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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캠프 서울지부와 수원지부는 2017 생명평화의 초록농활에 참가하였습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연대활동을 함께 하고 직접 마을에 들어가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번 초록농활에 함께 한 김승희 자원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7 생명평화의 초록농활은 7박 8일 동안 성주, 김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흔히 ‘농활’이라면 단순히 농사일을 돕는 활동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생태의 가치를 깨닫고 여러 교양들을 배우는 ‘농촌연대활동’임을 알게 되었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마을 주민 분들은 사드문제에 대해서 함께 연대해주기를 요청하셨습니다. 한 주민 분이 아예 농사를 접고 매일 사드배치반대 집회에 나가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삶의 터를 지키기 위해 일상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사드배치는 단순히 지역과 정부와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농민들의 삶과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농활 기간 동안 농민들과 함께 투쟁하고 열심히 연대할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농활을 온 만큼 가장 많이 했던 일은 농삿일이었습니다. 날씨도 더웠고, 온 몸이 쑤시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서로를 북돋아가며 농사일을 이어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자두였기에 자두 밭에 갈 때는 괜히 신나고 행복했습니다. 강렬한 햇빛과 많은 벌레때문에 힘들기도 했으나 끝나고 하나씩 자두를 먹을 때는 그 힘듦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자두를 시장이나 마트에 내다팔고 배달하는 작업도 했는데 자두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마트에서 과일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괜스레 제가 다 억울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이렇게 아픈 마음인데, 한 해 동안 정성스럽게 애지중지 키워온 농민분의 마음은 어떨지, 너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드 문제가 어서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사일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평화에 관련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그 중 “베트남 전쟁과 병역거부”가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사를 좋아했지만 연도와 인물 중심으로 외우는 공교육의 한국사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농활교양에서 그 당시에 겪었던 상황들을 마음으로 느껴보고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더 좋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진짜 역사를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농활대원들과 함께한 교양시간들은 너무나 좋았고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4.3항쟁, 베트남 전쟁, 518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국가 폭력의 역사와, 그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사교과서에서는 단순히 “경제발전”의 일환으로 쓰여졌던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삶을 파괴했는지 들여다보며 이윤보다 인간이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상,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또한 베트남 전쟁의 진짜 모습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의 이야기가 이 공간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연대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는 활동도 이어갔습니다. 보수단체인 서북청년단이 마을을 위협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소성리로 향했습니다. 몹시 불안해하는 주민들과 마을을 지켜내고 진정한 평화를 외치기 위해 함께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사실 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가 한창 일때도 고3이라 참석하지 못해 집회가 처음이었습니다. 개미처럼 많았던 경찰들과 우리를 위협하는 서북청년단의 태극기, 그리고 익숙하다는 듯 때로 웃기도 하며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소성리 할머니들. 조금은 무섭고 긴장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마을을 꼭 지켜내고 우리가 말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던 것이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 태극기와 성조기를 크게 제작하여 위협하는 서북청년단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와 우리가 말하는 ‘평화’는 너무나 달랐기에 태극기를 들고 외치는 모습과 그들의 애국심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집회에서 농활대원들이 했던 여러 멋진 발언들, 사이렌 음성소리에 맞서 우리의 이야기를 했던 시간들, 불평등한 상황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모습들, 모두 저에게 생생하게 잊지 못할 장면, 역사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 주민들과 함께 김천역에서 열리는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갔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꾸준히 그 자리에서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밤하늘을 반짝반짝 빛내주었습니다. 초록농활대도 잠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제가 마을을 대표해서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회도, 발언도 처음인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후기의 끝을 그 당시 발언의 일부로 맺고자 합니다.

” 저희들은 일상에 돌아가서도 사드를 배치하려는 정권에 열심히 맞서고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멀지만 각자가 있는 공간에서 사드배치 반대가 평화임을 열심히 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