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서울인연맺기학교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서울 인연맺기학교를 시작하는 저는 이날 담당스탭으로 또 은서의 짝꿍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희가 수업을 하는 장소는 홍제역과 가까운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입니다. 일찍이 쌤들과 모여 수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아이들과 부모님을 기다렸습니다. 나와 한 학기를 지내게 될 아이는 어떤 아이일지, 첫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지 긴장과 설렘을 갖고 드디어 제 짝꿍이 될 은서와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은서는 발달장애 중 자폐증을 갖고 있고 비장애인인 언니 은비와 저희 인연맺기학교 활동을 반년 정도 참여한 친구입니다. 저에겐 첫 활동인지라 은서에게 잘못된 사실을 알려줘서 혼란스럽게 하거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어머님께 폭풍질문을 드렸었는데 은서는 짝꿍쌤을 잘 따라 다니고 밖에 나갈때 혼자 뛰어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손을 잘 잡아주어야 한다고 주의해 주셨습니다. 첫만남이 어색할 텐데 제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은서의 모습을 보며 대견했고 왜 인지 우리가 좋은 팀이 될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첫번째 시간으로 자신의 이름표를 꾸미고 소개하는 이름표 꾸미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싸인펜을 가지고 은서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은서가 좋아하는 뽀로로영상을 보기도 했습니다. 은서 어머님께선 은서가 집중을 못할 때 동영상을 보여주신다는데 그래서인지 은서는 스스로 검색창에 뽀로로 검색을 하고 능숙하게 유튜브를 틀어 영상을 보았습니다. 공간에 뽀로로 노래 소리가 울려퍼지니 모든 아이들이 한번씩 은서의 곁으로 왔습니다. 은서는 낯선사람이 가깝게 다가오면 싫다는 반응을 보이고 배를 밀칩니다. 아이들이 은서에게 몰려드니 은서가 아이들을 밀어냈습니다. 한 아이는 은서가 자신을 안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은서는 친구를 밀기도 하지만 안경을 잡으며 장난치기도 하고 잘 웃으며 친구들이 다가오는것을 심하게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콜라주 시간을 가졌습니다. 준비한 잡지나 신문을 오려 ‘되고 싶은 나’를 만드는 시간인데 금방 흥미를 잃고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 은서에겐 고역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때 작은 일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자른 종이를 풀로 붙이고 종이가 잘 달라붙게 손으로 탁 내려치는 걸 보여줬는데 은서가 따라하다 풀로 자신의 손가락을 쾅 찍어서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손가락이 아파오니 은서가 화가 나고 흥분한게 눈에 보였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벽에 부딪히는 행동을 계속했는데 다친 손가락을 위로도 해줘야 하고 의자에 부딪히는 행동은 안된다고도 해야 하는데 은서가 화가 나서 하는 행동이란 걸 알게 되니까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은서는 행동을 반복했고 저는 당황한 채 화가 그칠 때까지 은서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은서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지만 아까의 일로 화가 안풀리는지 또 다른 행동을 계속했습니다. 쌤이 마시고 남은 커피를 계속 흔들어서 내용물이 넘치면 닦고 또 흔들고 반복하는, 이 행동을 안된다고 해야할지 아이가 뭔가를 풀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할지 또 혼란스러웠습니다. 아이를 대하는데에 있어서 기준을 세우지도 않았고 자폐증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서 이 두번째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세번째 지도 만들기 시간에는 인근 공원을 나갔는데 은서가 밖에 나가선 제손을 잘 잡고 다니고 시소와 그네를 정말 재밌게 타서 오히려 야외활동에서 은서를 돌보기가 편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은서가 저와 은비, 짝꿍 윤영쌤 순으로 손을 꼭잡고 걸어다니게 하고 놀면서도 늘 언니를 찾았었는데 은서가 언니를 정말 좋아하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수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날 은서에 대해 알게 된게 있다면 은서는 대부분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고 ‘저거’, ‘가져와’, ‘엄마’, ‘빠빠이’ 같은 간단한 단어로 말을 한다는 겁니다. 글씨를 또 정말 잘쓰는데 ‘신기한 자동차’, ‘뽀로로 구해줘’ 같은 문장을 쓸 줄 알고 제 이름 또한 불러주니 곧 잘 적습니다. 그리고 뽀로로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물건을 정말 잘챙깁니다. 노는데 불편해 안경곽과 배터리충전기를 저에게 맡기기도 하지만 꼭 확인을 하고 잘 챙깁니다. 제가 이 활동 전에 이렇게 한 아이를 주의깊게 살펴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반응을 하는지 어떤 모습이 있는지 활동을 하면서 많이 알게돼 뜻깊었습니다. 또 저의 부족한 점을 발견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음시간에는 더 나은 짝꿍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서경지부 서울 인연맺기학교 자원교사 전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