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토익 몇 점인데? 토익공부를 하지.”, “자격증을 한 개라도 더 따지!”, “이제 3학년이면 취업 준비 해야지. 해외자원봉사 그거 요즘은 별로 도움도 안 될 건데…”.

취업 스펙 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대학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2016년 1월에 평화캠프에서 네팔로 자원활동을 가고자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먼저 나왔던 반응입니다. 물론 스펙 향상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며 ‘지금 가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네팔로 향하게 한 것은 작년 4월 네팔의 지진피해를 입은 아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높은 토익 점수, 유창한 자기소개, 각종 자격증 소지, 유창한 면접 스피치 등 고(高)스펙만 쫓아가던 바쁜 생활 속에서 떠나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잠깐이나마 숨을 돌리고 여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출발하여 16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네팔. 그 곳에는 길가마다 쌓인 쓰레기들, 신호등이 하나도 없는 도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깜깜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열약한 환경에 당황스럽기도 하였고 ‘이곳에서 내가 과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설렘은 점점 사라지고 걱정은 점점 커져 갔습니다.

우리는 걱정을 뒤로 하고 숙소로 이동하였고 그 다음날부터는 숙소로부터 1시간 떨어져 있는 곳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처음 학교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소매를 걷어 붙이고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 각국에서 온 자원활동가들, 판자로 만든 간이 학교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학생들을 마주하였을 때에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하는 이 일이 학생들의 웃음이 될 것이고 그 속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제 마음 속을 채우고 있던 걱정은 점점 사라지고 다시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네팔 노동자들과 같이 땀을 흘렸으며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에는 아동들과 바람개비, 미술놀이, 팔찌 만들기 등을 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바디랭귀지로, 바디랭귀지가 통하지 않으면 그저 서로 간의 환한 웃음으로 우리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쌓여갔습니다. 쌓여가는 10일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던 팀원, 심한 일교차로 감기에 걸린 팀원들도 많았습니다. 밤이 되면 춥고 힘들기도 하였지만 어디를 가든 항상 맑은 미소로 ‘나마스테’ 인사를 건네는 꼬마 아이들, 아주 예뻤던 네팔 여인이 끓여주던 환상의 밀크티, 윗집의 마마가 불러주던 네팔의 노래, 쏟아질듯했던 밤하늘의 별들,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보이던 웅장한 히말라야 산맥이 우리를 위로해주고 다시 힘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네팔과 공유한 10일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웃음과 진심 그리고 희망이라는 스펙을 향상시켰고 이는 제게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 시간이 흘러 네팔에서의 기억은 오래전 영화 내용을 읊조리듯 희미해지더라도 이곳에서 마주했던 웃음과 마음은 선명하게 빛날 것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돌아가던 그 길은 처음 봤을 때의 절망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 자원활동가들, 소매를 걷어 붙이고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으로 화답하는 아이들이 곧 희망이었습니다. 설렘은 아쉬움과 후회로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희망을 마주하였고 이는 작은 빛이지만 점점 더 커져갈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언젠가는 그 웃음과 희망을 다시 마주하러 올 시간을 기약하며 웃으면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작가 카트린 지타가 말했듯이 집 없는 사람(homeless)이 될지언정 희망 없는 사람(hopeless)이 될 순 없으니까요.

/  울산지부 김진희 자원활동가
*  위 글은 지난 1월, 진행한 평화캠프 네팔해외자원활동의 이야기를 담은 글로 울산저널i [오피니언]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사 출처 [울산저널i]  http://www.usjournal.kr/News/83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