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증장애인 목욕보조 활동 “비누방울”을 마무리 하는 이준우 자원활동가의 글 입니다
비누방울 활동을 종료하고 그간의 기억들을 되새겨 보았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의 느낌부터 그간 해왔던 활동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실 평화캠프를 처음 시작할 때 비누방울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여름캠프에 참가하고 인연맺기학교에 들어갔지만 비누방울은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 후로 정신없이 지내는 와중에 비누방울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받게 되었고, 원래부터 해보고 싶었던 활동이었기에 당장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자윤님댁에 가는 날은 꽃피는 4월이었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같이 비누방울을 하던 동영쌤을 따라 자윤님 집을 찾아갔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며 배웠다. 처음 목욕보조를 할때 너무 막막했다. 내 몸이 아니다보니 어떻게 씻어야 할지 자윤님의 의사를 아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윤님과 얘기를 하며 나름대로 조절하며 활동을 했다. 알고보면 목욕은 서로간에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적당한 물온도를 맞추더라도 내가 느낀 온도과 자윤님이 느낀 온도는 다르다. 자윤님은 좌식생활을 주로해서 활동량이 적어 추위를 많이 타신다. 목욕을 어떻게 해야할지 서로 잘 말하고 잘 알아들어야 한다. 내가 힘을 주고 들어올려야 할 때가 있고 자윤님이 힘을 주어 직접 일어나야할 때가 있다. 미끄러운 화장실에서 하는 목욕은 마치 서커스를 하는 것 같다.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처음엔 어설픔 그 자체였지만 나중엔 한 몸처럼 움직인다. 서로 합을 잘 맞추어야 성공적인 목욕을 할 수 있다.
한 일년쯤 지났을까 한참을 활동하다가 그만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자윤님과 꽤 많은 얘기를 나눠왔고 굉장히 가깝다고 느꼈다. 나는 씻을 때 혹시 아프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쌔게 씻지 않았는데 얘기를 나누다 자윤님은 뽀득뽀득 씻는 걸 좋아한다는 걸 듣게 되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을 가면 씻을 때 너무 아팠던 기억 때문에 조심조심하며 씻었는데..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었다. 그동안 말을 못해서 답답하셨을지 아니면 내가 못 알아들은건지 모르겠다. 그후론 힘을주어 뽀득뽀득 시원하게 씻어드렸고 그러면서 자윤님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자윤님은 정말 밝고 말씀도 재밌게 잘하신다. 같이 활동을 하다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분이다. 마음 무겁게 비누방울에 갔다가도 자윤님의 밝은 기운에 걱정을 곧 잊어버린다. 내 마음도 목욕을 하는 것처럼 목욕이 끝나면 개운해졌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가슴 깊숙히부터 올라오는 상쾌함이 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활동을 해왔다. 코로나로 모든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목욕을 하는순간 만큼은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활동이 2년에 접어들면서 어느 날 갑자기 슬럼프가 왔는지 힘에 부치다는 걸 깨달았다. 꽤 오래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달 이후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말씀드리고선 이게 잘한 선택일까 고민했다. 자윤님, 아버님, 어머님, 활보선생님 모두 가족처럼 나를 대해 주셨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 너무 섭섭했다. 그동안 활동을 마치고 문 밖을 나가면 과분히도 많은 걸 받아가는 기분이었다. 가족처럼 정말 아껴주셨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이때 받은 애정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헤어지는 순간이 너무 아쉬웠고 자윤님께 언제든 놀러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다음 주에는 정말 놀러갔고 귀한 손님이라며 맞아주셨다. 비누방울을 통해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 비누방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