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 바람개비인연맺기학교] 울고 웃었던 너와의 첫 만남

최근에 매우 지치고 바쁜 일상을 보냈다. 저번 주에 활동을 참여하지 못해 이번 2주차 프로그램이 처음 임하는 때였는데, 심지어 책임교사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막상 당일이 되니 걱정과 긴장이 더 되었던 것 같다.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스럽기도 했다. 
약속한 시간 12시에 홍제역 유진상가에 도착하고 나니 책임교사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뭔가 리드하기에는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또 굳이 내가 나설 이유가 없어보일정도로 무난하게 흘러가기도 했다. 당일날 책임교사로서 역할을 한 부분이 거의 없는 거 같아 많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처음만난 짝궁 어린이 시후는 굉장히 착한 아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유독 다른 아이보다 눈을 떼서는 안되는 아이 유형이었다. 하고 싶은 것 하게 도와주고 타이르고 엉뚱한 곳으로 튀지않게 돌보고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 와중에 선생님들의 말을 잘 들어 기특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날 힘들게하다가도, 이제 그만 돌아가자라고 명확하게 말하면 별 불만과 투정없이 따라오는 것이다.

프로그램 마무리하면서 부모님을 만났을 때, 시후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당일 시후가 감정표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박수를 세게치고 자신의 무릎을 세게 치면서 울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내가 뭘 잘못했나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은 가끔 이유없이 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도했지만, 그래도 아직 내가 이 아이를 잘 모른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되었다. 앞으로도 시간을 더 같이 보낼텐데, 시후를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 박동녁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