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 도토리인연맺기학교] 나를 춤추게 하는 너의 한 마디
금요일 새 신발, 새 옷을 사고 머리도 자르고 (자랑)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10월 5일 토요일, 도토리 개학식! 이번주 책임교사를 맡으면서 직전까지는 떨리고 긴장되었는데, 막상 활동할 시간이 되니 아이들을 보는게 설레기만 했다. 또 어린이들 말고 선생님들도 대부분 12시라는 시간까지 식사도 드시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도토리의 대부분의 친구들은 오랫동안 만나왔고, 새로 온 친구들도 인연썸머 여름캠프에 만났던 친구들인데 그 짧은 새에 또 달라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도훈이는 결석, 서준이 유민이는 일찍 귀가해서 아쉬웠지만 (흑흑) 다음주에 또 어서 보고싶다.
이번학기도 스탭쌤이기도 하고 특히 첫 주 책임교사를 맡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모든 아이들과 한번씩은 말을 건넬 수 있어 행복했다. 다과회 시간이 끝나고 짝꿍쌤과 짝꿍어린이가 서로를 그려주고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각 아이들만의 그림과 발표 스타일이 보여 재밌었다. 서찬이나 한준이 같은 친구들이 자기 그림의 자신이 없어 해 조금 슬펐다. 못 그려서 깜짝 놀랄 거라고 했던 한준이의 그림도, 못 그렸다고 손으로 가리던 서찬이의 그림도 다 정말 소중한 그림인데, 알아줬음 좋겠다. 피곤해서 잠이든 친구들(ㅠㅠ)빼고는 모두 발표를 했는데, 부끄럼을 많이 타는 광영이까지 발표해줘서 고마웠다. 늘 그렇듯 꼼꼼하게 잘 색칠한 광영이 그림은 충분히 자랑해야하는데!
그 다음에는 감정카드를 이용한 도토리 규칙정하기 시간을 가졌다. 세 조가 각각 화남, 까칠, 슬픔의 감정에 맞춰 규칙을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는데, 기존의 단순히 규칙을 정해주거나,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린이들과 짝꿍샘들이 직접 토의하고 우리 도토리의 약속을 정하는 시간이었어서 의미있었다. (프로그램 준비해주신 승우쌤/다혜쌤 짱) 아이들이 너무 어려워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스스로 느꼈던 감정에 대해 솔직히 말해주는 친구들이 멋있었다. 직접 만든 약속인 만큼 10주의 활동 동안 꼭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약속을 정한 후에 앉아서 배구! 를 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처음 앉았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룰을 생각보다 너무 잘 지켜줘서 놀랐다. 사실 심판을 하면서 애들보다 내가 젤 신난거 같지만 그래도 꽤 오래동안 책상에 있어 지루해하던 친구들이 재밌게 프로그램을 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사실 공놀이를 하면서 아무도 다치지않고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음에 감사한다..ㅎ 실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무래도 그림 그리는 활동, 뭔가를 만드는 활동같이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활동을 많이 했는데 좀 더 다양한 활동을 생각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배구 후에는 산책을 나섰다. 아침에 짐을 챙기러 사무실을 갈때는 날씨가 안좋았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고 괜찮은 날씨에 나갈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아이들이 나가고 맨 뒤에서 따라갔는데, 엘레베이터를 좋아하는 정우가 맨 마지막으로 나와 같이 이동했다. 그러고보면 정우도 예전보다 (느낌적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많이 길쭉해진 것 같아 놀랐다. 생각해보면, 평화캠프에서 어린이들을 처음 만났을때 이후로 나라는 사람도 이렇게 변해왔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 변화의 시간에 같이할수 있어 감사하다.
맨 끝으로 나가서 아이들을 잔뜩 뛰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실내에서 기운이 없던 승준이가 산책로에서 신나하며 뛰어가는 활동적인 처음 보았다. 밖에 나와 개천을 봐서 신났던 걸까, 개천에 있던 학을 보고 신났던 걸까 궁금했다. 돌아와서는 피곤했는지 쭉 잠을 잤지만, 그래도 승준이의 새로운 모습을 봐서 좋았다. 정우랑 승준이의 투샷은 생각도 못했는데 산책에서 둘이 열심히 운동을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승준이가 친누나인 지율이 말고도 다른 친구들과 많이 친해지는 10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너른마당으로 돌아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준비물을 잘 챙기지 못해서 프로그램 하나를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 저번 주 휴대폰도 분실/도난당하고, 월말이라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었어서 잘 준비를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 정신없는 책임교사였지만 짝꿍 쌤들이 다들 열심히 짝꿍친구와 대화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타임캡슐을 만드는 시간에 3조 한준이랑 이야기했는데, 한준이가 내게 늘 리더십(!)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해줬다. 사실 목소리 큰 거 말고 아무것도 없는데, 한준이가 해주는 조곤조곤 칭찬은 정말 고래도 춤추게 할만큼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여유가 있는 스탭쌤인 만큼 꼭 도토리 내규대로 모든 친구들에게 칭찬을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말을 걸었는데, 나도 한준이 처럼 칭찬을 멋있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는 책임교사는 아니니까 덜 바쁘겠지. 다음 주에는 내가 사진도 많이 찍고 더 많은 아이들과 말하고 칭찬하고 싶다!
다른 쌤들도 정신없는 책임교사 때문에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ㅎㅎㅎ 남은 9주 동안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유진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