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5 서울인연맺기학교]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예준이와 동현이랑 같이 활동을 했다. 이 날은 공원에서 옛날 놀이들을 하고 센터에 돌아와 종이접기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날 만난 내 짝꿍 예준이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눈가에 딱지가 앉아 있었고, 간지러운지 눈을 계속 비벼댔다. 눈도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엔 만나자마자 환히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오늘따라 뭔가 뾰로통해보였다.

동현이는 일찍 와서 어디론가 가버렸고, 예준이와 여섯 명의 쌤들이 같이 공원으로 갔다. 공원 가는 길에 저번 학기 생각이 많이 났다. 평소 예준이가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나들이 할 때 자기 혼자 있는 것 같으면 다른 친구들은 어디 있냐며 찾아다니는데, 오늘은 정말 혼자였다. 아무리 찾아도 친구들이 보이지 않으니 쓸쓸하고 아쉬워서 가는 길에 예준이가 많이 울었다. 우는 예준이 앞에서 나도 다음 주에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 밖에 해줄 수가 없었다.

겨우 도착한 공원에서도 저번 주처럼 신나게 놀지 않았다. 울고, 울다가 쌤을 때리기도 했다. 쌤들이 링 던지기 등으로 관심을 끌어보았지만 잠시 뿐이었다. 준비한 프로그램은 쌤들끼리 하고(ㅎㅎ..) 쉬다가 센터로 다시 돌아갔다. 근데 센터로 가는 길에는 언제 울었냐는 듯 즐거워보였다. 센터에서는 예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칠판에 그림 그리기도 하고, 쌤들이 하는 종이접기에 관심도 보였다. 평소보다 짧았던 3시간 동안 예준이랑 같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그 날 활동을 하면서 어떤 노래의 가사가 많이 생각이 났다.

그대가 아는 것만큼 난 좋은 애가 아니에요

나쁜 생각도 잘하고 속으로 욕도 가끔 해요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

난 그대 우는 모습도 좋거든요

 

우린 완벽하지 않고

가끔 억지도 부리는 걸

때론 마음이 너무 아파

푹 주저앉고서 울곤 해

지금이 그렇다면

내게 모두 말해주세요

그대를 내 어깨에 기대

찬 바람에 얘길 떠나 보내요

♬ 퇴근시간 (치즈)

 

예준이는 울 때 목소리도 우렁차고, 소리를 지르면서 운다. 그래서 이날 하루 쌤들이 많이 당황하셨던 것 같다.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에 큰 소리로 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이 나아진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준이는 평소에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굳이 예준이가 뭘 하고 싶어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근데 이 날은 예준이가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지, 즐거워질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도움이 안 되어서 슬프기도 했다. 예준이가 울고 나서야 이런 고민을 하다니. 새삼 이 아이의 웃는 얼굴에, 활동적인 면에 기대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날 활동이 다 끝나갈 무렵 쌤들끼리 하던 종이접기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칠판에 그림을 그렸다. 이름을 적어두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예준이와 동현이를 그렸는데, 동현이가 다가왔다. 막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이게 뭐냐고 했다. 널 그린 거라고 했더니 너무 못 그렸다고, 자기가 날 그려주겠다고 했다.

왼쪽이 동현이가 그린 그림, 오른쪽이 내가 그린 그림이다.(뽀롱=예준 별명)

 

손에 장미도 그려주고, 머리도 락스타처럼 빨간색으로 그려주었다. 원래 동현이랑 친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웃고 그림 그리던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던 어린이날 활동이었다.

/ 조희은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