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인연맺기학교의 첫 주가 다가온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벌써 세 학기나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나 이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새로운 아이들이 있을까? 그 아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예전에 했던 아이들은 그대로일까? 성장하는 시기인만큼 더 크지 않았을까? 힘도 쎄지고 나보다 키도 크면 어떡하지? 예전에 했다가 안했던 아이들은 잘 살고있나?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글로는 다 적지도 못하는 궁금증들이 머리를 가득채웠다. 활동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 새로운 선생님들을 뵙고 나서야 그런 궁금증이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물론 선생님들도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번 학기에 하셨던 선생님들은 잘 사시는지 이번 학기에 오시는 분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왜 오게되었는지. 인터뷰를 진행했던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스쳐지나갔다. 불확실한 요소가 늘어날수록 마음은 피곤하지만 몸은 활기차진다고 해야할까. 완두콩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그래서 좋았다.
발런티어학교를 오시지 못한 분들에게 간단하게 아이들과 관계맺는 방식을 설명해드렸다.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긴장해버린 탓일까. 말들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정신없이 설명하고 나니 2시, 아이들이 올 시간. 선생님들도 다 오셨고 이미 준비도 마친 상황임에도 사무실안은 묘한 긴장감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앉아있어야할지 서있어야할지 모르는 눈치. 나 역시 마찬가지. 선생님들께 앉으라고 말씀 드렸으나 나도 앉지 못하고 서있는 주제에 그런 말 하는 것은 웃긴 일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하나씩 들어왔다. 도연이 남매가 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 둘 아이들이 등장했다. 완두콩을 할때마다 항상 견지하는 원칙이 있다. 어차피 시간계획따위 지켜질 리 없다는 것. 그저 즐기고 싶다. 팀리더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즐거웠겠지만 아닌들 어쩌하랴. 오랜만에 사무실에 온 아이들도 제집인 마냥 돌아다니며 자신이 가지고놀던 물건들을 끄집어 내었다. 내 첫 짝꿍이었던 윤식이가 오는 것으로 모든 아이들이 등교하였다. 이제 짝꿍 선생님들과 보호자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그 틈을 타 윤식이에게 다가갔다. “잘 지냈어?” 하고 손 내밀며 묻자 친구는 대답이라도하듯 내 손을 잡고는 “물 틀고싶어요.”라고 말했다. 작년 1학기에 함께하고 2학기에는 함께 못했던 탓에 거의 9개월 만에 보는 것이건만 나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것도, 그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우스워 환하게 미소지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참 많이 달라진 것 같아도 또 변하지 않는 모습. 묘한 일관성을 견지하고 사는 이들이 좋은 것은 어쩔수 없는 노릇인가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활동장소로 넘어갔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역시나 아이들의 집중을 제대로 끌지 못하고 일을 맡기듯 프로그램을 시작해버렸다. 이름표를 만드느라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물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다음으로 준비한 프로그램들은 실행하지 못했다. 서로의 욕망에 충실하여 투호보다는 봉을 가지고 놀기를 원했고 이름표보다는 자유로이 그림을 그리길 원했다. 윷놀이는 던져보다가 질려했고 판 뒤집기는 거들떠도 안보고 바로 돗자리로 직행했다. 뭐 그러나 어쩌랴 원래 이럴것이라 예상했으니 그저 다치지 않고 놀기를 바랄 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선생님들과 웃고 떠들고 아이들이 뛰어다닌 그 공간은 어느때 보다 빛이 밝았다. 활동한 것을 정리하고 뒤풀이를 갔다. 다 가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다 같이 갈수 있기를 요청드리겠다. 또 하루가 끝이났다. 완두콩이 시작했고 나의 학기도 이제야 시작했다. 한학기 부디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래본다.
/수원 완두콩 인연맺기학교 팀리더 강신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