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도토리인연맺기학교] 더 나은 다음 주 토요일을 고민하며
가을이라 더 그런 걸까. 높고 푸른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도토리 학교 어린이들과의나들이는 언제나 기대되는 일이다. 특히나 4주 차 활동은 바람개비 학교와함께 하는 나들이였기에 그리고 책임 교사였기에 걱정보다 설레는 맘이 앞섰다. 혹여나 아이들이 활동하다 지치지않을까, 프로그램에 쉽게 지루해하지 않을까 등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신나게 놀 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그런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활동 장소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의견이 오고 갔다. 결과적으로 이동 소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가보지 않은 신선한 장소를 기준으로 하여 남산골공원으로 결정이 났고, 책임교사분들과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프로그램 기획서가 나왔고, 드디어 합동 나들이 준비가 완료되었다.
사실 변경된 장소로 답사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찾으러 갔을 때 좀 헤맸다. 게다가 진행할 프로그램을 숙지했지만 활동 시 생길 비상 상황혹은 필요한 물품 등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장소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왜 그걸 잊고 있었지 하며 미리 함께 온 쌤들에게 준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던 점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래도 곧 활동을 시작해야하니, 있는 준비물과 장소를 최대한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도토리와 바람개비 어린이들 그리고 쌤들이 모두 모여 첫 번째 활동, 미션 이어달리기를 진행했다. 풍선 나르기, 가위바위보를 하고 과자 따서 먹기, 짐볼굴리기, 그리고 쪽지 미션까지 다양한 게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동선도 다시 짰다. 다만 참여 인원수도 많았을뿐더러 외부인들도 섞여 있었기에 수정된 동선이 명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게임 중간중간에 우왕좌왕하는 짝꿍쌤들과 어린이들을 보면서 또다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각자 싸 온 간식을 먹으며 쉬는 시간을 통해 한숨 돌렸다. 책임 교사이기 전에 스텝쌤이어서 짝꿍쌤들이 어린이들과 함께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스텝쌤이기에 모든 아이와 마주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술래잡기 할 때 술래가 되어 함께 뛰기도 했고 비눗방울 놀이를 할 때도 사진을 찍어주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그리고 마지막엔 함께 박을 터뜨리며 합동 나들이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모든 활동이 끝났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람개비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도토리 학교는 그림일기를 쓰고각자 귀가했으며, 이후 쌤들과 평가 회의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장소에 대해 아쉬웠던 점, 활동 진행의 미흡했던 점, 어린이들이 즐겼던 놀이 등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 자신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평가 회의를하면서 각자 칭찬할 점 하나씩 말해야 했을 때, 그때 왠지 칭찬보단 후회가 밀려와서 머뭇거린 것 같다.아이들은 재미있게 활동 참여를 해 줘서 고마웠지만, 먼저 책임 교사로서의 책임을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들었다. 지금 내가 계속 자책하는 것보다 앞으로 더 나은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책임 교사이자 합동 나들이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것을 준비하는순서와 방법에 큰 오차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만일을대비하는 자세. 이 세 가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고, 앞으로남은 활동들을 하는 동안 도토리 학교의 인연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으며 한 층 성숙해진 나 자신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어린이들과 쌤들, 고생많으셨어요ㅎㅎ
/ 김영진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