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바람개비 인연맺기학교] 눈부신 가을날, 눈부신 시간들!

첫 나들이 장소로 경복궁을 가기로 했다. 가기 며칠 전부터 날씨가 춥고 미세먼지가 많아 나들이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당일 날이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화창하고 따뜻했다. 덕분에 별다른 무리 없이 잘 즐기다가 올 수 있었다. 하늘도 우리가 나들이 가는 걸 알고 도와주셨나보다.

  나는 성준이의 짝꿍선생님인데 성준이가 저번 주에 못 와서 첫 날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었다. 혹시라도 나를 기억 못하면 어쩌나, 낯을 많이 가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내 이런 고민들을 성준이가 말끔히 날려주었다.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성준이와 친한 동생인 효준이가 이번 나들이부터 함께 하면서 낯을 가리기는 커녕 완전 신나했다. 성준이가 그렇게 신나서 방방 뛰는 모습은 처음이라 나도 너무 좋았다.

  경복궁에서 박물관을 관람할 예정이라 출발 전에 관람 예절 영상을 보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다행히 모두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고 박물관 쪽으로 가서 각자 자유시간을 가졌다. 자유시간 동안 성준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함께 간식을 먹었다. 성준이가 가져온 도시락 통에 있는 간식들을 보니 나들이 나온 게 문득 실감이 났다.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먹고 있던 간식을 나도 먹으라고 스스럼없이 나눠 줬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아이들끼리 먹고 싶은 간식을 서로 물물교환 하듯 나눠 먹는 모습을 보니 왜인지 모르게 뿌듯했다.

  간식을 다 먹고 나서도 성준이와 효준이는 함께 했는데 둘의 에너지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계속 뛰어다니고 장난치면서 놀았는데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저번 홍제천을 산책할 때도 느꼈지만 성준이는 야외활동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나들이가 경복궁인 것 자체보다 밖에 나와서 함께 뛰어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내 체력이 아이들만큼 안 따라줘서 조금 아쉬웠다. 다음 나들이를 위해서 체력을 단련해야겠다고 느꼈다.

  이후로도 시간을 정해두고 자유시간을 준 후 그 시간에 맞춰 돌아오면 되어서 다른 쌤들과 아이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중간 중간 앉아서 쉬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나들이를 만끽하는 것 같았다. 끝에 가서 동현이가 밖으로 뛰쳐나가서 모두 걱정하며 노심초사했지만 무사히 잘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내 손을 꼭 잡아주던 승민이, 동현이가 먹으라고 나눠준 꼬깔콘 과자, 성준이를 예뻐해주던 준현이, 그런 형이 생겨 좋은 성준이, 재잘재잘 얘기하는 효준이 등등몸은 조금 힘들었을지라도 나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생긴 것 같다.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훗날 뒤돌아봤을 때 기분 좋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박수영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