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김동영 자원활동가가 짝꿍 어린이 정인이를 쳐다보고 있다. 정인이는 무심한듯 거울 속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다.)
2018.04.14 도토리 인연맺기학교
평화캠프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평화캠프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저번 주 활동이 끝나고 이번 주(4월14일)에 어린이들을 다시 만날 때까지 오랫동안 이것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활동을 시작했던 작년 여름 캠프 이후로 자주 이것에 대해 생각했지만 이번 학기 첫 수업 이후에야 고민의 지점들이 비로소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저의 짝꿍인 정인이는 저와의 첫 활동에서 종종 예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힘을 쓰며 원하는 것을 하려는 정인이를 타이르고, 혼을 내가며 어느 순간 제가 정인이에게 “안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린이가 안 좋은 행동을 할 때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것이 짝꿍선생님의 역할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이에게 이 공간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순서와 질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방식대로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린이가 사회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는 것’과 ‘어린이가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주 활동은 모두 미술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어 미술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정인이에게 억지로 미술 프로그램을 하자고 하기보다는 산책을 하거나 몸으로 같이 놀아야겠다고 마음 먹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가 몸으로 노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밖에서 놀기보다는 주로 집에서 형과 놀았던 저는 운동을 하며 노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더 익숙했습니다. 정인이와 몸으로 노는 것을 어색해하면 정인이는 금세 다른 선생님을 따라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활동에서 지혜샘께서 정인이와 대화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혜샘의 제안에 붓을 들고 물감을 섞는 정인이를 보며 ‘어린이가 사회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는 것’과 ‘어린이가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어쩌면 아예 다른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가 하기 싫어했던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게 해주고 공동체의 흐름에 적응하며, 때로는 포기하고 기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관계를 맺는 것이 짝꿍선생님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정인이에게 더 많은 것들을 제안하고, 함께 해보자고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평화캠프를 통해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한 기억들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공간이 어린이들에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섬으로 남기보다는 그곳의 안과 밖을 잇는 튼튼한 다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자원활동가 김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