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도배 자원활동 잘 마쳤어요

 

허준영 신정고등학교 1학년 평화캠프 자원활동가

처음 평화캠프 도배 자원 활동을 신청한 계기는 중학교 동창 친구들과 한 달에 한번이라도 얼굴을 보기 위함이었다. 또한 친한 친구들과 함께 자원 활동을 하면 더욱 뜻 깊고 즐거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당연한 듯 봉사점수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나를 위해 자원 활동을 시작했다.

평화캠프와의 첫 만남은 ‘도배 자원 활동’이라는 제목에 맞지 않는 인권교육에서였다. 장애의 이해, 성 평등교육과 자원활동론의 주제로 교육을 받았다. 긴 시간 동안의 교육은 다소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자원 활동’ 속 의미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교육을 받는 동안에 책임감에 대해서 많이 강조를 받았다. 처음엔 나의 이익을 위해 ‘도배 자원 활동‘을 지원했지만, 이왕 하는 거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남을 위해 자원 활동에 참여하자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도배 자원 활동 첫 날, 자원 활동을 하게 된 장소는 한 다문화 가정이 사는 아파트였다. 문이 열리고 자원 봉사자분들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왠지 모르는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평소에 다문화 가정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과 좋지 않는 시선을 받는 것을 보고 굉장히 안쓰러워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만 가지고 뒤에서 보고만 있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이제야 나를 위해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 조금 부끄럽고 미안했던 것이다. 이런 감정 속에서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도배 자원 활동에 임했다.

우리가 도배할 방은 두 개였다. 방을 보니 곰팡이도 있고 대체로 초라해 보였다. 우리는 두 방에 도배를 시작했다. 기존에 도배지를 떼는 것부터 시작해서 풀을 바르고 도배지를 붙이는 것까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 도배를 끝냈다. 그 가정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한명 씩 있었는데 도배지로 꾸며진 방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봉사점수만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도배 자원 활동은 기분 좋게 마치게 되었다.

도배 자원 활동 두 번째 날은 도배 물품이나, 도배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배우고 도배 장소로 가게 되었다. 이번 도배 장소는 할아버지께서 혼자 거주하시는 집이었다. 자원 활동을 하기 위해 그곳으로 갔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하루빨리 완쾌하셔서 집으로 돌아오실 할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활동에 임했다. 도배를 마치고 후에 들은 사실이지만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목이 아프셨다고 하는데 이제는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아서 아침에 깨면 상쾌하시다고 전해 들어 굉장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배 자원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자면 7월 달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였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약간 어지럽기도 했다. 나는 도배를 하면서 문득 ‘나는 잠깐 이렇게 힘들지만 내가 도배 자원 활동을 하면서 만나 뵈는 분들은 하루하루가 힘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도배를 무사히 마친 후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던 나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준 자원 봉사자 분들께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고마웠다. 비록 한 달에 한번이고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마치 가족과 같은 배려였다.

마치 사람들에게서 소외된 어둠속에 작은 등불 하나를 가져가 비춘 듯한 이번 상반기 ‘도배 자원 활동’을 마치면서 가족 같은 자원 봉사자 분들과 웃으며 자원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 때문에 한 달에 한번이 너무 기다려졌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 남을 위해 끝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2015년 하반기에도 도배 자원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