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동네에서 친구되기를 상상하는 50명이 자리해주셨습니다
6월 8일 장충동 문화살롱 기룬에서 <좋은 일 하는 것 아닙니다> 북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때마침 올해 봄학기 인연맺기학교의 종업식이 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자원활동을 마치고 온 인연맺기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북콘서트의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인연맺기학교에 오랫동안 함께해왔던 활동참여자와 보호자분도 한 켠에 자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책을 발간하는 데에 응원과 힘을 보태준 회원분들이 공간을 채워주셨습니다.
문화살롱기룬의 곳곳에 문구가 적힌 종이들을 전시했습니다. 우리가 인연맺기학교를 하면서 들었던 말들이기도 하고 장애인권에 대해 조사하면서 보았던 장애차별적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기도 했습니다. 또 한 켠에는 우리가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목소리 –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주장들도 적어 전시했습니다. 10월부터 6월까지, 9개월에 가까운 시간동안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만났던 세상을 손님들과도 나누며 교감하고 싶었습니다.
책 발간 작업에 함께했던 김동영 선생님의 따뜻한 기타연주를 시작으로 북콘서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북콘서트는 책에 대한 소개와 발달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로 구성되었습니다. 북콘서트의 패널은 <발달장애인과 동네에서 친구되는 법>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제안했던 신지혜 자원활동가, 현재 특수교육과를 전공하며 인연썸머와 자원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던 박민정 자원활동가, 같이가치 프로젝트 모금제안글을 보고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던 백은경 자원활동가, 그리고 현재 평화캠프 서울지부 자원활동을 운영하고 있는 양다혜 코디네이터가 자리했습니다.
나의 삶에 다른 이들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곳곳에 붙어있었던 문구들 중에 마음에 와닿았던 문구들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첫 자원활동의 경험, 자원활동을 이어가며 들었던 고민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의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장애인식, 교육, 자립, 가정, 지역사회…… 2005년부터 발달장애인과 인연을 맺어오며 쌓아왔던 무수한 고민들과 사회에 꼭 필요한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습니다.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이유로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과 따로 떨어져 살아가기를 강제했습니다. 장애인도 사람이라고, 장애인도 권리가 있다고, 장애인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습니다. 여전히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찾아 시작한 것이 자원활동이었습니다.
우리가 발달장애인과 동네에서 친구되기를 상상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들이 ‘불쌍한 사람들’이어서도 아니었고 우리가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쓸모에 의해 관계를 맺고 사람을 판단하게 된 이 사회에서 “함께 살기”를 소망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에 다른 이들의 자리를 마련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 온 몸으로 부딪히며 겪은 경험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경험이 또 다른 이들에게 용기로 건네지기를 바랍니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가능할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세상의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특히, 우리가 만나온 발달장애인은 가족을 벗어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방안은 없는가?
여전히 답을 함께 찾아가기를 원하는 질문들은 많습니다. 이 책을 엮기 위해 애써준 수많은 사람들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더 많은 질문을 하며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8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이 한 권의 책을 엮기 위해서 서로의 시간과 노력을 나눈 이유입니다.
그 시간과 노력들을 모아 세상에 책을 내어놓습니다. 우리 모두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지만, 우리의 시간에 온 몸으로 경험한 일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의 경험이 또 누군가에게는 발달장애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발간된 300권의 책 중 60권은 북콘서트에 자리해주신 분들과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의 지인들에게 드렸습니다. 40권은 인연맺기학교에 함께해주신 보호자님들께 종업식 날 건네드렸습니다. 100권은 꾸준히 평화캠프와 세상을 바꾸는 나눔을 이어오고 계신 회원분들에게 보내드렸습니다. 그 외에 50권은 평화캠프 고양,수원,전주,천안,목포 지부에 전달해 더 많은 지역사회에 우리의 이야기가 퍼질 수 있었습니다. 남은 50권은 발달장애인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사회단체들과 지역사회공동체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책이 발달장애인을 만나거나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만의 요구가 아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갇혀 사는 것’이 부당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요구로 함께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