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 도토리인연맺기학교] 참 멋진 내 짝꿍!
글의 첫머리는 날씨로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가 있지만, 12일 토요일은 도저히 날씨를 빼놓고 말할수 없는 날이었다.
날씨는 쾌청! 하늘은 석청! 기온은 엄청! 따듯하고 좋았다.
도토리 2019 F/W 2주차의 색 blue로 맞춰입고 나오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아이들이랑 뭘 하며 놀고 선생님들이랑 무슨 이야길 나눌까’ 기대를 잔뜩 가지고 성신여대로 갔다.
내 짝꿍인 경원이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입은 싫다고 해도 표정은 좋다고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아니면 오해? ㅎㅎ여튼 그렇다고 느낀다.
사실 나는 경원이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다. 이때까지 세상 살며 날 싫어하는 아이가 없었다는 오만한 생각이 밑바탕에 은은하게 깔린것도 맞고, 앞서 말한 것 처럼 경원이가 나를 보는 표정이 싫은 사람을 보는 표정이 아니기 때문도 있다.
나도 우리 언니한테 말할때 괜한 트집을 잡으면서 싫다며 장난을 친다. 하지만 언니가 하는 말이 그렇게 웃기고 별일도 없는데 붙어서 말을 걸고 그러는걸 보면.. 인정하긴 부끄럽지만 언니를 좋아한다.
경원이도 비슷하지 않을까? 잔소리하고 해달라는거 안 해주고 자기 말에 “우와~ 멋지다~” 반응을 자주 해주지 않는 짝꿍쌤이 분명 불만스러우면서도 나를 재밌어 할것이다.ㅎㅎ 5초 전까지 쌤 바꿔달라고 아윤쌤 싫다고 하다가도 내가 목소리를 바꿔서 “싫은디~ 안바꿔줄건디~” 하면 꺄르르 웃는다. 이정도면 좋아하는거 아닌가? 그렇지? 그렇다. 그래서 경원이가 날 싫다고 하는 건 마음에 쓰이지 않는다. 문제는 경원이가 아니라 나한테 있는 것 같다.
경원이가 하기 싫어서 스스로 하지 않는 일들(가령 휠체어 벨트 매기)을 보았다고 내 멋대로 경원이를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미안하다. 이번주에는 경원이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왔는데, 도토리 활동을 하며 종종 전동을 타고 온 것을 보아서 경원이가 휠체어 조작을 하지 못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말로 휠체어가 잘 움직이지 않았고, 브레이크를 올리려는 경원이에게 브레이크를 올리면 휠체어가 움직이지 않는다 훈수까지 두었던 것이다.
경원이가 휠체어 조작을 하지 못할리가 없단 생각을 했으면서 정작 경원이의 말을 믿지 않은게 정말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경원이가 어떤 일을 못한다고 할 때, 내 멋대로 경원인 할 수 있을거라며 재단하지 말고 가장 먼저 아이를 믿어야겠다.
전동 휠체어 이야기가 나와 추가로 적자면.. 힘 세고 체력이 좋아 “비실비실”과 “이아윤”이 한 문장 안에 있는 것 조차 용납이 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엄청 비실비실 한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때도 승우쌤이 이동을 도와주시고 경사길에는 준우쌤이 힘을 써주셨다. 특히나 이번 올림픽 공원은 경사진 잔디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서 그냥 움직이는것 조차 많이 힘들었다. 그런.. 이 모든 일들이 너무 별로였다.(올림픽공원에서 놀았던 일들 말고 내 힘이 달리는걸 느꼈던 모든 일들이..ㅠㅠ) 경원이 짝꿍쌤은 난데, 나도 다른 쌤들처럼 번쩍번쩍 들고 옮기고 잔디밭에서 휠체어도 막 끌고 그러고 싶은데… 경원이도 내가 자신을 옮기는게 안정성이 떨어지는걸 느끼는지 다른 쌤을 찾거나 기어서 움직였다ㅠㅠ 하지만 무리해서 옮기면 가뜩이나 약한 손목이 삐끗할까 걱정이다… 히어로 영화에서 처참히 당하는 악당 톤으로 말하자면.. “크윽… 내게 조금 더 힘이 있었더라면…!” 의 상황이다ㅠㅠ 경원아 쌤 필라테스 한다 좀만 기달려줘…ㅠㅠㅠㅠ
경원이는 가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꼬온대(ㅋㅋ) 말투를 빼면 고맙다는 표현도 잘 하고, 사물을 묘사하는 어휘가 상당히 예쁜 친구다. 경원이의 말하기엔 장점이 굉장히 많다. 나는 경원이가 이 장점을 멋지게 살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이아윤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