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더운 날 시작한 인연맺기학교의마무리
도토리인연맺기학교 자원활동가 박찬희
쌀쌀한 바람에 얇은 겉 옷과 시작하던 인연 맺기를 처음으로 반팔과 함께 시작했다. 새삼 왜 봄에 만나고 여름 되면 헤어졌는지를 알았다.
날이 화창하니 매주 야외 활동을 하면 무지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30도 가까이 되는 날의 야외 활동은 쉽지 않았다. 그 태양볕에 지치지도 않는지 어린이들은 쉴 틈 없이 뛰어다녔다. 우린 돗자리에 앉아 헉헉거릴 뿐이었다.
처음이 많은 새로운 바람개비였다.
17년도 내가 첫 활동을 할 당시엔 사람이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다 알 수 가 없었다. 하지만 활동하는 어린이의 숫자가 점점 줄면서 인연 맺기의 규모가 조금씩 작아졌다. 어느덧 함께 활동하는 샘들의 취향과 작은 버릇까지도 알 수 있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20년이 없어지고 21년. 이번엔 단 셋 뿐이었다. 수진이 효정샘 나.
어색했다. 바람개비 중에는 귀가 아플 정도록 시끄럽고 고요 정적 이런 단어는 낄 틈이 없었는데, 오로지 셋 만 있으니 대화 중간중간에 정적이 흘렀다. 이럴 수가. 시끌벅적한 어린이들이 보고싶었고 이젠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는 샘들이 그리웠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시작된 여름학기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종종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 보단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 선생님은 게임 룰을 정해주고 약간의 중재를 해 주는 딱 그 정도의 역할로 써만 존재해도 무방했다. 선생님과의 유대관계가 깊다 해도 함께 수업하는 친구가 없으면 아이들은 종종 심심해하고 친구들은 어디 있냐며 찾곤 한다.
지율이와 수진이는 같이 뛰어놀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고 각자 활동 중 우연히 마주친 뒤로 둘은 절친이 되었다. 그 후로 우린 지율 승준 팀과 함께 활동했다. 둘은 매주 헤어질 때 마다 다음주에 보자면 손을 흔들고 몸 돌리자 마자 문자를 했다. 어디쯤 갔냐 저녁은 뭐 먹냐 누가 데리러 왔냐 이러쿵저러쿵. 그런 지율 수진을 위해서 매주 함께 한다고 했지만, 사실 샘들이 더 원해서 만난 것 같기도 하다. 난 그리워하던 인연 맺기의 시끄러움을 느꼈다.
5학년이 된 수진이는 키가 정말 많이 컸다. 나와 한 뼘 정도 밖에 차이가 안난다. 아기 같은 얼굴도 조금 없어졌다. 청소년이 되 가고 있는 수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어리광은 더 늘었다. 음 떼쓰는 강도가 쎄졌다고 말 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지율이와 노는 와중에도 삐치고 토라지는 햇수가 잦았다. 이번 학기의 유일한 고민이었다. 조르지마 수진아, 넌 아기가 아니야- 라고 단호하게 얘기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다음학기에도 수진이를 만난다면 수진이와의 관계를 다시금 쌓아 봐야 할 것 같다.
급하게 얼레벌레 시작한 이번 여름 학기는 끝도 얼레벌레였다. 다음주에 보자 하고 헤어졌는데, 활동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학기가 끝났다.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마음.
매년 역대 라는 더위 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인연 맺기. 반가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그런 마음이다. 아마도 다음 학기는 오직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할 것 같다. 21살에 시작한 첫 인연 맺기가 이렇게 마무리된다. 첫 짝꿍 이었던 예솔이 부터 이제는 선생님인 필홍이 까지 여러 얼굴이 스친다. 다음 인연 맺기도 그 다음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21년 여름 학기를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