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 도토리인연맺기학교]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물들기를
5월 12일, 국립 어린이 과학관으로 두번째 나들이를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성준이는 첫번째 나들이때 사정이 생겨 오지 못했기 때문에, 저와 보내는 첫 나들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전 3주동안 성준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저에게는 오랜만에 성준이를 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성준이는 본인이 관심 없어하는 활동에 대해 싫증을 잘 내는 친구입니다. 과학관 안에 있는 다양한 활동들 중에 성준이가 즐기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밝게 웃으며 즐겼던 활동은 양쪽에서 핀(?)을 치며 노는 활동과 자전거를 타면 착시효과가 나타나게끔 만들어져있는 활동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3시 30분에 정해져있던 간식시간을 임의로 앞당기기도 하고, 그래도 남은 시간에는 주변에 있는 성균관대학교 교정을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성준이는 비 맞는것과 물방울 만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우산에 맺힌 물방울을 만지면서 환하게 웃는 성준이의 모습에 저까지 행복했습니다.
이번 활동은 유난히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활동을 하면서 성준이와의 교감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저의 컨디션을 어떻게든 회복해 그나마 남은 시간만큼은 저의 힘든 에너지에 성준이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애썼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준이는 제 기분과 행동에 신경을 쓰고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활동이 끝날 때까지 저의 컨디션은 회복되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오랜만에 보내는 성준이와의 시간을 망친것 같아 성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성준이는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 원활한 친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말이 아닌 눈짓이나 표정, 행동을 통해 저에게 본인의 기분과 의사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제 행동을 눈여겨 보며 제가 하자고 하는 것들에 대해 잘 응해주는 친구입니다. 그렇기에 성준이가 본인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의사를 제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가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과제였습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제 과제의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화장실이 아닌 활동을 끝마친 후 모인 지하철 역사 내에서 성준이가 실례를 보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성준이 어머님께서 성준이가 화장실을 자주 가니 한 시간에 한 번은 화장실에 가야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기에 저는 성준이가 실례를 한 것에 대해 놀라기보다는, 개인적 컨디션으로 인해 좀 더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에 대해 성준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하철을 타기 전 성준이는 안절부절 못하며, 허벅지 쪽을 가리키면서 성준이만의 방식으로 화장실을 가고싶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표현을 받아들이는 입장인 저의 불찰로 발생한 일이였습니다.
성준이 어머님께서 성준이를 데려가시고 난 뒤,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성준이 어머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성준이가 밖에서 실례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활동하기 바로 전 날에도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따뜻하게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또한 같이 활동하는 선생님들께서도 제 잘못이 아니라며, 너무 크게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 말해주셨지만 성준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은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활동에서 겪은 모든 일들과 느꼈던 감정들이 저의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만큼은 저의 컨디션에도, 성준이가 보내는 의사표현에도 잘 신경써서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성준이와 더 교감할 수 있는 짝꿍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걸 다 떠나 성준이와 그저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이번 활동을 발판 삼아, 이전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성준이를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준이가 저의 밝은 에너지를 받고 저도 성준이에게서 밝은 에너지를 받아,
함께 보내는 모든 순간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이번 활동후기를 마칩니다.
/ 강동은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