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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부 LT 이튿날이 밝았습니다!

첫 식사당번팀의 아침을 맛있게 먹고 성남에 있는 소망재활원과 강남에 있는 충현복지관으로 두 팀이 나뉘어 시설현장활동을 갔습니다.

인연맺기학교 활동가가 많아 장애성인과 활동한 적은 없어 긴장과 걱정이 앞섰는데요.

소망재활원에는 중증장애인들의 거주시설로 활동보조, 식사보조 등을 주로 했습니다.

충현복지관은 발달,지체장애 성인들의 보호작업장에서 다이소 등으로 납품되는 물건들을 함께 조립했습니다.

각각 조금 다른 성격의 활동을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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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활동을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소감을 나눴는데요.

화장실, 숙소 등이 개방되어 사생활 보장이 되지 않던 것, 장애인거주시설의 생활교사가 적어 장애인 10명당 1명의 교사가 배치되어 있던 것, 휴게공간의 부족 등이

불편했던 점으로 나왔습니다. 또 보호작업장에서는 열을 이용한 작업환경, 안전, 한 공간에 있지만 비장애인(교사)와 장애인 간의 단절된 의사소통관계, 직업교육의 단편화 등이 안타까운 지점으로 나왔습니다.

사실 저희가 다녀왔던 시설들은 평균적인 시설보다 크고 좋은 시설이었지만,

그 동안 각 팀에서 ‘세미나’의 글로만 접했던 시설을 직접 접하면서 본인이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시설에 대한 소감을 나누다 보니,

대부분의 장애인이 살아가게 되는 ‘시설’에 대해 의문이 들고, 좋은 시설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시설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와 같은 고민들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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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나누기에 이어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의 ‘미소’님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오전에 다녀왔던 재단의 시설 외에도 미신고시설까지 시설은 그 종류도 참 다양했는데요.

몇 십년 동안의 시설 생활을 정리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 ‘자립생활’을 하는 ‘선철규’씨의 이야기에, 그 용기에, 그 행동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온갖 시설의 비리와 싸워왔던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폐쇄된 시설은 영화 ‘도가니’의 인화학교 단 한 곳뿐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가니’로 법이 제정되었지만, ‘도가니’ 이상의 인권침해에만 반응할 만큼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무감각해진 것은 또 다르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탈시설’은 단순히 ‘도가니’의 인화학교처럼 시설비리나 인권침해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규정하는, 시설에서 살아가는 삶 자체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원활동가 중에는 왜 그동안은 ‘시설’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까, 왜 ‘평화캠프’에 와서야 처음으로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많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이전 세미나에서는 탈시설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아 회의적이었는데, 오늘 선철규 씨의 영상을 보니 그 분의 모습이 너무 좋더라. 탈시설하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했는데, 누군가에게는 더 좋은 것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몸이 불편한 분과 다르게 발달장애인의 경우 ‘탈시설’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계속 남아있었는데,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되지 않나라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야말로 강박적인 사고에서 시설을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있었습니다.

요즘 시설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애인권활동가들 사이에 발달,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생활문제가 화두라고 합니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제한적인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은 언뜻 생각하기에 불가능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가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만약 본인이 결정할 수 없다면,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여전히 당연하지 않은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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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는 소감이 제일 감동적이었던 자원활동가에게 책 선물이 이어졌습니다.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라는 책의 제목이 오늘 하루를 너무도 간단하게 정리하는,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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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늦은 밤 시간에도 보드게임을 이어나가는 열정을 보여주는 우리 자원활동가들, 체력 참 대단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