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도토리인연맺기학교]  우리는 이제 셋이 하나!’, 행복한 되기를 향한 한걸음 내딛기

어느덧 도토리 인연맺기 학교의 가을 학기가 시작된 지도 삼 주가 지나가네요. 이번 학기 때 함께하지 못한 지난 도토리 친구들이 많이 그립다가도 새로운 얼굴의 쌤들, 어린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점점 소중해지고 있는 이 무렵 첫 번째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활동하는 성신여대 부근으로부터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가면 우의동 솔밭공원이 나오는데요, 이 곳이 도토리의 첫 나들이 장소였습니다. 지난 학기의 마지막 나들이 장소였던 서울숲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컸던 것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못도 있고 빼곡한 나무와 여러 식물들이 어우러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짝꿍어린이는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에도 유빈이입니다. 봄 학기 내내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를 편하게 대하는 법을 익히고, 서로만의 ‘안전거리’를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유빈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주는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공유했었던 것 같습니다. 인연썸머에서는 같은 조가 되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짝꿍의 연으로 함께할 수 있어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지은쌤과 더불어 ‘더블 짝꿍’이 되었습니다. 유빈이는 다른 어린이들과의 활동에 함께하는 것 보다는 유빈이가 좋아하는 부분의 활동과 좋아하는 단어가 포함된 대화로, 짝꿍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친구였습니다. ‘둘’이 놀다가 ‘셋’이 되니, 그것 역시 매우 즐겁더라구요! 한 편으로는 지난 짝꿍 사이의 기억으로 저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해주는 유빈이에게 ‘우리는 이제 셋이 하나야’는 말을 자주 하였던 것 같습니다.

 

가을 학기가 시작한 첫 활동 날 느낀 것이지만, 지은쌤은 제게 ‘여러 배울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유빈이에게 ‘너를 좋아한다. 너는 소중하다’는 말을 많이 표현해주자, 그리고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는 생각에 제가 간과했던 가장 큰 부분은 ‘기다려 주기’였던 것 같습니다. 유빈이를 믿어주는 것, 유빈이에게 시간을 주는 것, 유빈이의 시간과 유빈이의 감각으로 유빈이의 공간을 꾸리도록 놓아두어 주는 것이 제게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때론 유빈이의 행동에 기꺼운 ‘여유’를 주시던 지은쌤을 보면서 ‘아차’싶었습니다. 지난 학기 내 유빈이가 저와 활동을 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제가 많이 ‘답답’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던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고, 제가 조금만 더 ‘유빈이의 시간’을 인정해줬더라면 유빈이가 활동하는 동안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첫 나들이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쌤들과의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모이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던 유빈이는 저보다도 더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있었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던 찰나에 유빈이가 저를 보고 제가 내민 손을 잡으며 제게 와주었습니다. ‘수민쌤이 오니까 가는 것 봐’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에 내심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지난 학기 유빈이와 친해지는데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던 시절, 첫 나들이에서 ‘널 좋아해’라던 유빈이의 말에 오래도록 기뻐했던 때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서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유빈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몰래 찾아보기도 하고, 울면서 서로의 솔직한 감정을 발설해보기도 하면서 나름 ‘친한 사이’, 혹은 ‘편한 사이’가 된 것 같아 살짝 으쓱, 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유빈이와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의 첫 나들이를 계기로 지은쌤과 유빈이가 서로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습니다.

 

도토리 패셔니스타 유빈이는 나들이만 되면 유빈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코디된 멋진 옷을 입고 나옵니다. 하늘하늘한 흰 치마와 청자켓을 입은 유빈이는 보랏빛으로 물들인 머리와 퍽 잘 어울렸습니다. 유빈이의 기분은 좋아보였습니다. 지하철이 만원이라 서서 이동해야 했는데, 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유빈이에게 지은쌤과 제가 나름의 ‘설득’과 ‘설명’을 하자 그 말을 들어주기도 하였고, 이동 중에 챙겨온 간식을 꺼내먹자 ‘나머지 하나 남은 간식은 (지하철에서)내려서 다같이 먹자’고 하자 수긍해주기도 하였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이름표를 걸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주기도 하였습니다. 때론 제 손을 잡으며, 때론 지은쌤의 손을 잡으며 나들이 장소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책임교사 쌤들이 준비해주신 프로그램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볼링, 판뒤집기, 동물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지는 못했으나 대신 지은쌤과 더불어 우리 세 명은 솔밭공원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포스트 프로그램용 스티커를 제 손톱에 붙여주며 네일아트 놀이를 하기도 했고요! 후후 그것을 찍은 사진이 아직도 제 배경화면이랍니다! 복용하는 약의 여파로 ‘피곤해하던’ 유빈이는 졸음을 잘 이겨내어 주면서까지 때론 운동기구 이곳저곳을 옳겨다니며, 때론 흔들그네 벤치에서 놀며, 때론 숲속을 걸어다니며 나들이를 만끽했습니다.

