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을 가기 전, 나에게 ‘네팔’이라는 나라는 몇 년 전 강진으로 큰 아픔을 겪을 나라이며 많은 도움이 필요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히말라야 산맥, 닥터 스트레인지 속의 네팔 풍경 정도로 네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가기 전에도 간단한 인사, 문화 정도만 익히고 가서 실제의 네팔은 어떠한지 잘 몰랐다. 처음 네팔의 인상은 알록달록 낮은 집들이 펼쳐진 풍경이었다. 파란색, 핑크색, 노란색 등등의 알록달록한 집들을 비행기에서 보았고 영화’알라딘’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주 조그마한 공항을 마주했다. 캠프하우스를 가는 길 또한 신기한 풍경들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현대적이었지만 길거리에는 흙먼지가 날리고 있고 신호등 없이 교통이 혼잡한 풍경이 펼쳐졌다.

카트만두의 캠프하우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했다. 풀밭으로 둘러싸인 집에 조그마한 오두막, 시골에 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가는 길은 더 열악했다. 논밭을 가로지르며 진흙을 밟고 , 언덕을 올라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등굣길을 걸으며 어린 학생들이 이런 길로 등교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안 좋았다. 학교의 시설도 생각보다 열악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3층짜리 학교 건물이였지만 실제로 교실에 들어가니 다닥다닥 책상들이 붙어있고 형광등 없이 햇빛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우리를 매우 반겼다. 우리가 학교로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은 우리를 둘러쌓다. ‘hello’라고 인사를 건네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보았다. 말도 안 통하는 아이들이지만 우리를 몸짓과 간단한 말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첫날은 학교에 수업이 없어 한 반이 우리와 놀기 위해 남아주었다. 아이들과 복주머니를 만들고 딱지치기를 하였는데 열심히 따라 해주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고마움을 느끼면서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둘째 날, 셋째 날 모두 아이들과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하며 즐겁게 놀았다. 아이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고, 아이들이 내 이름을 네팔어로 써주면서 우리는 친해졌다. 마지막 날 학교를 떠나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못하고 떠나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우리 캠프하우스 근처에 살던 ‘지아’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캠프하우스에 찾아와 우리를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많은 그리움이 남았다.

카트만두에서의 3일간의 활동을 끝내고 람중에서의 의료캠프를 도우러 떠났다. 7시간 넘게 산을 넘어 도착한 람중은 네팔에서도 시골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람중에서는 카트만두에서 하지 못했던 작업까지 같이 하였다. 더운 날에 작업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있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작업 후 점심을 먹고 람중에서도 역시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과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까르륵 하는 소리는 언제나 들어도 좋다. 사정상 이틀밖에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학교 프로그램 외에도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많이 가졌다. 카트만두에서는 같이 활동을 한 프랑스 활동가 2명과 활동 후 매일 카드게임을 밤까지 하며 승부욕이 불타는 밤을 보내기도 하고, 카트만두에 비해 더웠던 람중에서는 강에 가서 물놀이도 하였다.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 땀을 흘린 후 시원하고 재밌게 놀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한 사이였던 우리는 일주일 정도의 활동 후 매우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네팔에서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를 데리고 다녀준 Mahesh와 Nabin과도 정이 많이 들었다. 항상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맨날 말장난을 걸던 Mahesh, 삼촌 같은 매력을 뽐내던 Nabin 둘다 그립다. 그 외에도 함께 활동했던 프랑스 활동가 ST, Janaki, FFN에서 활동하던 다른 네팔 현지 스탭, 행동하는 의사회 팀 등 네팔을 통해 많은 새로운 인연들을 맺을 수 있었다.

네팔 워크캠프의 가장 좋았던 점은 여유롭던 활동이었다. 빡빡한 일정 스케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출발 시간, 프로그램 등을 다 정하고 활동 후에는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자원활동이 될 수 있었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는 오늘의 활동이 어땠는지, 아쉬웠던 점이 뭐였는지 생각하기 힘들 수 있는데 자유시간이 넉넉히 있어 오늘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네팔에서의 활동이 마냥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힘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에게 네팔 워크캠프는 많은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그동안 지쳤던 삶속에서 행복감을 주었던 값진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평화캠프에서 활동을 하면서 평화캠프 활동은 ‘내가 하는 일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네팔 역시 똑같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왔고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 되었다. 앞으로의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가도 네팔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계속 여운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