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바람개비 인연맺기학교] 오래오래 웃는 일만 있기를!

 

나는 이번 학기에도 저번 학기와 똑같이 필홍이의 짝꿍샘이 되었다.

필홍이는 여전히 율동을 유치해하는 짝꿍어린이 였고, 나는 여전히 시끄러운 짝꿍샘 이였다.

우리 둘은 그대로 였지만 우리 둘의 관계는 조금 달라졌다.

저번 학기와 썸머캠프를 함께 하며 참 많이 친해지고 참 많이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서로가 편해지고 조금 더 서로를 알게되었다. 나는 필홍이가 편하다. 어쩔 땐 그냥 사촌동생 혹은 동내에서 알고 지내는 친한 동생 같이 느껴진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필홍이도 나를 꽤 편해 하는 것 같아 지금 이 느낌이 나만의 느낌인 것 같이 않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실 이번 학기에는 여러 아이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걸 느꼈다. 나를 만만하게 보던 어린이는 나의 말을 따라주고 나름의 애정표현도 해주었다. 나를 조금 어려워 하던 어린이는 내가 조금 편해졌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해주었다.

이렇게 우리의 관계는 달라진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만큼 달라지는 걸까?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하며 더 달라질 수 있을까. 매주 토요일은 다른 날들 보단 조금 더디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이번 활동을 할 때에는 모든 활동을 모둠을 나누어서 했다. 나누는 기준은 나이대와 아이들의 편의사항 정도.

내가 속해 있었던 모둠은 육학년 남학생 넷을 모아논 모둠 이었다. 육학년 넷이니 활동을 할 때에 시키지 않아도 합동해서 창작활동도 하고 다같이 함께 할 때에는 나름의 순서와 규칙도 만들어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짝꿍샘의 말보다 친구의 말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었다. 재밌고 웃겼다. 그리고 사실 조금 편하기도 했던것 같다. 아이들이 스스로 척척 해줘서.

이렇게 잘 하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아이들이 인연맺기 학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이렇게 잘 웃었으면 좋겠다. 어느 곳에서든 따뜻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이러한 걱정이 필요 없겠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니깐.

애들이 주먹밥을 만드는걸 가만히 보고 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예쁘게 웃고들 있는데 그 웃음이 망가져버리기 쉬운 현실이 생각나 조금 슬펐던 것 같다.

다른 육학년들 처럼 우리 필홍이도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인연맺기 학교를 졸업 한다. 필홍이가 허락만 해준다면 졸업 후에는 짝꿍이 아닌 누나 동생으로 새로운 인연맺기를 하고 싶다.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빙수도 먹고 시덥잖은 얘기들을 주구장창하고. 사실 어젯밤 필홍이와 다른 아이들이 졸업한다는 생각을 하자 코가 찡해졌다. 그 익숙한 얼굴들을 못본다 생각하니 속이 상하는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올해가 끝나가듯이 몇몇의 아이들과의 인연맺기도 끝나간다. 시간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참 야속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우리 예쁜 아이들도 우리 예쁜 샘들도 행복한 시간만 보냈으면 좋겠다.

/ 자원활동가 박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