 

3시 반 무렵 즈음 ‘집에 가고싶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언뜻 내비쳤을 때, 개인적으로는 미안함을 느낌과 동시에 유빈이를 대하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모든 어린이들이 함께 활동해야 할 여타의 프로그램에서 ‘관심없음’을 내비친 유빈이와 마주하며 제가 취했던 방식은 늘 ‘그래 우리 다른 것을 하자, 너 원하는 것을 하자’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활동이란 늘 그러하듯, 막상 해보면 나름의 흥미를 그 안에서 발견하기도 하고, 활동을 조금 변주하여 자신에 맞게 이끌어갈 수도 있는 것일 텐데, ‘다시 한 번 더 권해보지 않았던’ 제가 오히려 유빈이로 하여금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없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나들이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싸온 간식을 지은쌤과 유빈이과 나누어 먹으면서, 함께 그네를 타면서, ‘둘이 아닌 셋’에 익숙해지는 법을 서로 익혀간 것 같습니다. 지은쌤과 유빈이가 서로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았고, 그것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나들이 초반, 흔들그네 의자를 타려 할 때 ‘저와만’ 함께 타려하는 유빈이의 모습에, 내색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셨지만, 지은쌤의 당황한 한편으로는 맘 아픈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쌤들과의 평가회의 때 이 이야기를 하시는 지은쌤의 모습에 제 마음이 참 많이 아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림장을 쓸 때 그 때 유빈이가 지은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자, 모든 걱정은 ‘단순한 저 만의 기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지은쌤보다 상대적으로 말 수가 많은 저는 유빈이와의 대화량이, 그것이 설령 제 일반적인 발화라고 할지라도, 더 많은 편일 것입니다. 더욱이 저를 조금 더 편해하는 유빈이이기에 괜시리 제가 지은쌤과 유빈이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잘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였었습니다. 그러나 나들이를 지나며 제 ‘고민’은 상당히 오만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지은쌤은 지은쌤만의 속도와 진심과 방식으로 유빈이에게 다가가셨고, ‘시간’이 필요했던 유빈이는 이제 조금씩 지은쌤의 곁으로 기꺼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셋이야’는 말을 언젠가는 유빈이의 입으로부터 듣는 날을 기대해도 될까요? 헿

 

도토리 가을학기의 첫 나들이는 역시나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사실 최근 개인적으로 여러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타인 혹은 공동체로부터 끊임없이 거부당하고 배척당하는’ 일들과 경험들로 가득한 최근의 제 삶 안에서 평화캠프의 활동, 그 안에서 함께하는 쌤들, 만나는 어린이들은 부끄럽지만 제게 정말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 나들이 직전의 두 번째 도토리 활동이 있던 날, 아침부터 벌어진 신변의 혼란과 일방적으로 당해야 했던 부당함들 안에서 정신을 바로 잡기 힘이 들었었습니다. ‘내가 과연 오늘 나의 혼란과 속상함을 어린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활동, 그것도 책임교사의 일들을 마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했을 때, 도토리의 어린이들과 쌤들은 그 자체로 생각보다도 제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과 인사를 하, 조금은 분주하게 활동을 준비해나가며 ‘도토리의 질서’에 녹아들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고민들’을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며 쌤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며 나름의 고민과 반성의 지점들이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모든 활동 안에서 그 자체로 제가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건 ‘들키고 싶은 비밀’이지만요, 언젠가의 밤, 제가 가장 힘겨운 하루를 살아낸 날, 평화캠프의 쌤들 몇몇분이 위로의 ‘포옹’을 해주셨었습니다. 그것 아시나요? 그 힘으로 아직까지 혼란스러운 제 하루하루의 신변잡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히

한 주 한 주가 지날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를 생각하게 되는, 사랑하는 ‘도토리 활동’ 안에서 이번 학기도 여러 고민과 여러 행복과 여러 위로를 함께 하는 쌤들과 우리 어린이들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함수민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