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5 서울인연맺기학교] 함께하며 알아가는 즐거움!

5월 5일! 즐거운 야외 활동이 프로그램 일정에 포함된 날입니다. 아이들과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땡 놀이를 한 뒤 센터로 돌아와 몸으로 남산타워를 만들어보고, 종이접기를 하기로 했지요. 저는 5월 5일 토요일만을 기다리며 무척이나 기대했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아이들과 뛰어 노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지난주 야외 체육 활동에서 필홍이는 야구나 배드민턴처럼 어깨 쓰는 운동을 좋아했고, 은비는 매사 적극적으로 뛰어다녔으며, 은서는 언니인 은비와 노는 것을 아주 좋아했어요. 원호는 술래잡기를, 진이는 짝꿍쌤과 야구하는 걸 즐거워했습니다. 다리를 다친 리나는 같이 놀 수 없어 아쉬워했지만, 외출한 것만으로도 신났죠. 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떻게 해야 더 재밌고 신나게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활동 당일이 되니 동현이와 예준이만 올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린이날이라 아이들이 빠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단 두 명만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편으론 정해둔 프로그램을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준이는 같이 활동하는 것보다 운동기구 타는 것을 더 좋아했고, 동현이는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거든요. ‘어쩌지~’ 하는 사이에 동현이가 도착했고, 1시가 되기도 전에 짝꿍 쌤과 미리 공원으로 외출했습니다. 그동안 나머지 선생님들은 예준이를 맞이했습니다. 예준이가 센터를 돌아보며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여러 번 물어봤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오지 않았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울망울망하던 예준이는 야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야외 공원으로 이동하던 중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다리를 다쳐서 오지 않는 거냐고 물었고, 동시에 베이컨 치즈스틱이 먹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저로선 무척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쌤들과 축구를 하거나 링 던지기를 하면서 시선을 끌어보았고, 예준이와 살갑게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예준이가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친구들도 지금 예준이를 보고 싶어 할 거라구요. 센터로 돌아오는 길, 예준이는 ‘부엉이’란 단어에 꽂혀서 걷는 내내 부엉이 노래를 부르며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지더랍니다.

센터에 돌아와서는 선생님들끼리 종이접기를 했습니다. 예준이는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렸고, 동현이는 유치하다며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저는 그 말에 반응을 보이는 것 대신 다른 선생님들과 종이접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더 집중해서 종이를 접었습니다. 동현이가 종이접기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참여하길 바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미를 접을 수 있다며 자리에 끼어들더군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지만, 그때 어찌나 흐뭇하고 뿌듯하던지요. 활동할 것을 시키고 격려하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권유하는 게 더 좋다고 느꼈습니다. 적어도 동현이에게는요. 종이접기가 다 끝나고 나선 제가 접은 공룡과 거북이를 예준이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연맺기학교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저는 짝꿍교사라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왔습니다. 아이도 저도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상처를 주지 않으려 사소한 언행 하나에 신경을 썼고, 이미 짜인 프로그램을 따라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의무감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즐겁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날에 활동을 해보고 나니 깨달았습니다. 활동교사인 저부터 즐거워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도 따라 즐거워할 수 있다는 걸요. 함께 활동한다는 것은 그런 거겠지요. 우는 아이를 달래고, 도망치는 아이를 쫓는 것보다 짝꿍쌤인 우리가 부끄러움을 무릅쓰더라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죠.

 

“이 활동은 정말 재밌어! 너도 같이했으면 좋겠어.

집중해서 무언가를 해낸다는 건 뿌듯하고 기쁜 일이야.

어렵다면 내가 도와줄게.”

 

이 메세지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주에도, 저번 주에도 오지 못했던 제 짝꿍인 세원이에게도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끝났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다음 활동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안미선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