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winter_10

[나눔인권센터]
자원활동의 경험이 다른 상황에 놓인 서로를 인식하는 것에 머물기보다
제도 및 정책방향, 의제개입, 나아가 나눔 철학을 바꾸는 실천으로 한 발 더 내딛습니다

[소식1]

2017winter_12

고양시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
제정을 환영하며

신지혜 / 평화캠프 고양지부 사무처장

  2015년 12월 9일, 평화캠프 고양지부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고양인권연대’에서는 UN이 정한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사례를 통해본 고양시 인권실태> 발표회를 개최했다. 발달장애성인과 함께 하는 나들이 ‘세상길들이기’ 자원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던 평화캠프 고양지부는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당시에는 ‘발달장애인법’(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전체 10대 장애인 중 70%가 넘는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어디로 가는지에 초점을 맞춘 발표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결국은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현실을 돌아보고, 발달장애성인이 ‘집’이나 ‘시설’에 머물지 않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함께 해야 할 고민들을 담았다.

평화캠프 고양지부는 발달장애성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총 4가지를 제안했다. 장애인식 개선 등을 위한 발달장애성인과 지역주민들의 인연맺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 제정’, 장애인의 자립을 막는 부양의무제 및 장애등급제 등을 폐지하고 최저임금법에 장애인이 적용되도록 개정할 것, 그리고 평생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후 1년 정도가 흐른 12월 6일, 고양시의회에서 ‘고양시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 고양시 발달장애인 지원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등이다. 고양시를 제외하고도 총 43개의 광역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가 만들어졌다. 매년 국가의 예산을 결정할 때마다 장애인 복지 예산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예산 취급을 받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흔들림 없이 장애인 복지가 시행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가 제정된 것을 격하게 환영한다. 또한 더 많은 지역에서 조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써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식2]

2017winter_11

서울지부 여성주의 모임에서는…
<사,랑,은 사치일까?>

전누리 / 평화캠프 서울지부 코디네이터

  지난겨울, 평화캠프 서울지부와 수원지부는 포이동 재건마을에서 2박 3일간 나눔인권캠프를 진행했습니다. 나눔인권캠프를 준비하고, 공동체 놀이와 강연을 함께 들으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만남의 시간들은 어느새 서로 다른 ‘너’와 ‘나’ 그 사이를 오가다 인권의 이름으로 ‘우리’가 되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나눔인권캠프 끝났지만 ‘우리’는 흩어지지 않고 고민과 실천을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첫 주제는 페미니즘이었습니다. 먼저 함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모임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시작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아쉽게도 바쁜 개인일정 등에 밀려 요즘은 저와 지수쌤, 두 명이 함께 이 모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나눔인권센터 여성주의 모임은 금요일 저녁 7시, 서울지부 사무실의 작은 방에서 수다를 나누는 느낌으로 진행 중입니다. 늘 그 시작은 과제와 시험의 압박, 만났던 사람들과 즐거웠던 일화, 최근 일어났던 일들이며,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일상을 보듬으며 열어갑니다. 읽어온 책에서 궁금한 점, 떠오르는 사례와 경험들을 나누다 보면 많은 이야길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어 있답니다. 어느 때는 약속했던 부분까지 진도까지 못 나가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읽기 시작하려던 때는 낙태죄 폐지에 대해 촉구하는 내 ‘검은 시위’가 열리고 낙태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지난 10월 1일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추진에 반발하는 여성들이 낙태 결정권을 침해받는데 항의한다는 차원에서 검은색을 택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검은 시위’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관련된 영화를 보고 이야길 나누고 싶어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4개월, 3주…그리고 2일>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낙태를 금지하는 루마니아 독재정부가 집권하던 1987년이 배경입니다. 영화를 본 후 여성의 몸과 폴란드와 한국에서도 이어진 검은 시위인 ‘내 자궁의 주인은 나’, 낙태와 피임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성의 몸과 권리, 낙태와 같은 사안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

가부장제 안에서 사랑은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많은 여성이 타인에게 사랑받아야 가치 있는 존재라고 배우며, 보살피고 복종할 것을 훈련받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두려운 상태가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속박된 상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사치일까?>에서 저자는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랑을 추구하는 작업은 곧 연대란 무엇인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자신만의 사랑의 방법을 찾기 전에는 자유를 찾을 수 없다”고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받았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지는 것, 지나간 애정을 상실이라 여기고 두려워했던 저를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는 저만의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뒷내용과 나누지 않은 이야기들 역시 기대됩니다. 이곳 나눔인권센터 여성주의 모임에서 나누는 고민과 이야기들이 성평등한 자원활동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