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 비누방울 김현언니 팀]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저의 집에서 2시간 가량 걸리는 김현님 댁으로 가는 길이 예상보다 험난했습니다. 버스를 분명 맞게 탔는데 갑자기 기사님께서 제가 가려는 정류장까지 안간다고 하셔서 엄청나게 당황했습니다. 저는 결국 첫날부터 30분이 넘게 지각했습니다. 활동참여자 분들, 혜주쌤께 정말 죄송했고 길을 여러번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극적으로 서윤이네 집을 찾았습니다. 서윤이는 생각보다 낯을 가리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저를 서윤이가 보자마자 이불 놀이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불 놀이라는 것을 서윤이를 이불 가운데에 눕히고 양쪽을 잡아서 흔들어주는 놀이인데,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서윤이가 참 귀여웠습니다. 다 같이 모여 치킨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식님이 서윤이가 낯을 가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셨는데, 아마 2살때부터 자원활동가를 많이 만나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서윤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만남과 이별 속에서 얼마나 정작 서윤이는 얼마나 기쁘고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며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서윤이랑 놀다가 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엄마가 못 꺼내는 물건을 꺼내줘야 되니까 키가 커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을 내뱉고 열심히 미끄럼틀을 타는 6살짜리 서윤이를 보면서 다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서윤이가 삶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보았던 어떠한 것들을 감히 내가 예상할 수 있을까-싶었습니다.

서윤이의 방에는 참 알록달록하고 재밌는 장난감들이 많았습니다. 젠가, 인형, 부엌놀이, 뽀로로 책 등 정말 많은 장남감들을 제게 나열하며 “부럽지?”라고 저에게 재차 물었습니다. 오늘 제가 만난 서윤이는 에너지가 많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그린 그림에 손을 대면 “내가 그린 건데!”하며 손 댄 사람을 질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침대에서 뛰어보자고, 숨바꼭질 하자고 제안할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쏜살같이 지나갔고 혜주쌤과 제가 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서윤이는 우리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라디오가 사라졌다며 울먹거렸고, 우리를 안아주고 뽀뽀해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앞으로 인연이 될 사람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음에는 김현님과 김영식님의 이야기도 천천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 자원활동가 조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