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원활동이 싹트는 뚜벅초들의 열린공간으로”
2017 봄, 평화캠프 서울지부가 새롭게 출발합니다.
그 시작을 분주히 알리고 있는 서울지부 사무처장 박홍선 신입코디네이터를 소개합니다.
Q. 드디어 새학기입니다. 이번 학기 꿈꾸고 있는 자신만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자원활동팀으로 인연맺기학교는 처음입니다. 두려움이 살짝 앞서서인지 서울지부 인연맺기학교의 이번 한 학기를 무사히 잘 운영하고 마치는 것이 작은 목표입니다. 자원활동 시작에서 지각, 결석 등 사소한 일상의 약속을 서로가 잘 지키고 존중하는 것부터 기본에 충실한 자원활동팀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봄의 새로운 기운처럼 생기 넘치는 얼룩말들이 되고자 합니다. 처음 마음먹은 그 열정들을 끝까지 품고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에게 기대며 함께 달려보기를 기대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지부 코디네이터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새롭게 함께 하는 코디네이터들과 마음을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서울지부를 만들겠다. 어떤 활동을 통해서 새로움을 전할 수 있을까요?
현재 펼치는 자원활동의 소중함만큼 자원활동을 통해 또 다른 자원활동들을 만들어내는 시도들 역시 소중합니다. 새로운 자원활동을 만들어 내는 소모임이 그 시작입니다.
우리가 읽어왔던 동화책을 다시 읽어보며 여성의 시선, 소수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흑설공주’는 여성주의 동화 창작 모임입니다. 자원활동가들과 익숙했던 동화들을 여성주의적 눈으로 바꾸어내는 글쓰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연맺기학교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늘 자원활동 장소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답사기행 소모임으로 ‘뚜벅뚜벅 뚜벅초’는 자원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활동장소들을 모으고, 직접 답사를 하면서 장애접근성과 공간에 주목해서 최적의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는 시도를 할 예정입니다. 인연맺기학교 활동참여어린이들과 떠날 나들이 장소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답사팀은 모두가 즐거운 곳인지,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한 문제는 없는지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장애인화장실 유무, 다 함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놀이 공간은 충분한 지 등이죠. 인연맺기학교가 그동안 나들이를 갔던 장소를 조금은 벗어나 보는 계기가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듯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활동참여자들과 함께 맛집을 가는 일은 꽤 어렵습니다. 계단에 막히기도 하고 휠체어 공간 확보가 어려울 때도 잦고 턱은 기본입니다. ‘평화캠프 테이스티 로드’ 소모임은 모두가 음식을 먹고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찾아 떠납니다. 음식도 먹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보며 맛집 지도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울의 장애인문화시설 지도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열심히 먹으러 다닐 예정입니다.
이런 소모임들의 활성화는 또 다른 자원활동을 고민해보는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각 팀의 자원활동 테두리를 벗어나 어우러져 다른 주제로 교류할 수 있는변화로도 기대해봅니다.
Q. 평화캠프의 자원활동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삶의 고민에는 언제나 두 가지의 단어가 자리합니다. ‘장애’와 ‘교육 불평등’. 늘 장애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실은 제겐 발달장애 1급인 동생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행동하는 예비교사 모임 포스터에 이끌려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교육불평등이 관심 주제였던터라 그 이끌림 역시 자연스러웠습니다. 지역에 있는 공부방을 통해 학기 중에는 학생과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방학 중에는 2주 동안의 교육현장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평화캠프 자원활동과 인연이 되었어요. 늘 고민하던 두 주제를 아우르는 평화캠프 자원활동에 자연스레 녹아든 것 같습니다.
Q. 자원활동을 하면서 기대하는 모습들이 있었을 텐데 막상 다르게 다가온 점들은 없었나요?
처음엔 자원활동에 그 기대가 크지 않았습니다. 당시엔 방학 중 2주 동안의 교육현장활동으로 무슨 변화가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그 짧은 시간속에서 맺었던 사람과의 인연은 작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끝나고도 이어지는 인연들, 지속하는 자원활동의 시간들. 2011년~2015년 동안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학생이 중학생으로 자라는 그 성장 과정을 함께 보며 저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골의 공부방에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한다는 측면도 좋았지만, 이 이어진 인연의 소중함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언제부턴가 어차피 다음에도 또 만날 터라는 믿음은 서로의 마음에 자리했고, 헤어질 때는 울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든 또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Q. 인연맺기학교와 그런 면에서는 조금 닮아있네요. 그래서 인연맺기학교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단순히 보호자와 자원활동가들과 소통하고 일회적인 만남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서 평등한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두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함께 꿈꾼다는 것이 가장 닮았습니다. 인연맺기학교를 통해 함께하는 자원활동가 모두가 장애와 차별에 대해서 울림을 가지고 세상을 조금씩 바꾸자는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최근 평화캠프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장 ‘좋아요’를 많이 클릭해주시는 분이 어머님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원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응원이자 감시이지 않을지. 잘하고 있는지 하는. 어머니께서는 꽤 오래 십 년 넘게 지역에서 장애인운동을 하셨습니다. 평화캠프 활동을 한다고 하니 관심 있게 지켜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보호자로서 그 입장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고 있으세요. ‘내가 만약 인연맺기학교에 보내는 보호자라면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혹은 ‘상상이 가지 않거나 힘들 땐 네 동생을 생각해보면 어떻겠니’ 하시면서. 발달장애 1급인 제 동생은 소화전 누르고 다니는 것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불을 좋아하고, 뭐든 자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관심을 두는 대상이 위험요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주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려 하지 않지만, 어느덧 늘 다니는 길은 혼자 다녀옵니다. 혼자 버스를 타고 갔다가 체육관에서 다시 마치면 돌아옵니다. 많은 변화가 그동안 크고 작게 있었습니다. 그건 한 번도 포기한 적 없었던 우리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특히 어머니께서는 장애인운동에 헌신함으로써 ‘장애가 있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장애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가 문제다’라는 확고한 생각들을 사람들과 나누어서입니다. 그런 차별의 사회를 바꾸는 활동을 이어왔기에 변화는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통합학교를 만들고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자 나섰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내가 꿈꾸는 나의 삶을 이야기해주세요.
평화캠프 자원활동을 다시 서울에서 시작하면서 왜 숙제처럼 생각하고, 숙제만 하려 했을까 막상 질문을 듣고 울컥했습니다. 제게도 기대가 있었고 꿈이 있었는데 말이죠. 시골 혹은 교외에 작은 학교 혹은 공부방에서 대안 교육을 고민하며 아이들과 놀고 수업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만들어서 완성하는 성취감이 좋아서 목공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전부터 꿈꾸던 제 삶의 모습입니다. 교육현장활동을 갈 때마다 자주 그 꿈을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밤새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바로 다음 날 수업하고 또 평가하며 2주를 버티는 삶이 참 좋았습니다. 닫힌 교육현장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서로가 또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