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0 바람개비인연맺기학교] 준서랑 같이 걷기
이번 학기부터 인연맺기 학교를 한다. 나는 이번에 준서라는 아이의 짝궁선생님으로 함께하고 있다.
준서는 인연썸머나 미리봄 캠프 등 캠프에서 종종 봤던 아이인데 이번에는 10주 동안 짝꿍 사이로 만나게 되었다. 멀리서 봤을 때 준서는 종이인형처럼 팔랑거리고, 많이 무기력하고, 그림자 같은(??) 아이였다. 근데 이번 인연맺기에서 보게된 준서는 정말 내가 알던 모습과는 달랐다. 기존 선생님들 말로는 준서가 엄청 밝아졌다고 하니 최근에 달라진 모습인 것 같다.
준서는 아주 순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이다. 그래서 표현도 별로 없고 적극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으니 너무나.. 표현이 다양하고, 모든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어린이였다. 지금 생각하다가 다시 마음이 따뜻해져서 잠깐 멈칫했다..
준서가 활짝 웃는 순간은 너무 소중한데 요즘엔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보단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더 밝다.
준서는 율동을 정말 좋아한다. 덕분에 나도 아주 열심하 춤을 추게 된다. 특유의 팔랑거리는 춤사위가 있다. 그럼 뒤에서 꼭 안고 싶은데 매일 참는다.
준서는 아무래도 나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착각일까?) 나는 준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캐치하고, 준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이야기한다. 파워레인저와 cm쏭 등.. 오늘도 홍제까지 가는 길에 cm송을 잔뜩 익혀가서 준서에게 아주 많이 불러주었다. 과자상자를 꾸밀 때 씨엠쏭과 관련된 그림을 과자상자에 그리고 준서가 그 그림을 가르키면 자동적으로 씨엠송을 불러주었다. 마지막에는 좀 귀찮았지만 준서가 웃는데 안할 수 없다. 준서를 즐겁게 하는 건 체력이 중요하다. 끝까지 지치지 않고 새로운 cm송을 찾아내어 불러주어야 한다.
준서와 홍제천을 함께 걸었다. 나는 준서랑 단 둘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어린이들은 멀리멀리 산책하지 않지만 우리는 멀리까지 산책한다.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황새도 보고 징검다리도 건너고 타일 그림도 보고 새로운 다리들도 보고. 준서는 종종 걷다가 멈춰서 어느 순간에 오랫동안 머문다. 준서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옆에서 준서를 따라하다보면 마음에 간지러운 바람이 들어온다. 동글동글한 뒷통수를 만지고 싶어진다.
준서랑 손가락을 겹쳐서 잡고 걸으면 준서는 아토피로 오돌토돌한 내 손등을 간질인다. 그곳은 선생님이 아픈 곳이라고 말하면 계속 만져준다.
준서를 보고 있지 않는 순간에도 준서가 생각난다. 그러면 와락 눈물이 날 것 같을 때도 있다.
/ 자원활동가 홍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