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 도토리인연맺기학교] 반짝반짝 빛나던 도토리의 10번의 토요일!

평화캠프와 인연맺기학교에 이제 꽤 오래 참여하면서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는 것은 익숙해진 것 같은데 아직도 헤어짐은 아쉽고 낯설다. 당장 이번주 토요일부터는 인연맺기학교가 아니라 학원 알바를 하러 가야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포스트 인맺 종업식 증후군으로 또 몇 주 동안 토요일이 특히 더 재미없고 심심하고 비어 보일 것 같다.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첫번째 토요일

한 학기 만에 도토리에 돌아오면서, 이전학기 합동 졸업식이나 캠프에서 잠깐 봤던, 새로 온 친구들을 첫 날에 만나게 되었다. 팀플 때문에 발런티어 학교도 못가고 심지어 활동 첫 날에 시험 일정 때문에 (시험도 별로 잘 못봤다 흑흑) 엄청 늦어버려서 허둥지둥 길도 잃어가며 찾아간 기억이 난다. 늦게 가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고, 처음보는 활동참여자 친구들과 새로 오신 쌤들을 만나면서 사실 속으로 “나쁜 첫 인상을 남긴거라면 어쩌지”하고 잔뜩 긴장했었다.

그래도 원래 알던 친구들도 쌤들도 다 반겨주셔서 금방 본성대로 잘 나대면서 시끄러울 수 있었다. 겨울 캠프 때 친해진 하엘이는 내 이름은 기억 못했지만 내 얼굴을 보고 나를 알아봐줬고 지우는 예전에 짝꿍도 했었는데 기억 못 했지만 옆에서 광영이가 알려줬다. 산책을 나갔을 때 짝꿍쌤인 윤주쌤과 경원이랑 걸어갔는데, 내가 잘 잡아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불편했을텐데 짜증 한 번 내지 않는 경원이한테 고마웠고 같이 사진도 한장 찰칵했다. 첫 날 활동 중에 빨대로 바람을 슝 불어서 종이 나비를 날리는 활동이 있었는데, 서준이가 나한테 공동 심판을 시켜줬다. 나라는 사람을 기억하든 못하든 첫날부터 지각이나 한 스탭쌤을 반겨줘서 정말 고마웠다.

어여쁜 이들과 어여쁜 곳에서 함께했던 두번째 토요일

4월 13일 두번째 활동은 나들이었고, 처음 만난 한준이와 한준이의 짝꿍쌤 경화쌤과 같이 다니면서 한준이는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코끼리랑 사자와 곰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날이었다. 동물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고민들이 있지만 그래도 밝게 웃는 한준이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날도 좋았던 이 날 어린이 대공원은 벚꽃도 사람도 진짜진짜 가득했고 이리 저리 자리를 찾아서 쌤들 모두 인생샷을 건지려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수민쌤이 유빈이랑 나빼고 둘이 사진찍는 걸 보면서 부러웠다. 애들한테 여러번 같이 사진 찍자고 주접(?)부리다 실패하고 같은 스탭쌤인 명현쌤하고나 사진찍었다. 그래도 예쁜 날 예쁜 곳에서 예쁜 사람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다.

장애차별철폐의 날, 세번째 토요일

4월 20일은 장애차별철폐의 날! 이 날 “우리 여기있어요”라고 써져있는 현수막에 활동참여자 친구들과 다같이 그림도 그렸는데 새삼 존재감 뿜뿜한 아이들의 그림이 메세지를 더 잘 전달한 것 같다. 이 날 산책하면서, 성북천에 있는 신기한 꽃들 다 봤다. 꽃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소연쌤이랑 윤주쌤이 나보고 “꽃이 꽃을 찍네요~”하고 놀렸는데 하엘이가 단호하게 “아니야!”라고 했다. 이후로 도토리에서 꽃 사진을 찍는 일은 줄어들었다….. 음 그리고 성북천에서 황새도 만났고 이 날 처음 필원이랑 풀싸움(?)도 하고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서 좋았다.


