로운 가을 날씨가 되었다. (역시 내일 걱정은 내일모레로) 

유진상가에 다 같이 모여 153번 버스를 타고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어린이와 선생님 합쳐 20명이 넘는 사람이 대이동을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생님들은 행여나 짝꿍 어린이를 놓칠까 봐 손을 꼭 잡았다. 버스에 다 같이 올라타면 이런 걱정을 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재잘재잘 떠들어댄다. 내가 완전히 이해 못 하지만 다들 즐거워 보이는 건 확실하다. 우리가 버스를 타면 나도 모르게 기사님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예전에 우리의 모습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버스 기사를 만나서일까…. 그때부터 버스 탈 때마다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우린 그냥 주말에 나들이 가는 탑승객일 뿐인데, 왜인지 따가운 시선을 느끼는 건 나의 괜한 선입견일까. 진짜일까? 여전히 헷갈린다.

모두가 자연사박물관에 무사히(?) 도착했다. 예정되어있던 실내 베이스캠프를 버리고, 야외에 있는 나무 아래 자리 잡았다. 모든 어린이가 자연사 박물관으로 구경을 가고, 오늘 하루 스태프인 나는(동현아 ㅠㅠ 왜 오질 않니….) 야외 베이스캠프에서 어린이들을 기다렸다. 가을 햇살 아래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주일 동안 느꼈던 여유 중 가장 평화로웠다. 어린이들이 ‘박물관이 재밌어야 할 텐데’ 라는 마음과 동시에 ‘빨리 나와서 나도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나오는 어린이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였다.
어린이들은 자연사 박물관 앞에 있는 롱~ 미끄럼틀을 좋아했다. 사실 나도 좋아했다…. 저번 학기에도 아주 즐겁게 미끄럼틀을 타던 내가 생각났다. 산이, 재윤이가 제일 신나게 미끄럼틀을 탔다. 나도 산이를 놀아주는 척…  조금 탔다. 선생님 중 나만 미끄럼틀을 재밌게 타나 조금 부끄러웠는데, 역시! 다른 선생님들도 아주 신나서 타고 있었다. (졸업 영상에 선생님들의 그 행복한 비명(?)을 꼭 담아야겠다) 그렇게 모든 어린이가 나와 한가로운 오후 햇살을 만끽하였다. 

다 함께 유진상가로 돌아와 실내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점토를 활용해서 박물관에 봤던 동,식물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잘 참여해주었다. 동,식물을 안 만드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어디 모양이 중요한가? 각자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작은 손으로 주물러서 만들어가는 행위가 의미 있었다. 옆에 있던 짝꿍 선생님들도 어린이와 함께 점토를 만들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바람개비 선생님들은 금손이 많다. 나는 똥손인데 ㅠㅠ 마지막은 늘 그렇듯 그림일기를 쓰며, 보호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 분씩 도착하시면, 어린이들은 언제 선생님이란 놀았느냐는 듯이 보호자의 품으로 간다. 이런 모습을 매주 보지만, 시원섭섭하다. (매정한 어린이들) 이렇게 2019년 가을 학기 8주차의 활동이 끝이 났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내가 처음 인연 맺기에 와서 준서와 짝꿍을 한 게 2년이 다 되어 간다. 나는 더는 안 크는데, 어린이들은 한 학기마다 아니, 매주 키가 크는 거 같다. 부러운 녀석들 ㅠㅠ 이제 가을학기가 2주가 남았다. 2주 후가 지나면 토요일마다 허전하겠지? 또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이런 걱정하기 전에 다음 주 준비나 잘하자…….

이번 주도 모든 선생님, 코디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2년 동안 인연 맺기 하면서, 두 번째로 활동 후기를 적어보네요…. 글을 잘 못 적어서, 항상 피했는데. ㅠㅠ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PS. 필홍 어린이, 아 아니…. 선생님이 이제 나보다 키가 크다……. 이런…. 이왕 이렇게 크는 거 180이 넘는 날까지 화이팅♡

/ 김윤상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