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캠프 인천지부 2016 우리동네 김장나눔]
“이젠 그만하자” vs “해야지 한 해 농사인데”
이대근 / 평화캠프 인천지부 사무처장
평화캠프 인천지부는 2006년부터 소외된 이웃들과 김장을 나누는 우리동네 김장나눔을 진행해왔습니다. 2016년에도 열한 번째 김장나눔을 11월 5일(토)~6일(일) 양일간 인천 남구 주안5동 동사무소 앞마당에서 진행했습니다.
우리동네 김장나눔은 지렁이 주말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를 사용합니다. 지렁이 주말농장은 총 500여 평의 농장부지에 매년 4월 초 시민들에게 분양하는데 8월 말까지만 분양회원들이 이용하고 8월 말부터는 우리동네 김장나눔을 위한 배추와 무를 심는데 땅을 기부하는 것을 전제로 분양합니다. 그래서 지렁이 주말농장을 분양받는 시민들은 농장도 이용하고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 지렁이 주말농장에서 배추와 무를 심어 재배했는데 예년보다 이상기온으로 배추벌레가 많아 수확에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양의 배추를 구매해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동네 김장나눔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먹는 김치이기 때문에 안전한 재료를 구매하는데 많은 신경을 씁니다. 산지에서 재배한 농민에게 태양초 고춧가루를 직구입하고 소금도 신안에서 생산한 소금을 직구입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듭니다. 김장나눔 예산은 많은 사람과 단체의 자발적 후원을 통해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후원금은 연초에 초등학생들이 저금통을 마련해 김장나눔을 위해 1년간 동전을 모아온 후원금이었습니다. 후원한 금액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눔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감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저금통에 모은 돈으로 장난감을 사고 싶지 않았어요?”
“에이, 그럴꺼면 저금은 안 했을껄요.”
“내년에도 김장나눔에 저금통을 낼꺼예요?”
“계속 김장을 하고 계시니까, 저도 또 내겠죠”
2016 우리동네 김장나눔은 2,000포기의 김치을 담갔습니다. 예년보다는 좀 줄어든 양이지만 역시 많은 사람의 일손이 필요합니다. 평화캠프의 회원들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지역 주민들, 장애인들, 아이들이 모두 김장나눔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모입니다. 이렇게 모인 인원은 이틀 동안 200여명이 됩니다.
토요일 농장에서 배추와 무를 수확해 김장나눔하는 곳까지 운반하고 배추와 무, 그리고 쪽파, 갓 등등의 재료를 손질하고 배추를 절이고, 무는 채를 썰고, 쪽파, 갓 등을 양념에 넣을 크기대로 잘라 손질하는 것까지 하면 어느덧 저녁이 됩니다. 밤에 몇몇 사람들이 당번으로 남아 잘 절여지도록 배추를 한번 뒤집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쯤되면 올해도 한 마디씩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까지만 해요”, “내년부턴 그만할까요?” 힘들어서 기진맥진하는 사람들이 우리동네 김장나눔을 하네 마네를 두고 서로 입씨름을 시작합니다. 입씨름의 승자는 내년에 밝혀지겠지요.
일요일 절인 배추를 물로 깨끗이 헹구는 팀, 씻은 배추의 물을 빼는 팀, 양념을 버무리는 팀, 포장팀을 거치면 김장박스가 완성됩니다. 일요일 점심에는 주안5동의 독거노인분들을 초대해 당일 담근 김치와 함께 정성스레 차린 점심을 함께 먹으며 김장을 전달해 드립니다. 김장박스를 들고 어르신과 동행해 집으로 가며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김장을 받으며 고마워하는 어르신의 얼굴을 보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낍니다.
2016 우리동네 김장나눔은 인천지역의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및 한부모 가정 등에 419여 박스를 그리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며 농성중인 제주강정마을, 여미지식물원 분회, 충남갑을오토텍지회, 구미아사히글라스지회, 서울사회보장정보원지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인천콜트콜텍지회, 평택쌍용자동차지부 등 투쟁사업장에 114박스를 전달하여 총 533박스의 김장을 전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