여러가지 고민을 마주했던 네번째 토요일

그 다음주 4월 27일은 나들이! 그것도 바람개비 인연맺기학교와 합 동 나 들 이 였다. 이 주 계속 날씨가 안좋았어서 걱정했었는데 정말 마법같이 토요일에 날씨가 좋아졌다. 역시 나들이는 소중해 <3 바람개비 친구들도 쌤들도 오랜만에 봐서 짱 반가웠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안좋은 점들도 있었는데, 이쁘게 길을 만들어놨지만 동시에 휠체어 이용자는 가기 힘든 곳이 너무 많았다. 나중에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데 시끄럽게 하면 안된다며 관리자 분께서 뭐라고 하기도 했다. 건물 안에서 뛰는 것도 아니고, 애들도 어른들도 외국인 관광객도 오라고 한 공간에 왜 애들은 시끄러우면 안되는 걸까. 사실 애들보다 어른인 내가 삼백배는 시끄럽고, 이 날 제일 잘 뛰어다닌건 필원이 다음으로 곰쌤과 호랑이쌤이었던 수민쌤과 소연쌤이었고, 당장 들어가지 말라는데에 들어가서 사진 찍는 많은 사람들도 있던데 왜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더 얌전히 있으라는건지 조금 어이없었고 짱 재밌던 우리의 게임을 멈추게 해서 조금 짜증이 났었다. 그래도 이 날은 서준이랑 다니면서 같이 사진도 많이 찍었고 또 서준이가 직접 내 사진도 찍어줬다! 포토제닉한 서준이는 사진을 찍히기도 찍기도 잘하는 사람이다.

진지한 고민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다섯번째 토요일

5월 4일은 전날 머리를 자르고 처음으로 짱 짧은 머리로 인맺을 간 날이었는데 아이들 그 누구도 내 머리에 관심이 없었다… 수민쌤이 준비한 도토리 출석부 아이디어는 짱이었고 아윤쌤의 그림 실력은 더 짱짱이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나도 그림을 잘 그렸으면 좋겠다. 나랑 명현쌤이 진행한 투호놀이에 짱 많은 젓가락들을 날렸고 못 쓰게 됐지만 아이들이 엄청 잘 참여해줘서 좋았다. 그리고 산책 나가서 쌤들이랑 짱 간지 사진도 찍었다. 이 날 끝나고 가족여행을 가느라고 평가회의를 빠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이 날 부터 아이들 관계와 다툼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시작했던 것 같아서 빠져서 더 죄송했다.

도토리의 기운이 가득했던 여섯번째 토요일

5월 11일도….. 시험보느라 늦었다…… 심지어 처음 가는 새활용 플라자 길 찾느라 더 늦었다……. 다음 학기 목표는 네버지각이다….. 이 날도 내가 오기 전에 뭔가 일이 있었다고 나중에 들어서 너무 죄송했다……. 사실 나는 스탭쌤의 역할 중 하나가 짝꿍쌤의 부담을 덜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었던 것 같다…….. 반성 가득 하루……. 이에 대한 벌일지도 모르겠는데 정우가 밖에 나와있는 물장..?에 바닥에 있는 돌을 꺼내달라고 해서 팔뚝까지 젖었다. 나중에 보니까 들어가면 안되는 재활용 물이라더라. 그래도 정우가 내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단톡 여기저기에다가 메세지를 보내줬다. 정우랑 친한거 티낼 수 있어서 좋았다. 정우가 간식 먹는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먹으면서도 한 입씩 쌤들게 나눠주는 정우는 참 착하고 귀여운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귀엽다는걸 너무 잘 아는 사람….!) 사실 이 다음다음날이 또 시험이었는데, 도토리의 기를 받았는지 공부 별로 안했는데 잘봤다!

편안하고 여유로웠던 일곱번째 토요일

널널해서 좋았던 이번 해 광주. 사실 할머니 생신이어서 못갈 뻔 했는데, 이게 내 대학생활 마지막 5 18 광주가 될 것 같아서 무리해서 갔다 왔다. 버스타고 가면서 희연쌤이랑 이거 저거 엄청 많이 얘기했는데, 둘 다 Introvert라며 도토리에서는 그래도 더 편하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새로 온 쌤들에게도 평캠이 도토리 인맺이 나에게 그런 것 처럼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구나 싶어서 사실 속으로 뭉클했다. 희연쌤이 이 때 초코송이도 사줬다. 희연 쌤 짱….!


처음으로 짝꿍을 해보았던 여덟번째 토요일

5월 25일은 이번 학기 처음으로 일일짝꿍이 되었다…..!!!! 광영이랑 짝꿍을 했는데, 새삼 왜 내가 짝꿍쌤보다 스탭쌤이 더 잘맞는지 느낀 하루여서 슬펐다. 별로 재밌지도 않고, 더 어떤 얘기를 할지 잘모르는 쌤이랑 짝꿍을 하게 되어서 광영이가 재미없어 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또 광영이가 해주는 얘기에 어떤 반응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도 내 손 잡아주며 걸어가는 광영이에게 내가 생각하는 걸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어서 뒤에 배경으로 쓰일 그림을 그리는데, 이전 미술시간은 되게 재미없어했던 광영이가 꼼꼼하게 색칠해서 너무 놀랐다. 내가 너무 빠르게 광영이는 미술 활동을 안 좋아하는 친구라고 생각했구나 반성하게 됐다. 사진을 찍는 걸 안 좋아하고 사진 찍을 때 꼭 안 웃는 광영이랑 사진을 찍는데 어쩌다가 광영이가 환하게 웃는 사진을 하나 건져서 행복했다. 다음엔 좀 더 친해지자 광영아~

