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 도토리인연맺기학교] 함께에서 오는 즐거움!

유난히, 이번 학기의 시작은 설렘보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4시간이 훅 지나 가버린 아쉬움으로. 부끄러워하면서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오는 아이들,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무언가 어떤 것이 달라져 있는 아이들. 매주 새롭다.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묘한 관계 속에서 늘 정신없이 활동이 시작되고 끝난다.

이번 학기 나는 스텝이다. 2주 연속 책임교사다. 막막했다. 캠프 스텝은 여러 번 해 봐서 이와 같은 혹은 비슷한 성격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우선 캠프는 여기저기 참견할 수 있다. 할 일이 많다. 인맺은 그렇지 않다. 아무래도 10번 동안의 짝꿍과의 관계가 중요시되기 때문일까 그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에 스텝이 끼어들기?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두 스텝의 공통점은 지켜보는 즐거움, 나도 모르게 스윽 보면서 웃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교사, 2번의 답사와 백지로부터 시작하는 회의 막막했다. 스트레스도 받았던 것 같다.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다는 욕심에 무리함을 강행했었고, 나조차도 이해를 잘 못한 프로그램도 뛰어다니며 강행했다. 활동을 가는 내내 걱정하고 뭐부터 해야 할지 순서를 생각하면서 갔지만 아무것도 못 했다. 어쩌다 보니 반성문이 되어버렸지만 무리함 투성이, 걱정투성이인 나에게 2, 3주 차 모두 쌤들과 어린이들 덕분에 무사히 활동을 잘 끝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난 걱정투성이이다. 내 머릿속은 일어나지도 않는 일로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간젭이, 쫄보. 바로 나다. 매주 즐겁게 보내면서도 언젠간 이러한 시간이 끝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생각한다. 타인과 한 대화를 곱씹으면서 지켜야 할 선을 지켰는가 되새김질한다. 이러니 참 피곤하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피곤하다. 이렇게 피곤한 나와 함께 평캠에는 여러 특징의 많은 사람이 있다.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사람, 신선한 시각, 수많은 성격 속에 만들어진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모여 하루를 보낸다. 그들을 보며 감탄하고 반성도 많이 한다. 마치 큰 규모의 조별과제 같달까, 그래서 어렵다. 가끔은 욱할 때도 있다. 그 욱함이 쌓여서 화로 변할 만도 한데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신기하다. 서로를 배려하고 웃기고 진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 오직 토요일 하루만을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요즈음 많이 느낀다.

주중의 지루함에서 활동 장소에 가면 난 그냥 마냥 웃기다. 뭐 그렇게 재미진 것도 아닌데 웃기다. 하루의 즐거운 감정을 안고 일주일을 살아간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이다. 수많은 걱정 속에서도 이 활동을 오래, 꾸준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대단하다’, ‘실천에 옮기다니 멋지다’ 이전에는 기분이 나빴다. 내 활동이 남에게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럴 땐 대답을 안 하거나 말 끝을 흐렸다. 이제는 말한다. ‘제가 놀러 가는 거예요~~’ 다 내려놓고 노는 날인 토요일, 이제는 걱정투성이 쓸데없는 부담이 아닌 그저 즐기러 가는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나의 사적인 욕심을 채우러 무려 4번이나 활동에 빠져 너어어어어무 아쉽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돌아와서 남은 날들을 더 즐겁게 보내야겠다.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다둘.

/ 허세윤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