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궁쌤으로 활동해온 지 3년하고 반 개월이 지났을 무렵 자원활동론을 직접 강의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함께 준비하며, 틈틈이 공부하며 준비하자고 했기에 안도하며 좋다고 했다. 점차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 때 ‘자원활동가대회’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른 지부의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대회라니 움츠리고, 긴장했지만 임해수련원에 도착하니 모두가 사근사근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자료집과 옷, 이름표를 받은 뒤 모둠별로 앉아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가 어떻고, 어느 대학에 다니느냐를 묻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자신을 나타내는 3가지의 키워드’면 충분했다. 이후 공동체 놀이로 강강술래를 하며, 양손을 잡고 청어 엮기, 풀기를 하였다. 전달되는 체온에 마음 또한 어색함을 풀고 부드러워졌다. 이어서 하반기 활동보고를 하였다. 평화캠프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인연맺기학교, 비누방울, 도배사업단, 해외자원활동-네팔에 학교 짓기, 도시농부학교, 로드스쿨, 나눔인권센터, 야학, 인연공부방, 문해사업 한글교실, 포이동 재건마을 등 넓고 풍성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생소한 부분은 물으며 이어갔다. 활동가들의 고민은 더 많은 자원활동가 모집, 활동 지속성, 자원활동가 친목, 세미나 주제 정하기, 활동 참여자를 위한 노력과 마음이 담긴 프로그램 준비 등에 닿아 있었다. 도배를 하고 있을 때 집주인이신 어르신의 거처나 그분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목욕보조 활동이 어르신에게 어떻게 하면 더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까를 고민했다. 이웃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당시 그들의 감정이 내게 진하게 몰려왔다. 서로의 활동과 사례를 나누며 의미 있는 고민이 더해졌다.
둘째 날, <파이팅 팀리더> 교육에서 이제는 ‘우리라는 힘’을 알아갈 때라며, 리더는 무거운 것을 옮길 때 지휘하는 이가 아니라 함께 끄는 이로, 공감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 어떤 방향이 옳을까 고민하며 실천과 교육을 통한 성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사무총장의 이야기 중 생생하게 기억나는 말이 있다. “여러분의 언어로-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꿈이 또 다른 자원활동가들의 언어와 만나 전 체가 되어 또 다르게 와 닿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줄 겁니다.” 내 언어로 들려 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전하고 싶을까 속으로 되물었다.
점심식사 후 찬 겨울이 언제였냐는 듯 잠바도 벗어 던지고 겨울운동회를 하고 상반기 계획 발표를 했다. 그리고 ‘인간의 조건’ 기본소득 토크콘서트가 진행되었다.
누구에게나 꾸준히 대가 없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돈이 생긴다면? “나야 좋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될 것이고, 불안함을 덜고 생활에 안정을 부르며, 예측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패널들은 본인의 삶, 활동해오면서 느낀 현실에서 기본소득의 절실함을 전했다. 적은 기초생활수급 비로 살아가기도 힘겨운 데 그마저도 지원을 받으려면 어렵고 복잡한 증명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스템.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를 얘기했다. “기본소득은 매 순간, 순간이다.” 라고 말한 어느 활동가의 말이 맴돈다. 목욕보조활동을 마치고 생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은 개운하지 않았다며 활동참여자인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고 했다. 살아가는 데 본질인 의식주를 존중받고, 실질적 평등 속 연대를 꿈꿀 수 있는 삶. 사람을 신뢰하면서 살아가고 싶음이 기본소득에 대해 말하는 이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물으니 기본소득에 대해 더 찾아보며, 공부하며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 했다.
활동 중에 “평화캠프는 oo이다.” 를 완성하는 시간이 있었다. 내게 평화캠프는 ‘뒷 모습’이다. 함께 한 활동가들의 뒷모습을 좇아 또 다른 사람다움을 피어내기에.
봄보다 일찍 분주하게 향기를 나누는 이들이 여기 있다.
/ 이진아 _ 목포지부 콩세알인연맺기학교 자원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