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인권캠프에 함께 한 강연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입니다. 평화캠프는 지난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포이동 재건마을에서 조금은 남다른 나의 첫 OT, 나눔인권캠프를 진행했습니다. ‘불편함’이 ‘예민함’이 되는 세상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꽁꽁 숨겨 놓았던 강연자분들은 나눔인권캠프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 생각들을 자유롭게 펼쳐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캠프 전,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

나눔인권캠프는 집행국, 서포터즈, 참가자로 나누어 활동을 했습니다. 집행국과 서포터즈들은 캠프 이전에 여러 번 만나 시설 현장을 찾아가 자원활동을 하고, 세미나와 캠페인을 함께했습니다. 시설현장에서 우리가 본 시설거주인의 모습은,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시설 원장, 장애인의 자립을 준비하지 않는 시설 직원들,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시설의 제 역할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쾌적한 시설의 환경과는 달리 반인권적인 운영모습에 서포터즈들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서포터즈들을 더욱 똘똘 뭉쳐 세미나와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애’, ‘빈곤’, ‘여성’, ‘청년’. 이 네 가지를 주제로 펼친 세미나에서는 사회의 현실, 그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와 의견을 공유하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 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장애’ 세미나 이후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주제로 펼치는 캠페인은 더욱 목소리가 깊어졌습니다. 나눔인권캠프를 준비하며 크고 작은 서로의 변화를 느끼며 드디어 2박 3일 나눔인권캠프의 날이 밝았습니다.

<첫 만남, 설렘.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한 시간>

나눔인권캠프는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첫 공동체 놀이 프로그램이었던 ‘(세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내가 누구게~?!’부터 다 함께 진행하였던 ‘주사위 콕! 콕! 게임’도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꺼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된 사이처럼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준호,  <인권으로 본 한국현대사>  인권은 보류할 수 있는 것인가?

어릴 적부터 스스로 굉장히 고민을 한 질문이었습니다. 인권은 보류 가능한 권리인가? 그리고 대답은 당연히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강의는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강의였습니다. 인권은 ‘보편적이고 불가분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루고 떼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강의와 이어지는 모둠프로그램인 “나에게 인권은 OO이다” 프로그램에서도 참가자들의 이런 생각을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인권을 ‘성냥개비로 쌓아올린 석가탑’이라고 표현하였고, 어떤 이는 ‘하나의 권리로만 지켜질 수 없고,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저에게 인권은 ‘누군가의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민망해지기도 합니다.

정상훈, <나눔활동으로 보는 오늘의 인권>  누구에게나 인권이 있나요?

정상훈 선생님은 강의를 시작하시며 우리에게 물어보셨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 보면, 빨간 약과 파란 약이 있습니다. 빨간 약을 먹으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파란 약을 먹으면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약을 먹을 것인가요?”

우리는 ‘빨간 약’을 먹었고, 정상훈 선생님은 우리에게 현실을 보여주셨습니다. 여러 사회적 조건(빈곤, 문맹 등) 속에서 시에라리온은 에볼라 대유행이 일어났다는 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또 다른 에볼라가 창궐할 것’이며, ‘바뀌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인권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재의, 지혜, 태이, 은별 <청년, 우리들의 이야기> 동시대의 청년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삶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눔활동가, 비대학생, 알바노동자, 청년정치참여자 등 다양한 삶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포이동과 연대하고 자원활동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재의의 삶, 그리고 입시 경쟁 속에서 대학을 거부한 지혜의 삶, 알바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 세상에서 알바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는 태이의 삶, 밀양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며 송전탑을 다 뽑아버리겠다고 웃으며 말씀하신 은별의 삶. 서로 비슷한 나이의 우리들은 서로의 다른 삶, 그럼에도 그 각자의 삶이 또 다른 모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첫걸음을 마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재민, <탈시설, 자립생활을 말하다>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강의를 시작하기 전, 집행국과 서포터즈들은 시설현장 활동보고를 하였습니다. 서울지부는 거주시설에 관하여, 수원지부는 작업보호소에 관하여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인권은 공평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인권은 공평한 것일까? 인권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강연이었습니다.

시설에 다녀온 후, 우리는 탈시설을 주장하였고 이 강의는 우리의 입장을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탈시설화의 의미, 한국 탈시설 운동의 역사,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토론거리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당탕탕~ 추운 겨울, 땀 뻘뻘~ 체육대회

사실 체육대회 진행을 맡은 저로서는 체육대회에 대한 기대보다는 부담이 많았습니다. 그런 부담감도 잠시 참가자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놀며, 마지막에는 저마저 그 부담감을 내려놓고 함께 웃으며 빠져 든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참가자가 “우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건 어때요!”라는 말에, 같은 게임을 서너 번씩하기도 했고, 미션달리기 중 엉뚱한 미션에는 “이게 뭐야!”라고 외치며, 하하 호호 웃기도 하며 열심히 게임을 하였습니다. 마지막 순서였던 인간릴레이달리기 게임이 끝난 후에는 모두 지쳐 누워서 숨을 고르기 바빴습니다. 재미없는 저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끈끈한 ‘케미’가 배가 되는 땀 뻘뻘 겨울 미니 운동회였습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땀 흘리며 뛰어준 나눔인권캠프 참가자 모두들에게, 감사합니다!

말해도 괜찮지 않은 세상, ‘말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우리

캠프 중 우리는 어떻게 보면 ‘한탄’을 많이 하였습니다.(그만큼 우리 청년세대들의 고민이 많고, 이것을 함께 이야기할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한 참가자는 “‘말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러는 것 같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말해도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말해도 괜찮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되기를 약속했습니다.

“말해도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말해도 괜찮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나눔인권캠프는 어찌 보면 짧을 수도 있는 2박 3일의 캠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전에도 함께 했고, 그 이후에도 함께 할 것입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인권세미나까지 서둘러 시작했습니다. 아직 나눔인권캠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함께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나눔인권캠프 파이팅!

/ 김정현 서울지부 자원활동가

*나눔인권캠프 후, 다시 시작하는 인권세미나의 첫 주제는 ‘여성’입니다. 인권세미나에 함께 하고 싶은 자원활동가가 있으시다면 똑똑똑 서울지부의 문을 두드려보세요.