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i/오피니언]

<함께 사는 울산> 당신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 김화정 평화캠프 울산지부 지부장

기사 링크 주소 http://www.usjournal.kr/News/81801


 

 

지난 토요일의 민중총궐기는 온통 평화가 난무(亂舞)한 집회였다. 심지어 어느 신문사설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낸 평화시위라고 표현했다. 그날 서울 올라가는 길에 지난 11월 14일 집회의 주요한 주최측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알바노조 이혜정 비대위원장이 체포영장도 없이 불법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뿐인가. 우리가 평화에 취해 있는 동안 지난 11월 14일 ‘폭력집회’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 소환장 남발 등 본격적인 검거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집회의 평화였던가? 평화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언제 잘릴지 모를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 일을 해도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평화다.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하늘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평화다. 농민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한해 농사를 내 손으로 갈아엎지 않아도 되는 것, 물대포에 목숨을 내놓지 않아도 농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평화다. 송전탑과 핵발전소를 없애는 것이 밀양할매들의 평화고, 군함 대신 구럼비를 살리는 것이 강정의 평화다. 누군들 평화로운 삶을 원하지 않으랴. 하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삶의 평화가 싸우지 않고 쟁취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평화캠프는 나라, 나이, 성별, 장애, 빈곤 등을 이유로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간공동체를 꿈꾸며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많거나 적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도배로 그들의 가난이 해결되는가, 고작 한 달에 두 번 하는 주말학교로 장애아의 삶이 바뀌는가, 일 주일에 한 번 하는 한국어수업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바뀌는가. 당연히 아니다. 평화캠프의 자원활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이자 책임이며, 자원활동을 통해 바꾸고자 하는 것은 자원활동을 하는 바로 자신이지 그 대상(참여자)이 아니다. 자원활동을 계기로 자신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들에 대해 함께 싸우고 바꿔나가는 것이 평화캠프가 생각하는 평화의 길이다. 사람들은 마치 일요일 저녁 TV프로그램처럼 복면을 벗으면 진실이 곧바로 드러나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현실에서 평화에 이르는 길은 복면을 벗기고 또 벗겨야만 하는 지난하고 치열한 여정이다. 평화에 이르는 길이 꼭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평화캠프의 자원활동가들은 세 가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첫째, 자원활동론, 인권, 성평등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둘째, 최소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셋째, 평화캠프의 회원(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약속한 사람들만 자원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수많은 자원활동을 했지만 이렇게 문턱이 높은 곳은 처음이라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공동체 안에서 특히 사회적 약자들과 맺는 관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책임과 예의가 따른다. 이런 경험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 평화캠프에는 청년자원활동가들이 특히 많았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부터 알바와 취업에 가장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청년들이 울산뿐만 아니라 멀리 경주에서도 활동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자원활동을 계기로 청년들이 만나고, 함께 활동하고, 함께 공부하며 그 자체로 공동체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소중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다르게 살아볼 용기를 낸다면 더욱 더 좋은 일이리라.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시대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한해를 잘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임. 평화캠프가 지난 12월1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는 모금회장상을 수상했다. 당연히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신 자원활동가들 덕분이며, 평화캠프를 후원하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함께 사는 울산> 당신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 김화정 평화캠프울산지부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