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개헌은 기본소득 개헌으로!

이장원/ 전주지부 코디네이터

개헌 논의의 핵심은 기본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의지가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언급한 몇차례의 발언, 그리고 최근의 취임 100일 기념 연설에서 개헌의 주요 내용으로 ‘기본권 강화’를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 후보 시절,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개헌의 상을 참고해보자. 차별적 호칭을 걷어내기 위하여 ‘국민’을 ‘모든 사람’으로 ‘신체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바꾸는 식이다. 또한 생명권, 안전권, 성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차별의 소지가 없는 개념으로 구성원들을 호명하겠다는 노력이 반갑다. 하지만 문구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좀 더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헌법에 경제적 평등의 준거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일하지 않는 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불평등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돈이 없다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다. 자산이 없거나 불로소득을 충분히 만들어낼 정도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닌 이상, 돈은 임금 노동 외의 방법으로는 획득할 수 없다. 문제는 임금노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연소자, 노인은 임금노동에서 배제된다. 중증장애인들도 사실상 배제되며, 애초에 장애인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경기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이 사람의 활동이 예술분야처럼 임금노동으로 간주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노동윤리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사람은 직업과 소득으로 규정되기 일쑤다.

심지어 복지 또한 노동을 강제하며, 정부가 구직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면 복지를 끊고야 만다. ‘잉여인간’들을 임금노동으로 강제로 편입시켜서 ‘쓸모 있는 존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들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무가치한 구성원’으로 간주하는 것은 합당한 것일까? 아니, 진정으로 사회에 무가치한 사람이 있을까?

변화한 시대상, 변화해야할 사유재산제도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의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가져올 혁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이 기술들은 인간의 행동을 대규모로 집적하여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인간이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검색과 클릭, 오프라인에서의 이동과 구매행위 등 모든 행동들이 인공지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이 기술을 정교화하는 데 기여한다면, 이 기술로 인한 수익이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게 사유화되는 것은 옳은가?

분야를 조금 바꿔보자. 부동산 매매가나 임대료는 해당 지역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유동하고 소비행위를 하느냐로 결정된다. 사람이 별로 안 다니고 돈도 쓰지 않는 곳은 부동산 가격이 낮고, 사람이 많고 돈을 많이 쓰는 곳은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이 부동산의 수익은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주, 임차인이 투자했기 때문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행위에 동참했기 때문에, 즉 상호작용했기에 가능한 수익이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윤은 소유자가 독점한다. 이는 옳은 일인가? 공유자원에 대한 이윤은 그 공유자원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없다면 성립하지 않는다!

헌법에‘기본소득’을 넣자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 시점에, 헌법에 ‘모든 사람은 대한민국의 공유자원에 대한 권리로서, 사회적 협업에 대한 보상으로써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조항을 추구하는, 기본소득 개헌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세부적인 금액은 법률로 정하기로 하고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당신이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기에’ 함께 생산한 수익을 정당하게 배분받을 권리가 있음이 선언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임금소득의 재분배와 더불어, 부동산세, 금융 보유세, 오염물질 배출 기업에 부과하는 생태세 등 공유부(共有富)로 인해 발생한 이윤을 모든 국민에서 배당한다는 내용으로 구성한다면 ‘공공의 것’에 대한 책임의식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아예 대한민국 헌법 제9장 경제 제119조부터 제127조를 개정하여 공유부에 대한 구성원의 권리를 명시하면 기본소득의 근거를 더욱 탄탄하게 구성할 수 있겠다.

기본소득제를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 논쟁은 자본주의 사회 패러다임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것이다. 금과옥조로 떠받들어지던 사유재산제도와 근로의 의무, 그리고 공동체의 합의 없이 공공재를 전용해왔던 자본주의적 관습들이 그 뿌리부터 다시 검토될 수밖에 없다. 뚜렷한 정치일정은 평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목표의식을 심어준다.

전국의 평화캠프 회원들과 기본소득 개헌운동을 함께하길 소망한다.

※기본소득 개헌운동을 하고 싶은 분은
http://basicincomekorea.org/category/bikn_news/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홈페이지 내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