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 도토리인연맺기학교] 박수 1000000000짜리 하루!
하늘도 인연맺기 학교가 있는 날을 알고 있는걸까? 어쩜 이렇게 토요일마다 날씨가 좋을까? 쾌활한 경원이의 웃음처럼 쨍 맑은 날이었다.
절친답게 자주 투닥거리던 하엘이와 경원이는 하루 종일 소꿉놀이를 하거나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낄낄거렸고, 나는 둘의 가족놀이에서 엄마가 되었다. 하엘이의 짝꿍쌤인 명현쌤은 출장나간 아빠가 됐고 수민쌤은 하엘이의 딸이 됐다.(ㅋㅋㅋ) 사실 가족놀이를 어떻게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우리 가족놀이 하자! 라고 말하고 역할을 배정받으면 아무 말도 안했는데 눈만 마주쳐도 막 웃다가 또 가족놀이를 하자고 한다ㅋㅋ 뭔지 모르겠는데 일단 재밌었다.(ㅋㅋㅋㅋ)
준우쌤이 열연을 펼친 “몸으로 말해요”는 아이들이 하나 둘 무대로 올라와 참여했는데, 경원이도 때를 놓치지 않았다. 아이들의 직관적이라서 더 헷갈리는 표현이 재미있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는 소극적인 관종이라 나서면서 뭘 아는척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원이는 나보다 훨씬 더 거리낌없고 적극적이다. 경원이가 발표를 하려고 팔을 번쩍 드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자극받기도 한다. 1주차 그림 발표를 할 때 처럼 같이 있으면 경원이의 열기에 이끌려서 용기를 얻는 것 같다. 나중에 중요한 면접에 경원이와 함께 갈 수 있는지 회사와 보호자님께 여쭤봐야겠다ㅋㅋㅋ 조크지만 조크가 아니다ㅋㅋ큐ㅠㅠㅠ
만화경 만들기는 조금 어려웠다. 경원이는 손으로 하는 섬세한 작업에 서툰것 같았다. 이때까지 나와 활동했던 짝꿍들은 스스로 만들거나, 짝꿍의 의견을 받아서 내가 만들어주는 형식으로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경원이는 어떤 성격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사실, 두꺼운 거울 종이를 보자 경원이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내가 가위로 서겅서겅 잘라버린게 ‘경원이는 이걸 못할 것이다’라고 스스로 단정지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다… 다음에 만들기 시간이 있다면 처음부터 경원이에게 물어봐야겠다. 내가 다 만들려고 하니 경원이도 만화경 자체에 흥미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만화경이 각잡은 만들기였다면 물감 찍기는 미술과 신체활동이 적절히 섞여서 재미있었다. 방법도 쉽고 결과도 예뻤다! 아이들과 미술활동을 하면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경원이가 단풍나무를 만드는 중에 검은색을 집어들자 헉………….. 걱정했다. 결과물은 나의 기대 이상의 이상의 이상이었다. 오히려 내가 고른 컬러코드가 맞는 예쁜 색들만 있었더라면 그림이 재미 없었을것 같다. 경원이가 고른 색이 있어서 그림이 다채롭고 예뻐진것 같다. 또 나의 짧은 식견에 이마를 퍽 친다.
그리고 산책! 대망의 산책!!!
하엘이가 폐렴때문에 산책을 나가지 못하자 경원이가 신경이 쓰였는지 하엘이와 같이 센터에 남겠다고 했다. 역시.. 어린이의 의리는 대단하구만..!! 감탄했는데 하엘이가 경원이에게 자긴 괜찮으니 나가서 놀라는! 간지가 펑펑 터지는 찐-의리 멘트를 던져 조금 늦게 성북천으로 출발했다. 위에서 말했던것처럼 날씨가 정말. 좋았다. 아침새가 울면 학교로 쏙 들어가 별이 뜰때 구금에서 풀려나는 처량한 대학생은 어린이보다 흥분해서 휠체어를 끌며 부와아앙 달렸다.ㅋㅋ힘들었다…….ㅋㅋㅋㅋ진짜로…ㅋㅋ
안 하던일은 안 하는 이유가 있다. 나중에는 목에서 피맛이 올라올정도로 달려서 준우쌤이 휠체어를 밀어주셨다. 그리고 준우쌤도 엄청엄청 뛰고 오셨다ㅋㅋㅋ 이렇게 뛰었던 적이 언제였지? 싶을 정도로 열심히 달려서 오랜만의 해방감도 느껴졌다. 경원이도 글자 그대로 “바람”을 맞아서 기분이 좋아보였다. 주변을 보니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지쌤과 눈이 마주치자… 쌤두..?^^ 나두..^^ㅋㅋㅋㅋ 결국 메인엔진(준우쌤)과 보조엔진(나)이 전소되고 조금 낡아져서 센터로 돌아왔다.
탁구공을 계란판에 넣는 활동 중반 즈음 경원이가 화장실에 가서 특기인 아이들에게 집적거리기를 백번 발휘해 농담도 걸고 톡톡 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조 경원이, 광영이, 서찬이, 정우, 지율이 표정이 하나같이 좋았다. 단체 활동에 참여하기보단 짝꿍쌤과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정우도 탁구공 던지기가 재미있었는지 공을 쥔 사람을 응원해주었다. 활발한 지율이도 야구보듯(ㅋㅋ)몰입했고 서찬이는 수줍은듯 쇽.. 쇽… 던졌다. 무엇보다 광영이의 표정이 밝아서 참 좋았다. 우리 팀이 이기자 몸을 흔들흔들 춤을 추기까지 했다. 이 신나는 순간에 경원이도 있으면 정말 기뻐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
이번 활동들이 다 재미있었다!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 책임교사 선생님들께 박수 5000번, 눈치있게 멋진 날씨를 보여주신 천지신명님께도 박수 1000번, 하루종일 웃으며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준 경원이와 도토리 아이들, 선생님들에게 박수 10000000번을 보내고 싶다.
/ 이아윤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