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길들이기는 발달장애성인과 지역주민이 한달에 한번씩 만나 나들이를 하며 인연을 맺는 자원활동입니다.
11월 28일, 날씨가 추워진다고 일기예보에서 잔뜩 겁을 주던 날이었습니다.
평소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나들이를 해오던 ‘세상길들이기’는 추운 날씨를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오전에는 실내프로그램을 하다 점심을 먹고 날씨가 그나마 따뜻한 오후에 시간 맞춰 나들이를 하기로 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화정에 있는 평화캠프 사무실에 모일 때는 조금씩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자원활동가들과 활동참여자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었고 모두 따뜻한 옷차림이라 다행이었습니다.
첫 번째 활동은 탈그림 그리기_ 처음에는 탈을 쓰고 바깥으로 나가볼까 했지만 이내 부끄러워진 우리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탈을 완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준혁(가명)씨는 통일성을 위해서 주황색으로 탈 전체를 칠한 후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눈과 입술에는 다른 색을 칠했다며 필담으로 예술작품의 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끊어질 때까지 손목에 하고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실팔찌 만들기를 진행했어요. 손 근육을 움직이고, 생각하면서 15-20분 정도 만들어야 하는 다소 어려운 작업이기는 했지만 모두 즐겁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팔찌를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12시, 점심때가 되어 우리는 유부초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난생 처음 음식을 직접 만들어본다며 흥분한 자원활동가들과 배가 고픈 마음에 유부초밥을 만들자마자 먹기 시작하는 활동참여자 사이에서 차분히 하나씩 24인분의 유부초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컵라면과 함께 배가 부르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소화도 시킬 겸 나들이를 갈 시간, 화정도서관을 지나 화정을 빙 돌아 장미란체육관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바로 뒤에 펼쳐진 정겨운 밭과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장미란체육관에서 잠깐 쉰 후 왔던 길을 돌아와 화정도서관 옆 근린공원에 들러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늘 바깥에서만 활동하다가 실내에서 활동을 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시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