무지개빛으로 반짝였던 아홉번째 토요일

내 최애 무지개 나들이 날이었던 6 월 1 일 ! 내가 제일 무지개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새로 무지개 원피스도 샀다 헤. 갑자기 무지개를 위해 쨍한 무지개 색 중 하나의 색을 입고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쌤들도 애들도 알록달록하게 입고 와서 짱 기뻤다. 게다가 이 날 분수에서 무지개도 봤다. 무지개 페이스페인팅과 무지개 바람개비 무지개 단체사진까지 정말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무지개들을 잔뜩 잔뜩 봤다. 이때쯤부터 시험과 알바가 겹치기 시작해서 일주일 내내 우울했는데, 토요일에 모든 무지개 에너지를 받은 느낌이었다. 

소중하고 푸근했던 열번째 토요일

마지막 날이었던 엊그제 6월 10일 종업식 날! 책임교사여서 활동 진행을 주로 맡았는데 내가 했지만 도톨킹 수여식은 짱이었다. 얼른 활동사진 구경하고 싶다!! 늘 그렇듯 벌써 끝이라고? 싶었던 인연맺기학교의 한학기 마지막 날. 실은 애들보다는 쌤들 욕심으로 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어서 미술활동이 더 많았고 그래서 좀 더 루즈했는데 10주차가 되니 딱히 활동이없어도 어색하거나 재미없어하지 않는 쌤들과 애들을 보면서 마음이 푸근해졌다. 헤어드라이기로 물감을 말리는데, 정우가 바람이 나오는게 신기했는지 통통치면서 쓰는게 참 귀여웠다. 사실 도와주려고 했던 것 보다는 산책나가서 분수에 옷이 젖어가지고 바지를 말리려고 했던 것 같다. 애들도 썜들도 인생샷을 잔뜩 건진 도토리스타그램을 끝으로 활동이 마무리 됐다…! 마지막 날인데 북콘서트 호다닥 가느라 평가회의도 제대로 못하고 마무리하면서 뭔가 당연하게 다음에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주의 시간이 이렇게 호다닥 지나가버렸다니 믿기지 않는다. 살짝 쌀쌀한 날부터 더운 6월까지 어린이들과 쌤들을 만났고 이 모든 기간 동안 토요일은 내게 다른 일주일의 날들을 괜찮게 만들어주는 참 소중한 날이었다

음 위에 글들은 사진 다시 찾아보면서 기억난 거 쓴 주저리주저리고 이번 학기 활동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활동후기를 쓰자면…
이제 확실히 평화캠프가 내게 온전히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이것저것 할 거 많은 평캠이 조금 버거웠고 실수 하면 안될거라는 긴장감과 고민이 한 가득이라는 부담감이 컸다. ‘비평화캠프’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 였는데…! 이제는 인연맺기학교의 10주차 토요일이 내게 한학기를 버티는 힘이 되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3년차 평캠짬밥으로 실수하는게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내가 실수를 해도 나를 평가하는 것보다 나에게 알려주고 같이 할 공간이라는걸 확신하게 되서 그런것 같다. 아이들하고도 필요한만큼 서로를 기다려줄 수 있는 관계 맺음을 하게 됐고 고민들을 마주했을때 좌절감을 느끼는 것보다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서로에게서 느끼게 됐다. 아직도 시끌벅적하고, 평가회의때는 늘 고민한가득이었지만 처음으로 아쉬움보다 기대감이 더 많이 남는 한 학기였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고, 다음엔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생겨서일까…! 마지막 소감나누기에 경화쌤이 쌤들 한분한분이 다 좋은 분들이어서 놀랐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것같다. 좋은 사람들과 만든 좋은 공간에서 더 오래오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캠프 와주세용><) 
한가지 아쉬운건 이번 학기에 빠진 친구들이 많았다. 나보다 바쁜 친구들 흑흑 그래서 잘 안 빠지고 사진찍는걸 좋아하는 친구들하고 밖에 사진이 없다. 다음학기 목표는 종업식 전까지 모든 어린이들이랑 셀카찍어야지!

내게 참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준 쌤들, 아이들, 평캠에게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하트해용💖

/ 자원활동가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