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캠프에서는 2018년부터 연중 캠페인 ‘고기없는 월요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고기소비를 줄이는 일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회원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무엇이 달라질까?
글. 장시정 평화캠프 인천지부 회원
적응과 감축(mitigation and adaptation)
기후변화는 지구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 세계 기후변화 연구자들이 기후변화의 추세와 원인을 규명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전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nel on Climate Change, IPCC)다. IPCC는 5~6년 간격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유엔기후변화 협상에서 정부간 협상의 근거자료로 활용되어 UN기후변화협약(1992), 교토의정서(1997), 코펜하겐 합의(2009) 등 지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냈다.
2014년 IPCC는 “기후변화는 지구 모든 곳에서 심각한 영향을 끼치며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기인할 가능성은 95%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변화를 대비(적응)해고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5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했는데,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oC이상 상승되지 않도록 하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선진국들에게 감축의무를 부담했던 교토의정사와는 달리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감축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으며, 예측보다 훨씬 빠르고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가들의 노력과 함께 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밥상의 메뉴를 바꾸는 것처럼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 말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 – 밥상에서 시작하는 환경운동
기후변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우리는 흔히 온실가스 배출은 화석연료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석연료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축산업이다. 전 세계의 90%가 공장식 축산으로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은 최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가축을 최대한 많이 가둬놓고 사육하는 시스템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는 실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20%가 이런 축산업에서 만들어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자동차, 비행기, 배, 기차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합한 13%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 50년 간 육류 소비는 5배로 늘었으며 이에 가축의 트름, 방귀, 대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5배에 이른다. 무엇보다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숲은 소떼 방목이나 육류 소비를 위해 사육되는 동물의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파괴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삼림파괴는 90%가 축산을 위한 사료용 곡물 재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토양 침식의 50%는 과도한 방목과 사료용 곡물 재배로 발생하고 있어 지표면의 사막화와 물을 고갈 시키고 있다. 이제 축산업은 지구상의 전체 농경지의 70%와 얼음이 없는 지표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축산업은 식량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40% 가량이 동물을 사육하는 데 쓰이며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전 세계 생산량의 85%가 소나 다른 동물의 먹이로 쓰인다. 전 세계 곡물의 40% 이상이 좋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쓰이는 동안 5초 당 1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고, 8억 6천만 명이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사료는 8kg, 돼지고기는 3.5kg, 닭고기는 3kg의 곡물이 들어간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이 직접 먹을 수 있는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면 단백질 생산량도 대폭 줄어든다.
또한 축산 폐기물, 화학 비료, 농약, 항생제 등은 땅과 물, 그리고 공기를 오염시킨다. 축산업은 산성비를 유발하는 암모니아의 배출량의 60%이상을 차지해, 수자원 오염과 생물의 종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축산업은 조류독감, 돼지독감과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미국에서 매 해 만 3천 톤의 항생제를 가축에게 투여한다. 사람에게 투여하는 양보다 8배나 많은 수치다. 그렇게 사육된 동물을 사람이 먹고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뉴욕에서 포화지방을 줄여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보건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개막 전에 열린 지구온난화토론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고기 대신 채식으로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참여하자’는 폴 매카트니의 제안으로 재탄생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은 과도한 육식으로 인해 생기는 비만이나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해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공장식 축산방식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이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은 지금은 한국을 포함해 53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무엇이 달라질까?
일주일에 단 하루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영국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면 500만 대의 차를 운행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1인당 물을 13만2천4백리터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도 2268kg이나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시민은 하루에 물 268리터, 1년에 10만4천리터를 사용하고 있으니, 일주일에 하루 실천으로 엄청난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이 의 효과를 분석한 우리나라의 자료는 드물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대중적으로 확산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2015년 국가별 1인당 고기 소비량은 미국은 90.1kg이고 우리나라는 51.5kg이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미국 사람이 고기를 두 배 가까이 더 먹는 것으로 가정하면,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이 일주일에 하루 스테이크 대신에 채소를 먹는다고 가정할 때, 매년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티켓 9천만 장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틀 동안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미국 가정의 모든 가전제품을 친환경제품으로 바꾼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만약 3일 동안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미국의 모든 차를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로 바꾸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면, 자가용으로 512km를 달렸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 만큼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4인 가족이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와 치즈를 먹지 않으면 5주 동안 자가용을 타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4인 가족이 일주일에 한 번만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면 3개월 동안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소 한 마리는 1년 동안 자동차 한 대가 7만 킬로미터를 주행할 때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비슷한 조사를 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35km를 가서 소고기로 먹은 사람과 휘발유 차량을 타고 같은 거리를 간 뒤 칼국수를 점심으로 먹은 사람의 온실가스 배출양을 비교해 보는 실험을 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소고기를 먹은 사람은 11kg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휘발유 자동차를 타고 칼국수를 먹은 사람은 5kg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즉 자동차가 친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육식을 계속한다면 온실가스를 두 배 이상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SUV 자동차를 타는 채식인이 자전거를 타는 육식인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말이다.
더 이상 지나가는 문제가 아니다
‘구제역으로 돼지 천 마리 살처분’, ‘조류독감으로 닭 10만 살처분’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뉴스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소와 돼지는 350만 마리, 가금류는 4800만 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말이 좋아 살처분이다.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린다고 하니 생매장 당하는 동물들의 비극은 더욱 참담하다. 끔찍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잠시 지나가는 문제 또는 위생적이지 못한 축산농가와 안일한 정부의 대책이 문제라고 바라봤다. 그렇기 때문에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번질 때마다 바삭한 치킨이나 고소한 삽겹살에 대한 강한 욕구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다 우리의 눈을 우리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살충제로 인한 달걀파동이다. 닭 진드기 제거를 위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했는데 생산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살충제가 안전기준치를 초과하여 검출된 농장은 한 두 곳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친환경이라는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이었다. 닭진드기 확산을 멈추기 위해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야 하는가? 아니면 냉방을 강화해 양계장 온도를 25℃로 유지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구제역, 조류독감, 살충제 달걀 등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일들이 더 이상 지나가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했다.
1960년대 1년에 고기를 3.6kg 먹고 달걀을 31개 먹던 한국인은 2015년 고기 51kg과 달걀 257개를 먹고 있다. 우리의 육식 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경제적인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 왜? 축산업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더 싸게 더 많은 고기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적은 면적에 많은 가축을 사육하고,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우리에 가둬 가축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효율성과 경제성이란 공장식 축산 때문이다. 동물들을 위한 환경은 쓸데없는 일이 되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동물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약해졌고 항생제는 필 수가 되었다. 이런 생산방식은 조류독감이나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에 취약했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화학물질은 살충제 달걀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소비를 위해 키워지는 동물들에게 가혹한 공장식 축산은 인간에게도 가혹한 시스템이다. 대규모 축산공장이 들어선 지역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게 되고,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등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사실상 고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먹거리다. 우리의 건강과 환경보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기의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 바로 실천할 수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짧은 기간에 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고비의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고기 없는 월요일, 고기를 적게 먹을 수 있도록 일주일에 단 하루의 식단을 바꾸는 것부터 실천할 수 있다. 세계나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기 대신, 대체연료가 개발되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기 대신에, 우리가 먼저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